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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논쟁···대선 노린 정세균·이낙연·이재명 동상3몽

중앙일보 2021.01.10 18:56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민생 실태와 코로나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가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추가 대책을 거론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이 대표는 “내일(11일)부터 9조3000억원의 재난피해지원금이 가장 어려운 국민 580만명에게 지급된다”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선 “전 국민 대상 4차 재난지원금 검토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3차 재난지원금은 충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경기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후 이 문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논의를 주도해왔다. 이 지사의 전 국민 지급 주장에 정 총리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제동을 거는 모양새였다. 여기에 재차 이 대표가 지원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세 사람이 서 있는 입장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 대표 페이스북 캡처

‘코로나 해결이 최우선’ 정세균

“3분기에 받기로 한 화이자 백신 물량 일부를 2월부터 앞당겨 들여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 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 총리는 백신 조기 도입에 대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공언했다. 정 총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코로나 치료제와 신속진단키트의 조기 도입이 맞물리면 검사와 치료 그리고 예방이 동시에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발언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정 총리 측근 인사는 "우유부단해선 안된다. 좀더 분명한 메시지를 내자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발언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정 총리 측근 인사는 "우유부단해선 안된다. 좀더 분명한 메시지를 내자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코로나 방역 총리’ 이미지를 다듬어온 정 총리로선 방역 성과가 안보이면 대선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백신 조기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다. 정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다선 의원은 “정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백신과 방역”이라며 “재난지원금도 중요하지만 확진자 감소 이후인 2월쯤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보다는 백신과 방역에 그의 머릿속엔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방역·지원금 다 잡자’ 이낙연

민주당 실무 단위에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공식 논의가 된 적도 없고 계획도 아직 없다”(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전 국민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지난 7일 김종민 최고위원)라거나 “2월 설 직후에 지급될 수 있도록,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지급돼야한다”(지난 8일 양향자 최고위원)며 전국민 지급의 바람을 잡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추가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며 4차 재난지원금 분위기를 띄웠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보편과 선별 등 지급방식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당내 분위기를 점차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일 대통령 신년인사회에 참여한 이 대표. 오종택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추가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며 4차 재난지원금 분위기를 띄웠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보편과 선별 등 지급방식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당내 분위기를 점차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일 대통령 신년인사회에 참여한 이 대표. 오종택 기자

이 대표는 지난 4일엔 “경기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10일 페이스북 글에선 전국민 지급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 대신 “유연하게 추가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성과에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이 대표로선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백신 조기 도입 등으로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 뒤, 재난지원금으로 유권자의 불만을 덜어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야 재정상황과 국민 생활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합리주의자’ 이미지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편지급론 선점’ 이재명

이 지사는 지난 4일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이슈를 선점한 그의 입장에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또 대선 어젠다로 내걸고 있는 ‘기본 시리즈’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연초 정세균 국무총리와 '보편지급 논쟁'을 벌인 뒤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정권과 문재인 정부의 일원으로서 원팀 정신에 따르자는 고마운 권고로 이해됐다″며 일단락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연초 정세균 국무총리와 '보편지급 논쟁'을 벌인 뒤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정권과 문재인 정부의 일원으로서 원팀 정신에 따르자는 고마운 권고로 이해됐다″며 일단락했다. 연합뉴스

그는 정 총리, 이 대표에 비해 방역과 재정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다선 의원은 “3차 재난지원금 논의에도 이 지사가 보편지급을 끝까지 주장하며 이슈를 선점했다”며 “나라가 국민 대신 빚을 져야 한다는 명분을 통해 국민 공감대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세 사람의 이견과 충돌을 단순한 재난지원금 논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 지사와 이 대표간 양강 구도로 전개됐던 당내 차기 경쟁 구도에 정 총리 등 제3의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당내 경쟁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출신(호남)과 경력(총리)등이 겹치는 이 대표와 정 총리는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별도 회동을 통해 각자의 해법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대표는 사면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했고, 정 총리와 이 지사간 전국민 재난 지원금 논쟁이 거세게 붙었다. 
 
정치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재난지원금 국면에서 이 지사가 지지율 상승효과를 가장 많이 누렸고, 정 총리는 선별지급 논쟁을 벌이며 합리·중도 주자로 양강구도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며 “이 대표는 사면론 주장 이후 다소 신중한 기류지만 향후 문 대통령의 반응 등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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