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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발 헛디뎌 6개월 요양땐, CEO가 감방 갈수도" [중대재해법 Q&A]

중앙일보 2021.01.10 16:35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망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보자는 입법 취지에는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정의, 처벌 수위, 적용 범위와 시기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평가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보완ㆍ수정 요구가 크고, 부작용도 예상되는 만큼 법 시행 이후에도 파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논란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중대재해법 Q&A

중대재해법 통과 후 전태일 찾은 정의당   (남양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10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에서 헌화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중대재해법 통과 후 전태일 찾은 정의당 (남양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10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에서 헌화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중대재해란 무엇인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와 시설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인 재해와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인 재해 등을 의미한다.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의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사회적 참사가 포함된다. 입법 취지상 산업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중대재해법에 시민재해 개념을 넣은 것에 대해 “시민재해와 산업재해가 뒤범벅된 법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 한국이 유일하다”(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판도 나온다.
 
어떤 의무가 발생하나.
법조문을 옮기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ㆍ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이다.
 
이를 위반하면 누가 어떤 처벌을 받나.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처벌 대상이다.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와 같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책임이 있는 사람이나 안전담당 이사 등을 가리킨다.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노동자가 다치는 경우도 처벌하나.  
부상 및 질병에 대해서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할 경우다.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예컨대 생산직 근로자 2명이 기구나 물건을 운반하다 발을 헛디뎌 염좌 등의 진단을 받고 6개월 이상 요양(통원 포함)하면 최악의 경우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산업안전법은 부상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경영책임자나 법인은 중대재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진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처벌받나.
위에서 언급한 법이 정한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에만 처벌한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이 의무 조항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 많고, 준수 의무가 광범위해 법 시행에 대비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지키지 않아야 경영 책임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지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명확한 의무 범위가 명시돼 있지 않고, 형벌만 높다. 중대재해법 대신 똑같은 모호성을 가진 산안법을 제대로 정비하는 게 맞다”(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노동계에서도 "규정이 모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불만이다. 여야와 정부는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예외 조항은 없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중소업체는 법 공포 후 3년까지는 적용이 유예된다.  
재계vs노동계 중대 재해법 입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재계vs노동계 중대 재해법 입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청업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일감을 발주한 원청업체가 법 적용 대상이라면 함께 처벌받는다. 하청 업체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처벌을 비껴가더라도, 해당 원청업체의 경영 책임자 등은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기관의 시설ㆍ장비ㆍ장소 등에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그러나 자의적인 법 해석과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영계의 반발이 크다. 정작 사고를 일으킨 회사는 작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하고,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원청은 무한 책임을 지는 구조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법 적용이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관련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안 통과에도 노동계의 반발이 큰 이유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종사자의 40%, 산업재해발생 사업장의 30%, 산업재해 사망자의 20%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데 이를 일괄적으로 배제했다. 법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업장을 쪼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 또 경영책임자에 안전담당 이사를 추가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줬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안전·보건조치 위반 시 사업주 처벌기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안전·보건조치 위반 시 사업주 처벌기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해외와 비교하면 어떤가.
주요국에도 비슷한 법안이 있지만, 한국의 중대재해법의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게 경영계의 지적이다. 인신구속형 처벌을 보면 미국은 6개월 미만 징역,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독일ㆍ프랑스ㆍ캐나다는 1년 이하 징역 등이다. 영국은 산업안전법에서 '2년 이하 금고'로 처벌하며, 우리 중대재해법의 ‘모태’ 격인 법인과실치사법에서는 법인에 대한 처벌만을 규율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없더라도 한국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형량(7년 이하 징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서는 효과가 있었나.
“법인과실치사법으로 높은 수준의 벌금을 부과받은 중소기업 28개 중 57%(16곳)가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했다. 법 도입에 따른 사망자 감소 영향은 크지 않았다”(빅토리아 로퍼 영국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지적이다. 법인의 수가 많지 않아 이를 일반화하긴 힘들다. 다만 영국은 법인과실치사법을 제정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기업 과실의 독특한 성격과 기업의 성질을 이해하려는 정부의 진지한 시도”(제임스 J 고버트 영국 국립에식스대 법대 교수)라는 평가도 있다. 노동자의 사망을 기업이 매우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산업안전에 대한 인식을 크게 높였다는 의미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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