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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4곳 다 세금냈는데 지원금은 1곳만" 자영업자의 분노

중앙일보 2021.01.10 12:00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거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 영업 종료를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거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 영업 종료를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뉴스1

“영업장 수대로 꼬박꼬박 세금은 내게 하더니, 이런 위급 상황에서 최소한의 도움도 안 주나.”
서울 충무로 인근에서 당구장과 노래방, 음식점 등 총 4곳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47)씨의 한탄이다. 지난해 추석 무렵 2차 재난지원금(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을 신청할 때 황당함이 3차 재난지원금 때도 달라진 게 없어서다. 이씨는 2차 재난지원금을 받을 때 업소 4곳의 명의가 모두 자신으로 돼 있어서 1곳분의 지원금밖에 받지 못했다. 오는 11일부터 지급되는 3차 재난지원금도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이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청에 항의 전화를 해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소상공인 지원센터는 전화 연결조차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업장 4곳에서 월세·관리비가 매달 나가고 있는데 사업주가 같다는 이유로 1곳에 해당하는 지원금만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지원금'이라고 하는 용어 자체도 '피해보상금'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 영업시간을 강제로 금지·제한하게 했으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는 게 당연한 건데 '지원'해주니 고마워하라는 생각인 것 같다"면서다.
 

차수 늘수록 재난지원금 '구멍'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을 하는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늘어나면서 중고 헬스기구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중고 헬스기구 매입·판매업체 창고에 헬스기구가 가득 쌓여있는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을 하는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늘어나면서 중고 헬스기구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중고 헬스기구 매입·판매업체 창고에 헬스기구가 가득 쌓여있는 모습. 뉴시스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지원금 차수가 늘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기계적' 일괄 지급에 형평성 논란 등이 일면서다.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로 ▶일반 ▶집합제한 ▶집합금지 업종으로 분류해 일정 금액을 주겠다고 밝혔다. 정부 방침에 대한 주된 불만은 “신속한 지원금 지급도 중요하지만, 선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세분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영업이 중단·제한되거나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280만명에게 오는 11일부터 현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집합금지’ 업종인 유흥시설·노래방·실내체육시설 등은 300만원 ▶‘집합제한’ 업종인 음식점·카페·PC방 등은 200만원 ▶‘일반’ 업종(편의점 등)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줄었고 연 매출 4억원 이하면 100만원을 받는다.
 
자영업자들은 사업장 위치와 업종에 따라 피해가 천차만별이라며 동일한 지원액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칼국수 등 점심 위주의 장사를 하거나 배달에 특화된 업종은 오후 9시 영업시간 제한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도 술집과 똑같이 20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이럴 경우 지원금을 더 받고 싶어서 집합제한이나 금지가 더 연장되길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선 최근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자영업자 커뮤니티가 생겼다. 이곳에는 "한 달 동안 집합 금지한 업종과 오후 9시까지 영업에 배달까지 가능한 업종 지원금 차이가 100만원밖에 안 된다"고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월세 100만원 식당과 월세 1000만원인 헬스장·실내골프장의 지원금에 별 차이가 없다" "배달업으로 매출이 오른 곳까지 재난지원금을 주나" "매장 오픈 시기에 따라 지원금을 못 받기도 한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위로 성격 지원금은 피해에 비례해야” 

서울 시내에 운영이 중단된 골프연습장.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운영이 중단된 골프연습장.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급 기준은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현장과 동떨어진 지원'이라고 목소리를 내는 건 결국 합리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원금은 '피해자 위로' 성격을 띠고 있어 피해 비례 원칙에 따라 주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 주도의 지원 방식은 각 지역과 피해 업종의 특이점을 고려하기 어려워 선별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지자체의 역할을 키우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석환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핀셋 지원'을 하려면 대상자 선정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다수가 만족하는 잣대를 찾기 어렵고 정보수집에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며 "그러다 지원 적기를 놓칠 수도 있어서 현실적으로 차등 지급이 힘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이지만, 지원금 차수가 늘수록 현장에 맞게 정책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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