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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충청도 양반운전’과 ‘서울 끼어들기’ 차이도 안다”

중앙일보 2021.01.10 10:00
택시 부르던 '카카오T' 앱으로, 자율주행 차도 부른다. 요금은 1000원. 지난달부터 세종시에서 현실이 됐다. 국내 최초, 돈 내고 호출하는 자율주행 셔틀이 정부 청사 안팎 4㎞ 구간을 오간다. 
 

[인터뷰] 세종시 '자율주행 콜 셔틀' 카카오ㆍa2z

서비스를 기획·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의 장성욱 상무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이하  에이투지)의 한지형 대표를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만났다. 이들은 “구글 웨이모도 국내 도로에선 우리를 못 이길 것이다”(장 상무), “자율주행은 지역 일자리를 만든다”(한 대표)고 했다.
왼쪽부터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와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상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왼쪽부터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와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상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세종시 교통업계와 갈등은 없나.
한지형 대표(이하 한) :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순조롭게 도입되었다. 세종시는 도시는 커지는데 버스나 택시를 늘리기 어려워 평소 교통 민원이 많다. 그래서 자율주행 셔틀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었다.
장성욱 상무(이하 장) : 서울만 보면 ‘자율주행이 굳이 필요한가’ 싶지만,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자율주행은 기존 사업자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시민의 이동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세종시 자율주행 셔틀은 시가 허가한 체험단 60여 명이 카카오T 앱으로 사용하며, 앞으로 이용 대상을 늘릴 예정이다. 에이투지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현대자동차 출신들이 2018년 창업한 에이투지는 서울·성남·안양·세종·대구·광주·울산 등의 지자체와 자율주행 연구·사업을 해왔다.
 
자율주행이 사업성이 있을까?
한 : 일반 승용차보다는 특정 구간 셔틀이나 청소차 같은 특수차량 자율주행의 경제성이 높다. 에이투지는 광주광역시와 청소차·순찰차 자율주행을 추진하고 있다. 새벽 청소차의 야간 운전이 고되고 사고 위험도 있는데, 자율주행이 해결할 수 있다.
장 : 화물차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카모는 지난해 11월 화물차 자율 군집주행 플랫폼을 개발해 시연했다. 화물차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장시간 고속 운전을 하는 화물차 기사들의 피로를 줄여 사고 위험을 낮추고, 차량 연비도 개선된다.
 
자율주행 차를 탔다가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되나.
한 :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 상품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종시 셔틀은 승객을 태우기 때문에,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 유상 운송 보험(현대해상)에 가입했다. 소프트웨어로 달리는 자율주행 차량은 운전자 과실을 따지기 어려운데, 사고 시 피해자에게는 보험사가 먼저 배상하고 추후에 제조사와 원인을 분석하게 된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한데.
장 : 자율주행은 그 지역의 도로 특성과 인프라, 교통 문화, 기후를 익혀야 한다. 자본과 기술력의 ‘끝판왕’이라는 구글의 웨이모가 한국에 들어온다 해도 국내 업체가 경쟁력 있는 이유다.
한 : 지역별 운전 스타일도 배워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충청도에선 ‘양반 운전’을 해도 되지만 서울·경기에서는 ‘우회전 차선에 들어서려면 머리부터 들이밀라’고 배운다. 최근 킥보드와 배달 오토바이가 늘어난 것도 중요 변수다.
 
2020년 12월 17일 세종시에서 카카오T앱으로 자율주행 셔틀 유상 호출 서비스가 시작됐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2020년 12월 17일 세종시에서 카카오T앱으로 자율주행 셔틀 유상 호출 서비스가 시작됐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국내에서 무인 자율주행은 아직 허용되지 않았다. 세종시의 자율주행 셔틀 운전석에는 사람(세이프티 드라이버)이 탑승한다. 핸들은 안 잡지만 위급 상황에 대비한다.
 
어쨌든 차에 사람이 타는 거다. 
장 : 자율주행은 사람을 차에서 제거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높여준다. 미래의 버스·택시 운전자는 승객의 안전을 챙기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객실 매니저 같은 직업이 되지 않을까.
한 : 순찰차가 자율주행을 해도 경찰이 탄다. 지금은 경찰이 운전하며 전방 주시해야 하지만, 자율주행 순찰차에선 주위를 충분히 살피며 순찰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치안 효과가 훨씬 높아진다. 이와 별개로, 자율 주행 기술은 많은 지역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지역 일자리와는 무슨 관계가 있나.
한 : 에이투지는 경북 경일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경일대 학생들에게 자율주행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대구·경북 지역의 현대차 1차 협력업체들에 취업한다. 차량은 스마트폰과 달라서 한 번 확정한 부품을 잘 안 바꾼다.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때 국내산 자율주행차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외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 그제서야 국내 부품사가 자율주행 부품 제조기술을 따라잡으려고 하면 늦는다. 패스트팔로워 전략을 써도 어렵다. 여기에 지금 투자해야 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유지된다.
 
카카오는 왜 타사와 협력하나?
장 : 자율주행이 발달하면 영역 간 경계가 무너진다. 만약 운전기사가 없는 차를 호출했다면, 그건 택시인가 렌터카인가? 택배기사와 화물을 태운 자율주행차는 여객운송인가, 화물운송인가? 그래서 자율주행은 타 업종 간 협력이 중요하다. 다양한 파트너십을 만들려고 한다.
 
여러 기업들이 자율주행을 연구·개발하지만 다른 그림을 그린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게 자율주행은 ‘자율주행 배달’이고, 쏘카에겐 ‘자율주행차 공유’다. 그렇다면 카카오에겐 뭘까.
 
카카오가 그리는 자율주행의 큰 그림은.
장 : 일상의 이동에서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T 데이터를 분석해 목적지 별 최적의 승하차 지점을 찾아낼 수 있는데, 이를 자율주행에 결합하면 보다 엣지 있는 서비스가 된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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