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이재명, 남양주시장과 난타전…"도민에 부끄럽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잘 나가는' 이 지사지만 자신의 관할 지역 시장과 처절한 국지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는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조광한 남양주시장이다. 지난해 경기도와 남양주시는 감사 11차례(도→시), 권한쟁의심판청구 2차례(시→도), 고발ㆍ맞고발(도↔시) 등의 난타전을 벌였다.

이쯤되면 '이재명-조광한 전쟁'으로 불릴만하다. 지난달 28일 조 시장이 이 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자 이틀 뒤 이 지사가 조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맞고발하기도 했다. 친문(조광한)이냐 아니냐(이재명), 두 사람의 다른 정치적 배경까지 조명되는 이 싸움에 경기도 내에선 “도민에게 부끄럽다"(경기도의 모 단체장)는 탄식도 터져나온다.
    
◇경기도 아닌 정부 정책 택한 조광한= 발단은 지난해 3월 이 지사가 제창한 ‘재난기본소득’ 논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대책으로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을 꺼냈고 지급 방식으로는 전(全) 주민 지급(보편복지)이냐,소득별 지급(선별복지)이냐를 논의 중이었다. 이 때 이 지사는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해야 한다며 ‘기본 소득’을 내세웠다.  
나아가 이 지사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 정책에 동참하면 인구 1인당 1만원 상당의 도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을 주겠다"며 동참을 유인했다. 이즈음 정부가 하위 소득 70%에게만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4월 3일 정부합동브리핑)했음에도, 경기도 내 지자체 대다수가 정부 기준이 아닌 경기도 기준을 따르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남양주시는 “소득 하위 70%에게 1인당 현금 15만원을 지급하겠다”(4월 8일)며 다른 길을 갔다. 이날 조 시장은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 지사가 시장ㆍ군수들과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까지 열어 기본소득 정책 동참을 제안했는데, 남양주시가 따로 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 지사도 “모든 시ㆍ군이 경기도가 하는 것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며 남양주시의 뜻을 존중했다.  
 
3주 후 남양주시는 ‘전 주민 10만원 지급’으로 선회(4월 28일)했다. 언뜻 보면 경기도의 뜻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기가 미묘했다. 정부가 민주당과 합의해 방침을 '전 국민 지급'으로 바꾼(4월 22일)뒤였다.  
 
◇“보복 행정” vs “부정부패 청산”=이런 가운데 7월 초 경기도는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 비리 의혹 감사에 나섰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남양주시엔 ‘남양주시 비서실 A 팀장이 공금 25만원을 유용했으니 중징계하라’는 통보도 했다. A 팀장이 시장 업무추진비로 2만5000원짜리 커피 상품권 20장을 구매, 그중 10장(25만원 상당)을 총무과ㆍ기획예산과 직원에게 나눠준 게 공금 유용이란 이유였다.   
 
이즈음 경기도는 남양주ㆍ수원시를 뺀 29개 시ㆍ군에만 총 1152억원의 특조금을 지급한다고도 발표했다. 남양주와 수원이 지원금을 지역 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줬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남양주시는 “지역 화폐로 줘야만 특조금을 준다는 정식 공문도 없었다” “현금 지급도 재난지원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남양주시가 공지를 무시했다”며 맞섰다.  
'이-조'의 전쟁은 감사 문제로 번졌다. 2020년 한 해 경기도의 남양주시 감사는 11차례나 진행됐는데, 이는 전년도(4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였다.  

이후 조 시장은 ‘행정 보복 중단’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교부금 미지급은 도지사 재량권 남용” “마구잡이식 감사는 지방자치권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2차례 권한쟁의심판(7월ㆍ11월)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부정부패 청산에는 예외가 없고 불법행정과 부정부패에는 내 편 네 편이 있을 수 없다”(11월 페이스북)고 주장했다. 
 

◇서로 다른 정치적 배경=충돌의 배경에 두 사람의 다른 정치적 이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문 세력과 거리를 둬온 이 지시와 달리 조 시장은 1990년 민주당 당직자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을 지낸 이력을 토대로 친노ㆍ친문임을 표방해 왔다. 조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때 홍보물에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모셨다"고 쓴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남양주선관위는 이 문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경고를 했다. 조 시장측에선 “이런 이유 때문에 경기도로부터 핍박을 받는 것 같다”는 주장도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 지사측 인사는 “범죄 의혹이 있는 도내 지자체장을 적법하게 감사하는 것일 뿐, 개인적 감정이나 정치적 배경, 보복 행정 이런 말들은 이번 사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전쟁의 결말은 검찰 수사 결과의 향배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