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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새해 첫날 아침 오대산 적멸보궁에 오르며 깨달은 것

중앙일보 2021.01.10 09:00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71)  

신축년 원단, 오대산 적멸보궁에 올랐다. 칼바람 부는 매섭고 가파른 길이었지만 법구경의 말씀과 헤르만 헤세로 행복했다. 산사에서 헨델을 듣고 법구경의 말씀에서 헤세를 생각하는 나는 경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선함과 사랑. 이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임을 오늘도 깨닫는다.
 
남자가 어떤 일을 함에 옆지기의 응원을 받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니면 조심스럽고 위축되고 주저하게 된다. 나의 경우 최근 유튜브가 그렇다. 남들 보도 않는 유튜브를 무슨 열심으로 잠도 안 자고 종일이냐 핀잔주고, 촬영이라도 할라치면 못마땅해하고 좀 찍어달라 하면 성의 없이 엉망으로 찍어 나를 화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요, 편집이라도 할라치면 눈치 보여 또 화나고 했었는데, 이제는 많이 변했다. 채널 구독이며 좋아요도 눌러주고, 촬영기사 역할도 곧잘 해준다.
 
이 모든 것이 최근 시작한 인터뷰 덕분이었다. 굳게 믿고 있다. 들어보니 나쁘지 않구나 부끄럽지 않다 뭐 이런 심사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아침도 신년에 내보낼 노래 하나 촬영하는데 직접 카메라를 잡아주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언젠가 남편 자랑 한번 해보라는 사람들의 성화에 “우리 남편은 정직하고 열정이 있습니다. 그 사람 데려가는 회사는 복 받은 겁니다”고 했을 때 느꼈던 그 기분을 다시 느낀다.
 
 
혹독한 겨울, 고난의 산막이 시작되었다. 산막의 겨울은 혹독하다. 산막 가는 길이 눈으로 덮여 차는 밭두렁에 처박히고, 수도는 고장 나고, 천정에서 물은 떨어지고, 한밤중 참으로 심란한 상황이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차는 레카 불러 꺼내면 되고 수도는 고치면 되고 물은 떠다 먹으면 되고 그랬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모두가 마음에서 비롯되는구나. 이 겨울, 하늘께서 물 귀한 줄 알라고 한 교훈으로 여기고 어서 수리되길 기다린다.
 
고백하거니와 어젯밤은 심란했었다. 죄 없는 곡우에게 화도 내고 그랬다. 왜 그랬던가? 내 맘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네 가지의 원인이 있었더라. 물 안 나오는 것도 그중 하나였으나 그건 자연의 문제이니 차라리 나은데, 나머지는 모두 사람에 관한 일이니 참 다스리기 쉽지 않더라. 실망도 하고 미워도 해보고 안타까워도 해보지만 결국 나 스스로 풀지 않으면 답 없음을 다시 깨닫는다. 수도는 사람 불러 고치면 되지만, 사람은 내가 스스로 고치고 정리해야 한다. 이 간명한 진리를 일 년 열두 달 수도 없이 겪으면서도 우리는 늘 이렇게 반복한다.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지만, 과속방지턱 차 조심 운전하라는 곡우 잔소리와 밤길 전조등에 비친 산길이 마치 눈 온 것처럼 하얗게 보여 ‘눈 왔나 보다’ 했다가 ‘저게 어디 눈이냐 그냥 길이다’며 다투다가 차 세우고 확인해보니 결국 아니었다. 그래서 내 눈이 왜 이런가, 내가 늙어 이젠 헛것이 보이는구나 서글펐던 마음도 그 심란함에 분명 일조했음도 밝힌다. 그 어지럽던 통나무들 저렇게 예쁘게 잘 쌓여있고 겨울 산막은 이렇게 따뜻하고 평온한데, 그래서 심란하던 마음자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온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누가 우리네 삶을 무겁다 하는가? 무슨 큰 문제가 아니다.
 
삶이 이렇게 가볍다. 겨울 한밤 들어와 불 피우는 일도 간단치가 않다. 착화제를 썼었는데 그마저 떨어져 장작을 여러 번 쪼개서 불쏘시개를 만들었다. 결대로 쫙쫙 갈라지는 장작.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일주일쯤 방에 두면 바싹 마를 테니 불붙이기는 여반장. 나무 하나가 그리 소중할 수가 없다. 살 에이는 한 겨울밤, 하늘을 향하는 난로 연기는 참 아름답다. 활활 제 몸 태워 대기를 덥히고 지풍화수 자연으로 돌아가는 나무. 그 푸르르 귀의에 문득 숙연해진다.
 
눈 덮인 산막. 혹독한 겨울, 산막에 내려앉은 하얀 눈이 눈부시다. [사진 권대욱]

눈 덮인 산막. 혹독한 겨울, 산막에 내려앉은 하얀 눈이 눈부시다. [사진 권대욱]

 
기업의 비전이 아무리 훌륭하고 그 사명이 아무리 고매하더라도 존재치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기업은? 당연히 이윤으로 존재한다. 목적은 아니지만 수단으로서는 필요하고 충분하다. 한시도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2021년 어감도 좋은 이 희망의 신년 앞에 이익 극대화의 기치를 높이 든다. 매출증대와 비용절감. 이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 예외일 기업도 사람도 없다. 매출증대를 위한 노력은 당연하지만 다섯번 묻고 물어, 꼭 써야 할 비용만 쓴다. 개인적으로는 몰라도 회사적으로는 눈에 불을 켤 것이다. 그런데도 애정과 신뢰는 여전할 것이니 이해해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 그 돈 벌어 무엇을 할 거냐 묻는다면 직원과 주주, 회사의 모든 이해당사자를 위해 좋은 일에 쓸 것이라 한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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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욱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필진

[권대욱의 산막일기] 45년 차 직장인이자 32년 차 사장이니 직업이 사장인 셈이다. 일밖에 모르던 치열한 워커홀릭의 시간을 보내다 '이건 아니지' 싶어 일과 삶의 조화도 추구해 봤지만 결국 일과 삶은 그렇게 확실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 애써 구분할 필요도 없음을 깨달았다. 삶 속에 일이 있고 일속에 삶이 있는 무경계의 삶을 지향하며 쓰고 말하고 노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강원도 문막 산골에 산막을 지어 전원생활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60이 넘어서야 깨닫게 된 귀중한 삶과 행복의 교훈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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