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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원 생수'로 버핏 제쳤다, 세계 6위 부자 된 中 은둔 회장

중앙일보 2021.01.10 05:00
생수로 갑부 된 중샨샨 회장. 영어권에선 '종샨샨'으로도 알려져있다. [중앙포토]

생수로 갑부 된 중샨샨 회장. 영어권에선 '종샨샨'으로도 알려져있다. [중앙포토]

 
중국에 가면 자주 마주치는 빨간 라벨의 생수병. 14억 중국 내수 시장을 꽉 잡은 생수 기업 농푸산취안(農夫山泉) 생수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중샨산(鐘睒睒)이 1996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세운 회사다. 올해 67세인 중 회장은 지난 6일 자로 아시아 최고 갑부이자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을 누르고 세계 6위 부자로 등극했다. 경제 전문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 순위에서다. 중 회장의 자산은 917억 달러(약 99조원), 버핏은 882억 달러다. 기본 500mL 한 병에 2위안(약 330원) 하는 하는 생수를 팔아 100조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  

 
중 회장의 도약은 지난해 9월 8일 홍콩 증시에 농푸산취안을 기업공개(IPO)하면서 상장한 덕이다. 농푸산취안은 상장 당일 주당 21.5 홍콩달러(약 3017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7일 주당 65.90 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약 200%가 넘는 폭등이다. 특히 올해 첫 거래일인 4일과 다음 날까지 주가가 18% 뛰면서 중 회장의 재산이 버핏을 넘어섰다. 중국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등 쟁쟁한 부호들은 물론, 아시아 최고 부호 자리를 오래 지켜온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역시 앞질렀다.  
 

끼니 위해 초등학교 자퇴, 벽돌공으로  

 
그의 어린 시절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부모가 문화혁명에서 숙청 대상으로 몰려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다. 초등학교를 자퇴하고 건설 현장에서 벽돌공으로 일하기 시작한 게 12살 무렵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학업에 대한 목마름은 21살 저장(Zhejiang) 라디오&TV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하면서 풀었다고 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방송통신대에 해당한다.  
 
학위 취득 후엔 저장성의 지역 관영 신문사에 들어가 기자로 일하다 사업 전선으로 뛰어든다. 포브스는 “버섯부터 음료, 건강 관련 제품까지 중 회장은 다양한 물건을 팔며 사업 경험을 쌓았다”며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부자”라고 평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마크 태너는 포브스에 “중 회장이 영업을 통해 쌓은 경험은 농푸산취안의 4500여개 유통망 구축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농푸산취안은 한국 지드래곤(GDㆍ권지용)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충칭시 대형 쇼핑몰 LED 전광판 [농푸산취안 웨이보]

농푸산취안은 한국 지드래곤(GDㆍ권지용)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충칭시 대형 쇼핑몰 LED 전광판 [농푸산취안 웨이보]

 
중 회장이 신문사를 그만둔 것은 88년이다. 이후 96년 농푸산취안 창업까지 그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하나의 아이템에 우선 집중하기로 한다. 생필품 중에서도 가장 기본인 물이다. 중국 시장이 인구는 많은데 마땅한 생수 기업이 없다는 데 착안했다. 당시 중국 생수 시장은 대만 기업인 캉스프(康師傅)가 석권했다. 중 회장은 “우리는 대자연의 심부름꾼일 뿐이다”라는 모토를 앞세우고 ‘농부가 마시는 샘물’이라는 뜻의 ‘농푸산취안’을 브랜드 이름으로 내세웠다. 2011년부터는 캉스프를 앞질러 현재는 57%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한다.  

 

생수는 시작일뿐, 백신까지 확장  

 
14억이 마시는 생수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억만장자가 됐지만 중 회장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탄산수와 주스ㆍ커피 등으로 품목 다각화에 나선다.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읽고 한발 앞서 나가며 제품을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동시에 바이오기업에도 일찌감치 관심을 보이며 완타이 바이오팜(万泰生物)이라는 회사도 경영하고 있다.  
 
농푸산취안의 빨간 라벨은 유명하다. [위키피디아 커먼스]

농푸산취안의 빨간 라벨은 유명하다. [위키피디아 커먼스]

 
완타이 바이오팜은 지난해 4월 상하이거래소에 상장하며 주가가 2500% 급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며 기업 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앞서 읽는 그의 ‘촉’의 결과다.  
 
이러다 보니 중국 내에선 “(마윈으로 대표되는) 마 씨의 시대가 가고 중 씨의 시대가 왔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사업가들에겐 조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모난 돌이 되면 정을 맞을 수 있다는 것.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나면 사업은 물론 수감과 심하면 사형까지 구형될 수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을 비판한 뒤 호된 매운맛을 보고 있는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중 회장은 다르다. 그의 별명은 ‘외로운 늑대’다. 그만큼 대외활동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그것이 벽돌공 출신의 자수성가 부호인 중 회장의 철학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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