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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걸

중앙일보 2021.01.10 00:02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2018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첫선을 보였던, 루카스 돈트 감독의 인상적인 데뷔작 ‘걸’은 소년에서 소녀로 성장하는 라라(빅터 폴스터)가 주인공이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라라는 또래의 다른 ‘걸’들과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남자로 태어났지만 이젠 여자로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라는 것. 호르몬 치료와 상담 등을 통해 서서히 여성의 몸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서 영화는 라라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보다는, 라라의 내면에 더 관심을 쏟는다.
 
그영화이장면

그영화이장면

퀴어 시네마이자 성장 영화인 ‘걸’에서 라라는 모호한 경계 위에 있다. 그 심리 상태는 ‘거울’을 통해 반영된다. ‘걸’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라라가 거울 앞에 있는 신들이다. 라라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지만, 발레리노에서 발레리나로 변해가고 있지만, 그 사실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거울 앞에 서고 자신의 육체를 비추어 본다. 발레를 할 때 꽁꽁 싸맸던 몸을 해제시키고, 온전히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 그 앞에서 라라는 변화를 확인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자학을 하기도 한다.
 
‘걸’은 조금은 특별한 성장기처럼 보이지만, 라라의 이야기는 모든 틴 에이 저들이 겪는 성장통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그 시절 누구나 거울 앞에 서서 변해가는, 혹은 빨리 변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떨지 않았던가. ‘걸’은 그런 불안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거울 앞에서 펼쳐나간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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