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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야, 아직은 때가 아니란다” 조산 진단해주는 전자약 개발

중앙일보 2021.01.09 10:00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를 특수 안전장치가 장착된 기기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를 특수 안전장치가 장착된 기기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지난 2016년 부산에서 의사 장모씨가 당시 생후 4개월 된 자신의 딸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자신도 스스로 근육이완제를 과다 투여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장씨는 딸이 조산(早産兒)로 태어나 발육 부진이 있었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생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렇게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자궁 수축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자궁 수축을 억제해 조산을 방지하는 약을 개발해서다. 
 

KIST, 조산 위험 억제 전자약 개발

도넛 형태의 전자약은 생체친화적인 소재로 제작해 임산부의 자궁경부에 삽입이 가능하다. [사진 KIST]

도넛 형태의 전자약은 생체친화적인 소재로 제작해 임산부의 자궁경부에 삽입이 가능하다. [사진 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안기훈 교수팀과 함께 조산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자약(Electroceutical)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전자약은 먹는 경구약이나 주사를 맞는 약물 형태가 아니라, 신경회로를 자극해 신체의 대사 기능을 조절하는 치료약을 가리킨다. KIST는 “부정맥·요실금 치료용 전자약은 개발됐지만, 조산 진단·치료용 전자약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약은 지름 3~5㎝, 두께 1㎝의 전자회로를 동그랗게 팔찌처럼 만들어 실리콘 소재로 덮은 형태다. 생체 친화적인 소재로 제작해 임신부의 자궁경부에 삽입이 가능하다. 삽입된 전자약의 신경 전극은 자궁 수축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조산할 때 자궁은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데, 신경 전극이 이런 현상을 감지한다.
 
전자약은 조산을 인지할 뿐만 아니라, 조산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전기신호를 발생하도록 신경 전극을 설계해서다. 교감 신경이 자극 받으면, 자궁 근육이 이완해 자궁 수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연구진은 쥐와 돼지를 이용해 전자약이 발생한 전기자극이 자궁 수축 현상을 지연·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자궁 경부에 삽입…전기 자극 치료

이번 연구 결과는 미숙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통 아기는 임신 37~42주 사이에 태어나는데, 이보다 이른 20~37주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조산아라고 한다. 매년 국내서 태어나는 아기의 12.7%가량이 조산아다. 
 
조산은 명확한 예방법과 치료법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신생아 사망 원인의 80%가 조산일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임신부가 스스로 검사를 받아야 검진이 가능하지만,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치료용 약물(자궁수축 억제제)은 일부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기훈 교수는 “조산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치료 약물이 있지만 부작용이 있고, 효능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사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미숙아. 신인섭 기자

서울아산병원 신생사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미숙아. 신인섭 기자

연구진은 앞으로 안전성 연구를 거쳐 향후 3년 안에 인체 대상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조산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한다. 
 
안 교수는 “전자약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전자약이 감지한 조산 위험 신호를 스마트폰을 통해 임산부에게 알려줄 수 있다”며 “조산으로 인한 영아 사망과 후유증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학술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KIST 논문이 게재된 국제전기전자공학회 학술지. [사진 KIST]

KIST 논문이 게재된 국제전기전자공학회 학술지. [사진 K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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