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밑줄긋기 바꾸다 '엉망'된 변호사시험 …나경원 "또 법무부"

중앙일보 2021.01.09 07:00
변호사 시험 응시생이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시험장에서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 시험 응시생이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시험장에서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부터 9일인 이날까지 4박 5일간 진행 중인 제10회 변호사시험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전 줄긋기 금지’ 공지가 뒤바뀐 것은 물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모의시험 해설 자료와 유사한 구조의 문제가 출제됐다는 의혹마저 불거진 탓이다. 의혹을 제기한 변호사는 오는 11일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겠다면서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바뀐 밑줄 공지에 뿔난 응시생

그간 변호사시험에서는 항상 법전에 메모(밑줄) 등 어떤 표시도 허락되지 않았다. 앞서 법무부 역시 응시자들에게 ‘법무부 장관’ 명의로 낸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장소 및 응시자 준수사항 공고’에서 이번 변호사시험도 ‘줄긋기 등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공지했다.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장소 및 응시자준수사항 공고. 독자 제공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장소 및 응시자준수사항 공고. 독자 제공

 
그러나 법무부는 시험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 7일 오후 1시 반쯤 다른 해명을 내놨다. “응시자 여러분의 불편 민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안내드린다”고 운을 떼며 “밑줄은 가능하다(형광펜 밑줄 가능)”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적인 시험관리관 행동 수칙 전달 및 이행이 원활하지 않아 응시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은 양해 바란다”고 사과했다.  

 
일부 고사장에서만 메모와 형광펜 등이 허용되자, 변호사 고시생들 사이에 법무부를 향한 민원이 빗발치면서 새로 입장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변시생 A(32)씨는 “일부 고사장에서만 허용된 행위를 방관‧방치하는 것을 넘어서 되레 원래 허용된 행위였다고 말하는 법무부의 태도가 적반하장”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변호사시험 출신 방효경 변호사는 “결국 학생들이 이 법전을 쉬는 시간에도 가지고 있게 되므로 시험 시간에 밑줄 친 것인지, 쉬는 시간에 밑줄 친 것인지 식별할 수 없다”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빨리빨리 법조문을 찾아서 답을 적어야 하는 사례형‧기록형에서 주요 조문이 밑줄 및 체크되어 있느냐에 대한 여부는 시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의 문자 공지. 독자 제공

법무부의 문자 공지. 독자 제공

 
다만 법무부는 그간 법전 줄긋기를 금지한 취지는 나흘 동안 법전을 매시간 회수한 후 무작위 배포해 여러 응시생이 돌려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사용자를 배려하기 위한 준수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응시자 간 접촉 최소화를 위해 법전에 최초 사용자 이름을 기재하고, 나흘 동안 사용하기로 방침을 변경했기 때문에 법전 줄긋기를 금지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고사장 별로 중구난방으로 공지가 시행된 점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연세대 모의시험과 유사한 변시 문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험 문제 일부가 연세대 로스쿨 모의시험 해설 자료와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의혹의 출발은 강성민 서울변호사협회 대변인(법률사무소 지음)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10회 변호사시험 문제와 모 학교의 모의시험 문제’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고 “참고로 저 문제는 시중 어느 교재에도 없는 문제”라고 적으면서다. 이어 그는 “변호사 시험 문제에 대한 모범답안은 저 자료에서 이름만 바꾸면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강 변호사는 “당장 출제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형사고발을 할 예정”이라고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논란이 된 문제는 종중의 재산과 관련, 행정부가 공익을 위해 권리나 소유권을 강제로 수용했을 때 벌어지는 권리 다툼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는 지난해 2학기 연세대 로스쿨 ‘공법쟁송실무’ 수업에서 배포된 기록형 모의시험 해설자료와 세부적 논점마저 겹친다는 것이 의혹의 요지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공법 기록형 문제 출제위원 중 해당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없으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변호사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은 법조계 안팎으로까지 번졌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시험을 응시한 수험생들과 로스쿨 학생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의 주무 부처가 또 법무부”라며 “제발 일 좀 제대로 합시다”라고 질타했다.
 
김수민·박현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