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상일동 일대에 개발 중인 고덕강일지구.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지난해 말 분양한 민영주택 청약경쟁률이 250대 1을 넘겼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4인 가족 가능한 최고 청약가점 69점
당첨 안정권이었다가 이젠 커트라인
공공분양 당첨 청약저축액도 치솟아
특별공급에 물량 줄고 부양가족 수에 밀려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청약가점인 69점이 ‘로또’ 분양시장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분양시장이 청약과열 양상을 보이며 민영주택 당첨 커트라인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공공분양도 청약저축액 당첨 커트라인이 급등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당첨 커트라인 고공행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커트라인 동점이면 추첨
민영주택 당첨 안정권이던 69점이 로또 아파트 커트라인으로 굳어지고 있다.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이 당첨자 발표 결과 서울과 기타 수도권 30개 모집단위의 당첨자 최저 청약가점이 64~69점이었다. 69점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4개 타입 최저였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54개 모집단위에서 24개 커트라인이 69점이었다. 23개는 69점을 넘겼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 별내자이더스타도 15개 모집단위 중 7개 커트라인이 69점이었다. 같은 달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 3개 모집단위 모두 최저 가점이 69점이었다.

로또 아파트 당첨자 평균 청약가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청약가점제(만점 84점)로 당첨자를 가리는 민영주택에서 69점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납입 기간이 각각 15년 이상으로 만점(각각 32점, 17점)이고 부양가족 수가 3명(20점)이면 받을 수 있는 점수다. 4인 가족 만점인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69점은 떼놓은 당상이었지만 요즘은 로또 인기 단지에서 안심할 수 없다"며 "안정권이 65점 이상에서 70점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26년간 청약저축 납입
공공분양 당첨자 최저 청약저축액도 이전 안정권이던 2000만원을 훌쩍 넘겼고 3000만원을 초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위례신도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공공분양 아파트의 모집단위별 청약저축액 하한선이 2240만~3130만원이었다. 청약저축액이 매달 10만원 한도여서 3130만원이 되려면 26년간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6월 고덕강일지구 SH 공공분양 커트라인이 1800만~2100만원선이었다. 2019년 9월엔 1400만~1900만원 선이었다. 9개월간 늘릴 수 있는 저축액 90만원보다 커트라인이 더 많이 올라갔다.
로또 아파트 청약과열이 커트라인을 치솟게 했다. 청약경쟁률이 세 자릿수까지 높아져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이 2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은 537대 1에 달했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집값 급등으로 분양가와 새 아파트 시세 간 차익을 10억원 넘게까지 예상하면서 장롱 속에 묵혀뒀던 청약통장들이 대거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30대를 겨냥한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면서 일반공급 물량이 줄어든 탓도 있다. 지난해 9월 추첨으로 뽑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공공분양의 경우 20%에서 25%로 늘고 민영주택은 공공택지 15%, 민간택지 7% 신설했다. 생애최초 신청자가 주로 청약가점이 낮은 30대다. 앞서 2018년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 민영주택 10%, 공공분양 15%에서 각각 20%, 30%로 두 배로 늘었다.
특별공급 자격이 되지 않는 40~50대 청약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40대 박모씨는 “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해 기다렸다가 난데없이 뺏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무주택 기간 만점을 받아도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청약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점제에서 무주택기간보다 부양가족 수가 당첨을 좌우해서다. 69점 넘게 받으려면 부양가족 수 4명 이상이어야 한다. 자녀가 셋 이상이거나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다. 3년 이상 같은 주민등록표에 있으면 부모도 부양가족 수에 포함된다.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주민등록만 올려놓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이유다.

자료: 국토부
공공분양 무주택 3년이면 1순위
공공분양도 무주택 기간이 길다고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현재 1순위에서 무주택 기간 3년 이상이면 청약저축액 순으로 당첨자를 뽑는다. 3년 전에 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더라도 청약저축통장을 오랫동안 납입해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무주택 요건이 5년 이상이었다가 2014년 3년으로 줄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첨자와 탈락자 간 로또 희비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청약제도가 혼란스럽다”며 “당첨자가 가져가는 과도한 시세차익을 줄여 청약 거품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