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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 위해 러시아행…민영환의 여행 복원

중앙선데이 2021.01.09 00:20 719호 21면 지면보기
100년 전의 세계 일주

100년 전의 세계 일주

100년 전의 세계 일주
김영수 지음
EBS BOOKS
 
1896년 4월 1일 서울에서 출발한 조선사절단은 56일 만인 5월 20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6일 후인 5월 26일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이 예정돼 있었다. 특명전권공사 민영환을 단장으로 하여 윤치호, 김득련 등이 수행원으로 참가했다.
 
이 책은 사절단의 경로를 추적하며 우리 근대사를 되돌아보고 있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역사 이야기다. 민영환의 『해천추범』, 김득련의 『환구음초』, 윤치호의 『윤치호 일기』 등 당시 조선사절단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하여, 그들의 이동 경로와 견문 내용을 해설하는 방식이다. 사절단은 인천-상하이-요코하마-밴쿠버-뉴욕-리버풀-런던-플리싱언-베를린-바르샤바를 거쳐 모스크바에 들어갔다.
 
조선사절단의 러시아 출장은 조선의 운명을 건 여행이었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놓인 치열한 ‘외교 전쟁’의 현장이 바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이었다. 19세기 말 동북아시아의 질서 재편을 위한 힘겨루기가 진행되었다. 사절단의 목적은 일제의 조선 침략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러시아와 ‘비밀 협정’을 맺는 것이었다. 사절단이 대관식이 끝났어도 돌아오지 않고 러시아에 오래 머문 것은 그 때문이었다.
 
러시아에 3개월간 체류한 민영환 일행은 8월 19일 페테르부르크를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횡단한 후 거기서 배를 타고 10월 20일 제물포로 돌아왔다. 공식 일정을 마친 윤치호는 8월 20일 파리 유학을 떠난다. 윤치호는 파리-마르세유-포트사이드-지부티-콜롬보-싱가포르-홍콩-상하이를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는데, 이 과정도 저자는 이 책에 포함했다.
 
러시아 여행으로부터 10년이 지난 1905년 11월 30일 민영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뺏어간 일제의 을사늑약에 항거한 죽음이었다. 향년 45세. 민영환의 자결은 대한제국의 소멸을 의미했다고 저자는 해석했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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