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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코리아’ 만든 한수원, 한국형 원전 해외시장 공략 승부수

중앙선데이 2021.01.09 00:20 719호 22면 지면보기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원전) 1호기가 지난해 말 출력상승시험에서 출력 100%에 도달했다. 이는 국내 업체가 국내 기술로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사업이 최종적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라카 원전 운영지원계약에 따라 원전 운영에 참여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올 상반기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바라카 원전은 국내 신고리3·4호기에 적용한 대형 원전(APR1400, 1400㎿급)과 같은 모델이다.
 

한기·두산중·대우건설과 협업
체코 8조원대 수주전 뛰어들어
UAE 원전 상반기 상업운전 시작

세계적 추세 소형원전 개발 착수
건설·정비·해체 시장에도 도전장

정재훈 사장

정재훈 사장

신고리3·4호기는 한수원이 5년 전 상업운영을 시작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 같은 APR1400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성능시험을 하며 상업운전 준비를 하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바라카 원전에는 향후 10년간 한수원 직원 1000여 명이 상주하며 현지 업체에 원전 관리나 운전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건설·운영·해체 등 원전 전주기를 아우르는 원전시장에 진출한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맞춰 해외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에 빠진 원전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대신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전체 발전 비율의 2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원전은 그러나 1기 사업비가 수조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고부가치 산업이다. 해외 원전시장에 진출할 수만 있다면 국내 기업에겐 또 다른 먹을거리가 될 수 있다. 마침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춤하던 원전 투자도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을 통해 자신감도 얻었다. 해외 원전시장은 현재 러시아·중국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기술력은 러시아와 중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여기에 국내 건설 기술 등을 더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기술·안전성 세계 최고 수준
 
한수원은 지난해 한국전력기술·두산중공업·대우건설 등과 함께 원전 입찰 전담조직(팀코리아)을 만들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한수원이 현재 가장 유력하게 보는 곳은 체코다. 체코는 두코바니에 1000~1200㎿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는 8조원대다. 팀코리아는 지난해 체코에 설계에서부터 구매·시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턴키방식의 사업모델을 제안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체코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신규 원전 입찰안내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한수원 측은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2022년 수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불가리아·카자흐스탄 등지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와 함께 한수원은 원전의 정비·해체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최근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사업에 뛰어들었고, 러시아가 건설 중인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분야(터빈건물, 옥외시설물 등에 대한 EPC) 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원전 해체 분야 진출을 위한 기술력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해엔 한수원을 주축으로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국내 원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체와 세계 원전 해체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설계수명 완료 등으로 영구정지된 원전은 전 세계에 189기에 이르는데, 이 중 21기만 해체를 완료했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베이츠화이트에 따르면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2050년께 2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중·프랑스 등  50여 종 소형원전 개발
 
한수원은 세계적 트렌드에 맞춰 300㎿급 전후의 다목적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도 나선다. 사회적 비용 증가와 전력시장 변화로 원전 시장의 수요가 대형 원전(1000~1500㎿급)에서 SMR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SMR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SMR은 전력 생산 뿐 아니라 수소 생산이나 담수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미국·프랑스·러시아 등이 현재 50여 종의 SMR을 개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특히 SMR 개발이나 해외 원전시장 진출 때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원자력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킬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를 위해 중소기업과 기술을 나누거나, 무상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최근 2년 간 기술 나눔 140건, 기술 이전 20건을 진행됐다. 또 국산화가 필요한 100대 과제를 선정해 중소기업과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26개 과제 230억원 규모의 협약을 맺기도 했다.
 
태양광·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도 확충키로
한수원이 현대자동차 출고차 주차장에 건설 중인 태양광 발전단지. [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이 현대자동차 출고차 주차장에 건설 중인 태양광 발전단지. [한국수력원자력]

해외 원장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국내에선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확보에 적극 나선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RPS)해야 하기 때문이다. 꼭 RPS가 아니라도 탄소배출 제로라는 세계적 트렌드에 맞춰 태양광·풍력과 같은 설비를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종합에너지 공기업으로 변모한다는 게 한수원의 복안이다.
 
한수원은 2019년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차 대기 주차장에 1차로 지붕 형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올해 2차 사업을 마무리하면 총 27㎿급의 발전단지가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곳에선 연간 1만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500만㎾/h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새만금 내수면에선 현대글로벌과 손잡고 300㎿급 수상태양광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이 완료하면 수상태양광으론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신안군 비금도에선 폐염전에서 태양광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소경제 핵심인 연료전지 사업도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도심에서 친환경 발전을 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경기도·부산 등지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 중이고, 서울 고덕·암사, 인천 등지에서 추가 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현재 800㎿에서 2030년까지 84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이들 사업이 눈길을 끄는 건 지역 주민과의 협업과 같은 ‘한수원형 사업’이라는 점이다. 한수원은 환경, 지역 주민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결론을 얻은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비금도 태양광 사업이다. 이곳은 주민들이 쓸모가 없어진 염전을 출자하는 형태의 ‘주민 주도형’ 사업이다. 앞으로 이 사업은 비금면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설립한 신재생에너지주민협동조합과 발전·건설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가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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