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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싫으면 내려와라"...임기 13일 남기고 궁지 몰린 트럼프

중앙일보 2021.01.08 16:50
민주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점거된 초유의 사태의 후폭풍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임기를 불과 13일 남긴 상태지만 그사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당장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펜스에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
WSJ도 "탄핵 안 되려면 스스로 내려와야"
"더 큰 혼란 부를 것" 펜스, 공화당은 반대
바이든 측 "내각과 의회가 알아서 할 일"

 
민주당 지도부는 7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내각에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보수 여론 풍향계'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로 탄핵당하고 싶지 않으면 스스로 사임하라"고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과 벳시 드보스 교육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폭력 시위 선동을 이유로 사임하는 등 측근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질서 있는 정권이양'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여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빠른' 직무 배제 우선 시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펜스 부통령과 내각에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 직무수행 불능과 승계 문제를 규정한 조항이다.
 
부통령과 내각의 절반 이상이 대통령이 직무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의회에 서한으로 통보하면 대통령은 즉각 직무에서 배제되고 부통령이 직을 대행한다. 내각이 뜻을 모으면 곧바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기가 13일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비록 임기가 13일밖에 안 남았지만, 하루하루가 미국에는 '공포 영화'가 될 수 있다"면서 "펜스 부통령과 내각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라"고 촉구했다. 
 
척 슈머 대표는 "어제 의사당에서 일어난 일은 대통령의 선동 하에 일어난 미국에 대한 내란이었다"면서 "펜스 부통령과 내각은 1월 20일 차기 대통령 취임식 전에 트럼프의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통령과 내각이 뜻을 모으지 않으면 의회를 소집해 대통령을 탄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과 장관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의 직무배제가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펠로시 하원의장과 슈머 대표는 이날 펜스 부통령과 통화하려 20여분 기다렸지만 그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런 회의적인 반응을 감안하면 직무 배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설사 수정헌법 25조가 발동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의를 제기하면 최종적으로 의회가 표결로 결정해야 한다.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 상원에서 67석, 하원에서 29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현재 상원 50석, 하원 211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서는 높은 공화당 벽을 넘어야 한다.
 

공화당, '대통령 축출'에 난색 

공화당에서는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이 공개적으로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찬성했다. 그는 이날 동영상에서 "대통령은 직무에 부적합하고(unfit), 상태가 좋지 않다(unwell)"면서 "이제는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또는 비자발적으로 행정부 지배를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티브 스타이버 하원의원도 각료들이 결정하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은 대통령을 임기 전에 끌어내리는 데 대체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내 친구(트럼프)가 스스로 부상을 자초했다. 너무 멀리 나갔다"면서도 직무 정지에는 반대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장관들이 사임하고 대통령도 고립돼 과격한 일을 벌이려 해도 실행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현실적 설명도 덧붙였다.
 

남은 임기 13일, 탄핵은 시간 부족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절차를 추진할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대통령 탄핵안 작성에 착수했다고 전날 밝혔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법률 검토를 하는 정상적인 탄핵 절차를 밟기에는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 시도가 공화당 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한 전례가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은 탄핵 발의나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대해 "내각과 의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임기를 얼마 안 남긴 트럼프 대통령을 무리하게 끌어내릴 경우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격의 여지를 줄 수 있는 데다, 취임 후 화합 분위기 조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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