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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 얼게한 원조 저승사자, U2 리더 보노가 부르자 왔다

중앙일보 2021.01.08 05:00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환담하는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환담하는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중앙포토]

 
2006년 9월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헨리 폴슨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다. 외교ㆍ안보와 한ㆍ미관계가 아닌 재정 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을 콕 찍어 청와대로 초청해 주목을 받았다. 이유가 있었다. 폴슨은 대북 제재를 총괄하며 북한의 돈줄을 꼭 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은닉한 비자금 계좌를 동결하는 게 당시 미국의 대북 제재 골자였다. 북한이 가장 아파했던 제재가 BDA 동결이었다. 

그룹 U2 리더 보노가 74세 톰슨 불러내

 당시 환담을 앞두고 있던 폴슨은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자 미소를 거두고 “북한 관련 질문은 사절”이라며 함구했다. BDA 제재는 그만큼 초미의 관심사였다. 방한 일정을 끝낸 뒤 다음 목적지인 중국에 도착한 폴슨은 “BDA 조사 시한은 설정하지 않았으며 적절한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런 폴슨이 돌아온다. 이번엔 기후변화 분야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폴슨 전 장관이 TGP 라이즈 클라이밋 펀드의 회장으로 취임한다고 보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 종료 때까지 재무장관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사실상 은퇴를 했던 그였기에 이번 컴백은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폴슨은 올해 74세다.   
 
폴슨이 재무장관 시절 공식 사용했던 사진. [미 재무부 홈페이지]

폴슨이 재무장관 시절 공식 사용했던 사진. [미 재무부 홈페이지]

 
폴슨을 금융계로 다시 끌어낸 인물은 가수 보노(Bono). 세계적 밴드 U2의 리더인 그 보노다. 가수뿐 아니라 사회활동가로 기후변화 이슈에도 관심을 보여온 보노는 최근 활동 반경을 넓혔다. 시위나 연설만으로는 기후변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노력이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기후변화 대처에 대한 의식이 있는 기업과 펀드를 발굴해 투자하는 일명 ‘임팩트 투자’를 시작했다. 50억 달러(약 5조4400억 원)에 달하는 펀드를 모았고, TPG 라이즈 클라이밋 펀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운용할 인물로 폴슨을 낙점한 것이다.  
 
가수이자 사회 활동가인 보노. 2017년 공연 장면이다. AP=연합뉴스

가수이자 사회 활동가인 보노. 2017년 공연 장면이다. AP=연합뉴스

 
폴슨은 재무장관 사임 후 약 12년 동안을 금융계에 거리를 두며 지내왔다. 존스홉킨스대에서 교편을 잡은 뒤엔 비영리기구에 관심을 뒀다. 그러다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보노를 알게 됐다. NYT에 따르면 보노는 폴슨에게 “TPG라는 투자회사가 기후변화 문제에 집중하는 보다 더 큰 플랫폼으로 성장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보노 입장에선 폴슨만한 적임자도 없다. 한반도에선 ‘대북 저승사자’ 이미지가 강한 폴슨이지만 많은 이들은 그를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발 금융위기를 맞아 비교적 성공적으로 뒷수습을 지휘했던 인물로 기억한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말단직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 금융인으로 업계를 잘 아는 데다 그의 추진력도 빛을 발했다. BDA 제재에도 골드만삭스에서 쌓은 경험이 요긴했다는 후문이다.  
 
앞줄 맨 왼쪽부터 2008년 금융위기 수습의 주인공인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당시 의장과 폴슨 당시 재무장관.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버냉키와 폴슨에게 힘을 실어주며 경제 위기를 수습했다. [중앙포토]

앞줄 맨 왼쪽부터 2008년 금융위기 수습의 주인공인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당시 의장과 폴슨 당시 재무장관.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버냉키와 폴슨에게 힘을 실어주며 경제 위기를 수습했다. [중앙포토]

 
폴슨은 금융위기 탈출을 지휘하며 2008년 3월 ‘금융 규제 구조 현대화를 위한 재무부의 청사진’이라는 유명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세계화와 함께 금융계의 혁신은 성장도 가져왔으나 새로운 리스크 역시 동반했다”며 “이젠 더 융통성 있고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타임지는 그해 연말 “폴슨 장관은 ‘올해의 인물’ 유력 후보였으나 2위로 커버엔 싣지 못했다”며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한 공로를 평가한다”고 전했다.  
 
폴슨 본인은 검소함으로도 유명하다. 외신을 종합하면 그의 자산은 7억 달러(약 7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작 그가 타고 다니는 차는 일본 도요타의 준중형차인 프리우스라고 한다. 프리우스의 출시가는 국내에선 3000만원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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