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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복이 가려도 다 티난다…확진자 나르는 동대문 몸짱

중앙일보 2021.01.08 05: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이근협 동대문소방서 소방장이 지난달 31일 동대문소방서 주차장에서 보호장구인 고글을 벗고 있다. 한파에도 보호복 속 열기에 머리에서 김이 나는 모습이다. 권혁재 기자

이근협 동대문소방서 소방장이 지난달 31일 동대문소방서 주차장에서 보호장구인 고글을 벗고 있다. 한파에도 보호복 속 열기에 머리에서 김이 나는 모습이다. 권혁재 기자

 
“코로나 아닌 일반 출동에서 만난 환자가 뒤늦게 밀접접촉자로 확진된 것을 알고 대원들이 격리되는 일도 많았죠.” 

코로나 작은 영웅 ④ 동대문소방서 이근협 소방장

 
지난달 31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소방서에서 만난 이근협(39) 소방장은 지난해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업무를 하고 있다. 최일선에서 힘쓰는 또 한 명의 코로나 전사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일부터 지난 5일까지 368일 동안 전국 구급대원 1만2609명이 구급차 1575대로 확진자와 유증상자 14만3402명을 이송했다. 
 

구급대원 1만2609명이 14만3402명 이송 

 
이 소방장의 1년간 이송 건수는 약 250건. 지난 8월 2차 감염 때부터 많게는 하루 16명을 이송할 만큼 업무가 늘었다. 동대문보건소에서 이송 요청이 오면 동료와 2인 1조로 나서는데 주로 확진자의 집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더 큰 병원으로 움직인다. 
 
이근협 동대문소방서 소방장이 음압 구급차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울에 2대뿐인 신형 음압 구급차로 높이가 이 소방장의 키를 훌쩍 넘는다. 권혁재 기자

이근협 동대문소방서 소방장이 음압 구급차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울에 2대뿐인 신형 음압 구급차로 높이가 이 소방장의 키를 훌쩍 넘는다. 권혁재 기자

 
무증상 환자부터 의료진 동승이 필요한 중증환자까지 확진자들의 연령대와 증상은 다양하다. 환자와 센터·병원 간 일정 확인, 레벨D 전신보호복 착용 등 준비 과정이 있어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이송에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지난달 중순 미니버스로 경증 환자 12명을 대구의 병상에 이송할 때는 왕복 12시간 내내 전신보호복을 입고 있어야 했다. 
 
이 소방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인천공항에서 교민 이송, 대구 신천지발 감염 확산 때도 동원됐다. 지난달 동대문구 한 정신과 전문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는 가장 먼저 투입돼 하루 정신질환자 12명을 이송했다. 
 

지난여름부터 집-소방서 생활

 
그는 초기에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보호복이 찢어지거나 고글 등 보호장구가 벗겨지면 바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서다. 2~3월 1차 대유행 때는 확진자와 접촉 여부나 증상을 숨기는 환자도 많았다. 
 
“일반 이송으로 출동했는데 구급차에서 아무 말도 없다가 도착해서야 병원 관계자에게 밀접접촉자라고 하는 식이죠. 처음에는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이후로는 이송 체계 공백이 생기니 숨기시면 안 된다고 꼭꼭 말씀드려요.” 
 
음압 구급차 내부를 점검하는 이근협 동대문소방서 소방장. 보통 음압 상태인 이 공간과 분리된 차량 앞쪽에 탑승하지만 필요 시 환자와 한 공간에 타기도 한다. 권혁재 기자

음압 구급차 내부를 점검하는 이근협 동대문소방서 소방장. 보통 음압 상태인 이 공간과 분리된 차량 앞쪽에 탑승하지만 필요 시 환자와 한 공간에 타기도 한다. 권혁재 기자

 
이송 1건을 마칠 때마다 한 시간 넘게 구급차를 소독하고 샤워한다. 이 소방장은 “저에게 문제가 생기면 국민이 피해 볼 수 있어 여름부터 거의 집-소방서만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구급대원은 항상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나 아니면 할 사람 없다”며 나를 다독여 

 
최근 선제검사가 보편화했지만 이전에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진단검사를 받기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4번이나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동대문소방서에서 확진 사례는 없다.  
 
이 소방장은 확진자 이송과 일반 구급 업무를 병행한다. 확진자 이송이 마무리되면 일반 출동에 투입됐다 위급한 이송 요청이 오면 음압 구급차에 몸을 싣는다. “긴장도는 화재와 코로나 이송이 대동소이해요. 이송 업무가 노출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하죠. 늘 화재 현장만큼 긴장합니다.” 그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환자 이송과 병동 관계자 출퇴근을 책임지기도 했다.  
 
이근협 동대문소방서 소방장은 15시간의 밤샘 근무를 끝낸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이며 주변에 힘찬 기운을 선사했다. 권혁재 기자

이근협 동대문소방서 소방장은 15시간의 밤샘 근무를 끝낸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이며 주변에 힘찬 기운을 선사했다. 권혁재 기자

 
소방관으로 일하며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환자가 사망하거나 구조할 수 없었을 때라고 했다. 처우에 관해 묻자 “국가직 전환 등으로 복지가 좋아지고 있다”며 “불쌍한 직업, 가난한 직업,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직업으로만 보는 시선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업무 스트레스가 많지만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사명감으로 스스로 다독이며 출동 전 항상 “화이팅”이라는 힘찬 구호로 동료들을 웃게 하는 그다. 가장 힘을 얻을 때는 구조한 환자가 살았을 때,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무사히 퇴원했을 때란다. 출동 시 차들이 홍해처럼 길을 터줄 때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했다. 
 

“지난 한해 ‘롤러코스터’ 종착점 온다” 

 
2015년 이근협 소방장. [사진 이근협]

2015년 이근협 소방장. [사진 이근협]

 
13년 차 소방공무원인 그는 몸짱소방관 1기 출신으로 대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비슷한 기간 만큼 보디빌딩을 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밤샘 근무를 마치고도 헬스장에서 2시간 넘게 운동할 만큼 체력 단련에 열심이다. 출동 대기 중에도 수시로 근력운동을 한다. 
 
인터뷰 날 역시 전날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야간근무를 한 직후였지만 지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긍정적 성격과 운동이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법이라며 ‘집콕족’을 위한 운동으로 팔굽혀펴기·스쿼트·턱걸이를 추천했다. 
 
이 소방장은 지난해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롤러코스터’라고 답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가 하지만 결국은 종착점이 있잖아요. 위험한 구간에 계속 머무는 건 아니니 모두 힘내서 곧 종착지에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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