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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이틀 만에 신용대출 3445억

중앙일보 2021.01.08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새해 들어 이틀 만에 5대 시중은행에서 3400억원 넘는 신용대출이 이뤄졌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규제로 ‘대출 절벽’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패닉(공황) 대출’에 나섰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월간 신용대출 증가액 한도(2조원)의 17%를 소진했다.
 

‘또 막히기 전 받아두자’ 수요 몰려
성과급 나오는 1월에 이례적 현상
가계 여윳돈 상당 부분은 증시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4일 2798억원 증가했다. 지난 5일에는 추가로 647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말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새해 들어 재개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443억원 줄었다.
 
1월에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1월에는 연말 성과급 영향으로 신용대출 수요는 줄고 예·적금 잔액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일단 받아두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3000시대 개막 등 주식시장의 호황도 개인들의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고심 중이다. 대출 규제를 풀면 증시로 몰리는 돈이 더 많아져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커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대출 규제를 조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 빠진 자영업자 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고소득자에 대한 고액 신용대출은 규제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자금조달)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는 53조2000억원이었다. 1년 전(23조4000억원)보다 30조원 가까이 늘었다. 빚을 얻어 집이나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구입에 사용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가계(비영리 단체 포함)의 순자금 운용은 30조7000억원이었다. 1년 전(16조6000억원)의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순자금 운용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리는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이다.
 
가계 여윳돈의 상당 부분은 증시로 흘러갔다.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동학개미’에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자금운용’은 22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개인들이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한 ‘국외운용’도 8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이었다. 1년 전(1조1000억원)보다 7조원가량 늘었다. 
 
홍지유·윤상언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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