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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전통시장도 ‘라방’…코로나 보릿고개 넘었다

중앙일보 2021.01.08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김경훈 씨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청바지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그립 라이브방송 캡처]

김경훈 씨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청바지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그립 라이브방송 캡처]

# 인천 1호선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6년째 청바지 장사를 하는 김경훈(38) 씨는 지난해 7월부터 ‘라방(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뚝 떨어진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한때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던 하루 매출이 라방 이용 이후 150만원 안팎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5일 저녁에는 라방으로 ‘청바지 한장당 5000원 특가전’을 방송해 180만원 어치의 청바지를 팔았다.
 

온라인 플랫폼서 살 길 찾은 상인들
부평역 청바지, 라방으로 매출 10배
라이브방송 앱도 판매자 폭증세

해외 바이어 끊긴 동대문 옷가게
글로벌 직구사이트 제휴, 해외로

# 서울 동대문 여성의류 도매상가를 운영하는 김민지(가명) 씨는 “장사를 아예 안 했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했다”고 말할 정도로 지난해 내내 힘들었다. 코로나19로 출입국이 어려워져 하루에 30명도 넘게 방문하던 해외구매대행 사업자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다. 하지만 이 씨는 최근 해외로 옷을 수출할 생각에 들떠있다. 김 씨가 입점한 국내 판매용 온라인 플랫폼이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제휴했다.
 
그립에서 여수 갓김치를 판매 중인 양재혁 씨가 지난 3일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그립 라이브방송 캡처]

그립에서 여수 갓김치를 판매 중인 양재혁 씨가 지난 3일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그립 라이브방송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 상인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동대문 의류 도매상가, 부평 지하상가 등 오프라인 매장 점주가 라이브커머스와 글로벌 직구(직접 구매) 사이트를 이용해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김경훈 씨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김 씨의 매장이 있는 부평역 지하상가는 유동인구가 급감해 직격탄을 맞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청바지 도매업에 뛰어든 김 씨는 2014년 부평역 지하상가에 처음 가게를 냈다. 6년 만에 매장을 3개로 늘렸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임대료·인건비를 견디지 못해 한 곳을 처분했다. 김 씨는 “청바지 장사만 20년째인데 지금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평역 지하상가는 현재 가게 세 곳당 한 곳씩은 문을 닫았다. 김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라방’에 뛰어들었다”며 “모두가 힘들 때라 거래처에 읍소해 청바지를 싸게 산 뒤 마진 없이 팔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3만~4만원에 팔던 청바지를 라방에서는 1만~2만원대에 팔았다. 처음엔 텅 빈 매장에서 혼자 카메라를 보고 방송하는 게 어색했지만, 소비자와 쌍방향 소통을 하며 단골도 늘기 시작했다.
 
동대문 패션 B2B 플랫폼 신상 마켓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도매 플랫폼 큐브와 제휴했다. [사진 큐텐]

동대문 패션 B2B 플랫폼 신상 마켓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도매 플랫폼 큐브와 제휴했다. [사진 큐텐]

지금은 김 씨의 라방에 400명 넘게 고객이 들어온다. 방송하면 매출은 대략 150만~240만원. 코로나19 이전 수입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장사가 최악이던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다. 김씨가 ‘부평 데님스토리’란 이름을 내걸고 라방을 진행하는 곳은 중견 라이브커머스 앱인 ‘그립’(Grip)이다. 그립에는 2019년 50명 선에 그쳤던 판매자가 지난 12월 말 기준 8000명이 넘는다. ‘울엄마아들’로 그립에서 여수 갓김치를 파는 양재혁(39) 씨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성격인 내가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장사도 장사지만 댓글로 격려해주는 분들 때문에 힘을 얻기 위해서 라방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 씨가 매장을 운영하는 동대문 패션상가는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B2B 플랫폼 신상마켓이 지난해 12월 글로벌 전자상거래 도매 플랫폼인 큐브와 제휴하면서다. 신상마켓에는 동대문 도매사업체 1만곳, 전국 패션 소매사업자 13만명이 가입돼 있다. 신상마켓이 동대문 도매상인의 제품을 일차적으로 큐레이팅(상품 배치)해놓으면 큐브 측은 이를 가공해 각국 시장 트렌드에 맞춰 다시 큐레이팅(상품 배치)과 프로모션을 하는 식이다. 이곳엔 1월 초 현재 1800건 이상의 제품이 등록돼 있다. 사이트를 본격 운영하기 전인데도 지난해 말부터 일본에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김 씨는 “동대문(국내)에서도 온라인 마케팅을 통한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해외에서도 충분히 매출 회복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인영·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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