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오끼 - 경기도 포천

50만 년 세월이 빚었다는 한탄강. 지난 7일 오전 11시 영하 15도의 한파로 경기도 포천 한탄강 멍우리협곡의 물길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탄강 물밑에선 참마자·모래무지·갈겨니·꺽지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헤엄친다.
자연산 민물고기의 깊은 맛
국민 브랜드가 된 이동갈비
물이 좋아 막걸리도 명품
50만 년 세월이 빚었다는 한탄강.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엔 화산 폭발이 빚은 자연의 걸작이 즐비하다. 겸재 정선이 재현한 화강암 바위 ‘화적연’을 비롯해 아우라지 베개용암, 비둘기낭폭포, 멍우리협곡, 주상절리 등등 절경으로 빼곡하다. 어디 절경만 품었을까. 물 밑에선 쏘가리·메기·모래무지·어름치·꺽지 등 민물고기가 헤엄친다.

한탄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메기·빠가사리·참게)로 끓인 매운탕.
매운탕 차림은 대부분 비슷하다. 메기·빠가사리 외에 그때그때 잡아 올린 잡어를 가득 넣고 고춧가루와 마늘을 풀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바비분식당의 매운탕(4만5000원)에는 메기·빠가사리 외에 참게·갈겨니·모래무지 등이 담겨 나왔다. 특별한 양념도 하지 않았고, 쑥갓·미나리 따위의 야채는 넣지 않았다. 그래도 맛이 깊었다. 김철수(67) 사장이 “한탄강 민물고기만 있으면 된다. 워낙 맛이 좋고 살도 차지다”고 자랑했다.
소갈비의 고장

이동갈비는 포천의 대표 먹거리다. 갈빗살을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에 재웠다가 숯불에 구워 먹는다.
이동갈비촌으로 불리는 이동면 장암리 일대에 대략 20개 갈빗집이 줄지어 있다. 과장이 아니라 마을 전체에 고기 굽는 냄새가 배어 있다. 애초에는 갈빗대를 잘게 썰어 쪽갈비 형태로 내는 집이 많았으나, 지금은 갈빗대에 붙은 살코기를 얇고 길쭉하게 포를 떠 돌돌 말아내는 집이 더 많다.
이동삼거리 초입의 ‘김미자 할머니 갈비’가 이동갈비촌 터줏대감으로 통하는데, 그 명성 때문인지 갈비촌 일대에 ‘원조’ 만큼 ‘OOO 할머니’를 내건 고깃집이 많다. 할머니가 없는 유사 ‘할머니 갈빗집’도 있단다. 구순을 바라보는 김미자 할머니가 5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돈 계산과 고기 굽는 일은 딸과 며느리에게 넘겼지만, 양념은 여전히 할머니의 몫이다. 김 할머니는 “갈비도 간장도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념 갈비(400g, 3만2000원)를 숯불에 올렸다. 20년 묵힌 조선간장에 하루 이상 재운 갈비는 구수하고도 야들야들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을 실감했다.
추위를 감싸는 맛

영평천 ‘원조파주골순두부’의 순두부 상차림.
두부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15시간가량 불린 콩을 갈아 콩물을 내린 다음 타지 않도록 휘휘 저어가며 가마솥에서 끓여낸 뒤, 간수를 부어가며 식히면 몽글몽글 보드라운 순두부가 완성된다. 이때도 콩물을 쉴 새 없이 저어 주어야 한다.
영평천을 끼고 있는 영중면 성동리. 관음산 가는 길목에 40년 내력의 ‘원조 파주골 순두부’ 집이 있다. 김예주(83), 양영욱(63) 모자가 매일 아침 콩물을 끓여 순두부를 만든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포장해가는 손님은 꾸준하단다. 순두부 정식(7000원)이 인기 메뉴인데 순두부 한 냄비에 갖은 나물과 양념장, 보리밥이 딸려 나온다. 심심한 듯 담백한 순두부의 중독성이 대단하다.
술 빚는 마을

운악산(934m) 자락 화현면에 술 박물관 ‘산사원’이 있다. 수많은 술 항아리 안에서 전통 증류주가 익어가고 있다.
한국막걸리협회 남도희 사무국장은 “‘물을 품은 곳(抱川)’이라는 이름처럼 포천은 예부터 물 좋은 곳으로 통해 큰 양조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동막걸리는 이동면 백운계곡의 지하수로 술을 빚고, 일동 막걸리는 청계산 지하 암반수로 술을 빚는단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포천은 막걸리를 비롯해 전통주를 빚는 문화가 예부터 발달했다.
여느 식당이나 가게를 가도 포천 막걸리를 곁들일 수 있으니, 애주가 입장에선 매끼 골라 먹는 재미가 크겠다. 운악산(934m) 자락 화현면에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전통술 박물관 ‘산사원’이 있다. 전통술의 종류와 역사,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막걸리를 비롯해 다양한 전통주를 맛볼 수 있다.
허브는 맛있다

겨울 시즌, 저녁마다 불빛 쇼를 진행하는 허브아일랜드.
그리스 신전을 본떠 만든 아네테홀 레스토랑에서 허브 관련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허브 등심 스테이크, 허브 떡갈비, 허브 애플 피자, 허브 알밥 등인데 하나같이 다른 식당에선 맛보기 힘든 메뉴다.

허브아일랜드에서 맛볼 수 있는 허브 비빔밥과 허브 돈가스.
포천=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