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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쏘니 못 팔아 그런데…혹시 얼마 줄 건데

중앙일보 2021.01.08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손흥민

손흥민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29) 지키기에 나섰다. ‘잠깐 멈춤’ 상태로 두려던 재계약 협상을 서둘러 재개하는 모습이다. 이적설에 휩싸인 핵심 전력을 지키려는 결정이지만, 불가피하게 보내야 할 경우 이적료 수입을 최대한 늘린다는 전략도 깔려있다.
 

재계약 협상 재개 토트넘 셈법은
레알·맨시티 빅클럽 관심 커지자
재정난 구단은 협상 재개설 흘려
못 잡아도 이적료 올라가면 이득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7일 “토트넘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손흥민과 재계약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14만 파운드(2억1000만원)인 주급을 20만 파운드(3억원)로 올리는 대신, 계약 기간(2023년 여름 만료)을 2025년까지 연장하는 안으로 조만간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급과 기간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영국 현지 언론이 꾸준하게 보도했던 내용과 변한 게 없다. 최근 이 조건이 다시 주목받는 건 연초 교착상태였던 재계약 협상이 활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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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이달 초 “손흥민 측과 진행 중인 재계약 협상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재정난으로 구단 살림이 빠듯해지면서, 골키퍼 위고 요리스, 수비수 세르주 오리에, 미드필더 에릭 라멜라 등 계약 기간 만료가 임박한 선수부터 재계약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토트넘의 재정난은 파산을 걱정할 만큼 심각하다. 지난해 말 BBC가 보도한 토트넘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시즌 손실이 6390만 파운드(945억원)다.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중단과 무관중 진행 등 악재가 겹쳐 주요 수입이 급감했다. 설상가상 2019년 문을 연 새 홈구장(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공사 비용이 고스란히 빚이다. 당초 4억 파운드(5900억원)로 추산했던 비용이 10억 파운드(1조4800억원)까지 치솟았다. 6억4000만 파운드(9500억원)에 이르는 은행 빚을 손에 받아 들었다.
 
이처럼 재정난에 몰린 토트넘이 기간이 남은 손흥민과 협상을 재개하려는 건, 이적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등 빅 클럽이 본격적으로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스페인 매체 돈 발롱은 “지단 감독이 영입 대상 1순위로 점찍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이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안으로 손흥민을 점 찍었다”고 보도했다.
 
레알이 손흥민을 주목하는 이유는 ‘저비용 고효율’로 요약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인데도, 이적료는 비슷한 선수들보다 저렴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6일 발표한 축구선수 이적 시장 가치에서 손흥민은 51위였다. 예상 이적료는 7280만 유로(980억원). 살라(1억2000만 유로, 1600억원)와 차이가 크다. 지난해 말 마르카 랭킹의 경우 손흥민은 23위였다. 경기력과 이적료 격차가 크다는 점이 레알의 구미를 자극했다.
 
손흥민의 레알행 여부는 결국 이적료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유럽 축구 시장에서 ‘장사의 신’으로 불리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물오른 손흥민을 이대로 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적을 허락할 경우, 구단의 적자 보전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이적료를 챙기려고 할 것이 분명이다. 이처럼 손흥민과 서둘러 계약을 연장하려는 데는, 간판 공격수를 보호하는 동시에, 이적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전 정지 작업을 하려는 토트넘의 속셈이 들어 있다.
 
스페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레알은 이적료 7000만 유로(930억원) 정도에서 손흥민 영입 협상을 시작할 분위기다. 돈 발롱은 “본격적으로 이적 협상이 시작되면 금액이 1억 유로(1300억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은 절대 못 보낸다”고 외치면서도, 레알이 얼마까지 지갑을 열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일단 두 팀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게 먼저다. 당장 이번 겨울에 이적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지만, 차츰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새로운 도전을 바라는 선수와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소속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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