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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 하나 쥔 노인들...목숨 건 대청호 얼음판 횡단

중앙일보 2021.01.07 18:00

수심 7~8m 위를 막대기 의지해 횡단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마을 주민이 7일 병원 진료를 받기위해 대청호 얼음판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 이세원 이장]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마을 주민이 7일 병원 진료를 받기위해 대청호 얼음판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 이세원 이장]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충북 옥천군 오대리 마을에서 주민들이 수심 7~8m나 되는 대청호 얼음판 위를 횡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날부터 몰아친 한파로 대청호가 얼어붙으면서 오대마을의 유일한 이동수단이던 철선 운행이 중단돼서다.

충북 옥천군 오대마을 철선운행 중단
70~80대 주민 걸어서 대청호 건너
“공기부양정 수리비 부족으로 못고쳐”

 
 7일 옥천군에 따르면 오대리 주민들은 막대기 하나에 의지한 채 대청호 얼음판 400m를 걸어 동이면 석탄리까지 이동한 뒤 옥천읍을 오가는 상황이다. 오대마을은 대청댐이 조성되면서 옥천읍내와 연결되는 길이 수몰돼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오지마을이다. 주민 14가구 18명이 생활하고 있다.
 
 마을주민 대부분은 70~80대 고령이다. 이들은 만성질환으로 병원 진료와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 옥천읍내를 찾아야 한다. 겨울철만 되면 뱃길이 끊기곤 했던 오대마을에는 2015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4억원을 지원받아 건조한 2t급 수륙양용 공기부양정을 운행했었다. 이 배는 선체 밑으로 압축공기를 내뿜어 수면이나 얼음판 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부양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폭우 당시 공기부양정이 침수되면서 전자장치 등이 고장이 나 지난해 12월 초 수리를 맡긴 상황이다. 이세원(70) 오대마을 이장은 “공기부양정 수리비가 2500만원이 나왔는데 주민들이 부담하기에 너무 큰 돈이라 정비를 맡기지 못하고 있다”며 “수자원공사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공기부양정 연간 운영비를 초과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기부양정 대신 운항하던 2.1t 철선은 지난 6일부터 호수가 얼어서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마을 이동수단이 철선이 대청호가 얼면서 운행을 할 수 없다. [사진 이세원 이장]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마을 이동수단이 철선이 대청호가 얼면서 운행을 할 수 없다. [사진 이세원 이장]

 
 겨울철 유일한 교통수단을 쓸 수 없게 되자 마을 주민들은 안전사고를 무릅쓰고 대청호 빙판길을 걸어 다니고 있다. 실제 오대마을 주민 3명은 눈 쌓인 대청호를 걸어 옥천읍내 병원을 다녀왔다. 전날 생필품을 사기 위해 대청호를 건너간 사람도 있다. 이 이장은 “주민들이 안전로프도 없이 막대기에 의지해 얼음을 일일이 두드려 확인하며 호수를 건너고 있다”며 “목숨 걸고 얼음 위를 걸어 대청호를 건너다니고 있는데도 군과 수자원공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했다. 오대마을 주민들은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로프라도 설치해 달라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공기부양정에 지원하는 연간 운영비 500만원을 초과하는 수리비에 대해서는 지급할 근거가 없다”며 “예산 집행의 형평성과 주민 안전을 고려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오대마을은 대청댐 건설로 인해 고립된 마을인 데다 지난 수해 때 수자원공사가 댐 수위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공기부양정이 고장났다”며 “주민들의 안전한 통행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댐관리 책임이 있는 수자원공사가 부양정 수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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