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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러니 ‘아마추어’ 방역…법무부 교정본부 의사 ‘0’

중앙일보 2021.01.07 17:03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서울 동부구치소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전국 일선 교정시설을 관리하는 법무부 교정본부에 의사 면허증을 소지한 인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시설 의사를 비전문가가 지휘하는 구조다. 법무부의 방역 행정이 ‘아마추어’ 수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장 의료진은 “현재 교정본부 인원 구성으로는 감염병 대처는커녕 구멍 난 곳에 땜질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내 간호사 1명 뿐
"과밀이라 접촉자 혼거 불가피"
방역 보다 수용행정 편의주의
“전문가 위주 체계 개편 필요”

사망자까지 나온 동부구치소…누적 확진자 1173명

7일 법무부에 따르면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인 70대 남성 수용자 A씨가 사망했다. 평소 협심증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이날 아침 호흡 곤란을 겪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1173명으로 전날보다 79명 늘었다고 밝혔다. 동부구치소는 지난해 11월 27일 첫 확진자(직원)가 나온 뒤 3주가 지나서야 전수 검사를 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교정본부에 의사 0명…“의료진 의견 무시하고 관리 부실”

현장 의료진은 방역 실패 원인 중 하나로 법무부 교정본부의 인력 구성을 꼽는다. 교정시설 방역 관련 의사결정을 내리는 교정본부 인원은 150명 수준이다. 이 중 의료진은 간호사 1명뿐이다. 의사 면허를 가진 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의 의료·약제와 관련된 사항, 보건 위생 관리 정책 등을 총괄하는 의료과장 역시 의사가 아닌 교정직 공무원이다. 방역보다 수용 행정 관리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큰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정시설 현장 의료진 A씨는 “업무 과중 및 수용자를 대하는 것보다 더욱 힘든 건 법무부 의료과에서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특히 “밀접 접촉자 간 혼거 수용이 불가피했다”는 김재술 법무부 의료과장의 설명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 없이 ‘확진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만 신경 쓰고 추가적인 감염 관리를 안 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의사결정자 중에 의료진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의료과는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수용자 의료 정책을 결정하고 일선 교정시설 의료과를 도와주는 부서”라며 “일선 교정시설의 의료과장은 모두 의사이고, 법무부 의료과장은 이들과 혐의를 통해 정책 의사 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이송 용이해야 하는데, 거리 먼 청송으로 보내"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확진자들을 태운 버스가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일명 청송교도소)로 이감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확진자들을 태운 버스가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일명 청송교도소)로 이감되고 있다. 뉴스1

의료진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의료진 B씨는 최근 법무부 내부 게시판에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의 이감 과정에서 방역 상 문제가 노출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B씨는 “생활치료센터 운영지침을 한 번이라도 읽었는지 궁금하다. 제1원칙은 ‘의료기관으로 이송이 용이한 독립된 건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독거실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확진자를 의료 기관과 거리가 상당히 먼 청송으로 보내는 것은 의사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었다"고 꼬집었다. 
 
B씨는 또 “독거실로 보내기 위해 수용자들을 버스에 꽉꽉 채워 보낼까 싶었다”며 “버스 10여대에 345명의 수감자를 보냈다는 글과 사진을 보고 할 말이 없었다”고 적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동부구치소가 방역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것은 의사결정 라인에 의사 등 방역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법무부는 밀집도가 높은 시설 탓을 하는데, 동부구치소와 똑같이 아파트형 구조로 된 수원구치소와 인천구치소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점만 봐도 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라며 “역학 조사와 격리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밀접 접촉자와 비 접촉자 등이 섞인 방역 과정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의료과에 전문 인력 투입해달라”

7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를 실은 트럭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동부구치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남성 수용자 A씨가 사망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를 실은 트럭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동부구치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남성 수용자 A씨가 사망했다. 연합뉴스

현장 의료진들은 법무부 교정본부 및 의료과의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정시설 현장 의료진인 C씨는 법무부 내부 게시판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 플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 코로나19 등 점점 새롭고 강한 전염성 질환이 생기는데 이를 대처하는 법무부 의료과는 이미 그 구성원만으로 대처 능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적어도 의료과는 명칭에 맞는 유능한 통찰력 있는 과장과 약무관·간호사·방사선사 인력이 필요하고, 이번 기회에 감염계를 신설해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A씨는 “일반적인 교도 행정으로 구금시설 내 보건의료 문제를 다루기에 구조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노동자의 실질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의 산재병원 체계를 구축한 것처럼 법무부도 수용자들의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새로운 대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광우·채혜선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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