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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700개 잿더미’ 강원 산불 1년9개월만에 한전 직원 7명 기소

중앙일보 2021.01.07 16:27
지난 2019년 4월 5일 오전 전날 고성 산불의 발화지로 추정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변압기 모습.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색 원)이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4월 5일 오전 전날 고성 산불의 발화지로 추정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변압기 모습.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색 원)이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축구장 면적(0.714㏊) 1700배가 넘는 산림 1260㏊(1200만㎡)를 잿더미로 만든 2019년 4월 강원 고성·속초산불 사건과 관련해 한국전력공사 직원 7명이 업무상 실화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산불이 난 지 1년9개월 만이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업무상실화와 업무상과실치상,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 한전 속초지사장 A씨(60) 등 7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신주를 방만하게 관리한 과실로 전선이 끊어지면서 아크(전기불꽃)가 발생, 산불을 내 899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와 산림 1260㏊ 소실, 주민 2명에게 약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밑도급 업체 관계자 2명에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현장검증, 대검 영상 감정과 포렌식, 한국강구조학회 감정의뢰 등 과학수사를 통해 데드엔드클램프(배전선로에 장력이 가해질 때 전선을 단단히 붙들어 놓기 위해 사용하는 금속 장치) 하자 방치를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검찰 수사 결과 피고인들은 화재 전신주 위치가 점검·관리에 적합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이설 공사에 착수하고도 수년간 방치했다. 특히 화재 전신주의 데드엔드클램프 커버의 내부는 21년 동안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등의 부실한 관리로 남은 소선 2가닥마저 마모 피로현상으로 끊어진 후 전신주와 접촉하면서 아크가 발생했고, 낙엽과 풀 등으로 옮아붙어 산불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후 확인 결과 데드엔드클램프 6곳 중 3곳 내부에 조류 둥지가 있었고, 화재 전신주의 데드엔드클램프에는 볼트와 너트 사이에 필수적으로 체결돼있어야 할 기계 부품이 전혀 체결돼있지 않았다. 또 데드엔드클램프로 고정된 전선 내 강선 1가닥과 소선 4가닥은 이미 절단돼 2018년 2월부터 전선이 90도로 꺾인 채 위태롭게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4월 4∼6일 고성·속초(1260㏊), 강릉·동해(1260㏊), 인제(345㏊)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4000개가 넘는 해당하는 2865㏊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당시 산불로 899억 상당의 건물과 자동차, 산림 1260.21㏊가 불에 타 재산 피해액은 총 1291억원에 달하고 이재민 658가구 1524명이 발생했다. 571억원에 달하는 국민 성금이 모금되는 등 국민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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