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애먼 불매운동까지…LG트윈타워 청소노조 시위 속사정

중앙일보 2021.01.07 05:00
연초부터 재계 4위 LG그룹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룹의 상징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본사 사옥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소노조의 시위로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사회·노조단체는 ‘LG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으면서 정치 쟁점화하기도 했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로비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집단해고 철회 및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농성을 펼치고 있다. [뉴스1]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로비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집단해고 철회 및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농성을 펼치고 있다. [뉴스1]

6일에도 쌍둥이빌딩 형태인 LG트윈타워 두 건물 사이 1층 통로에선 그간 이 건물의 청소 업무를 맡았던 노조원 20여 명과 노조단체 등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16일 시위를 시작해 이날로 22일째였다. 노조원은 청소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지수) 소속으로, 지난해 말 사실상 해고된 상태다.
 
불씨는 지난해 11월 트윈타워의 관리를 담당하는 LG 계열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이 지수 측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면서 점화됐다. 이에 따라 지수 소속 인력 82명에 대한 근로계약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종료됐다. 새로 용역 계약을 한 백상기업(백상)이 ‘고용승계’를 거부하면서 시위가 촉발했다. 김중권 백상기업 대표와 여혜진 지수아이앤씨 이사 인터뷰, 노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들이 ‘평행선 대치’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① 왜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 해지했나

지수는 2009년 구광모 LG그룹 대표의 고모인 구훤미·구미정씨가 지분 100%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2010년부터 트윈타워의 청소 용역을 맡아왔다. 에스앤아이와 지수는 지난해 약 45억원에 청소·시설관리 용역을 계약했다. 이 가운데 약 41억원(91%)이 현장 인력의 인건비로 쓰였다. 여기서 나온 영업이익은 1억7000만원(3.8%)으로, 업계에선 “평균 또는 이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라고 본다.  
 
지난해 11월 30일 에스앤아이는 “입주업체 조사를 통해 청소 서비스 만족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여혜진 지수 이사는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 측이 ▶정년 70세 연장 ▶인사이동·승진 시 노조와 합의 등을 제시했는데, 이는 경영권 이슈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노조원들의 불만이 커졌고, 청소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계약 해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노조 와해’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트윈타워 노조가 가입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10월 노조가 생긴 후 불과 1년2개월 만에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해고는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원·하청 업체가 공모한 부당노동행위이고, 철저한 수사와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날 에스앤아이와 지수 등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고소했다.  
 

② 새 업체는 왜 고용승계 안 했나

청소 인력 수십 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표면적인 이유는 지수 측과 ‘개별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여 이사는 “트윈타워에서 일한 82명과 개별 근로계약서에서는 ‘해당 사업장과 계약이 종료되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조항이 있다”며 “에스앤아이와 계약 종료로 이들과의 개별 계약 종료도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새로 용역 계약을 한 백상기업의 입장은 강경하다. 노조가 백상 측에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백상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스앤아이 측에서도 고용승계를 검토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김중권 백상기업 대표는 “에스앤아이가 우리(백상기업)와 계약한 이유는 서비스품질 때문”이라며 “일을 잘하지 못해서 업체를 바꾼 것인데, 이런 평가를 받은 인력을 유지한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회사의 운영방침대로 트윈타워 인력을 새로 모집했으며, 이 중엔 지수에서 일하다 지원한 인력도 10명가량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새로운 사업장을 맡았을 때 기존 인력 승계는 업계의 관행이자 표준절차”라며 반박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노조 와해 부당노동행위 LG 측 고소 기자회견'에서 LG 측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용역업체에 대해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노조 와해 부당노동행위 LG 측 고소 기자회견'에서 LG 측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용역업체에 대해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 노조는 왜 ‘정년 70세’ 주장했나  

지수 소속으로 트윈타워에 배치된 인력 82명 중 노조원은 현재 30여 명이다. 이 가운데 10여 명이 백상으로 옮겨 트윈타워에서 일하고 있다. 시위 중인 노조원은 25명, 위로금을 받고 대기 중이거나 만 65세로 정년퇴직한 인력은 40여 명이다.  
 
지수 측은 노조원을 포함해 이들 인력에 대해 다른 사업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전환배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 이사는 “다만 다른 사업장에 당장 빈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자리가 나는 대로 배치할 계획이며 (새 사업장을 구하는) 최장 3개월까지 월급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고용노동부가 주재한 조정회의에서 지수 측은 ‘전환배치를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노조 측은 거절했다. 노조는 “구체적인 전환배치 계획이 없다. 노조와 대화를 거부한 채 노동자 개개인에게 회유하듯 접근하고 있다”며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을 각각 다른 사업장으로 흩어놓아 노조를 와해하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만 70세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여 이사는 “만 65세까지 재계약한 경우는 있지만, 정년 70세는 법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반발한다. 노조 측은 “노조가 생기기 전엔 회사는 ‘몸이 건강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정년 및 임금 요구 등은 양보할 의사가 있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LG 계열사인 에스앤아이 측은 “노조의 고용승계 및 트윈타워 근무 주장으로 장애인을 포함한 신규 채용한 90여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새로 계약한 업체(백상)가 신규 채용한 인원을 다른 사업장에 배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