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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내리막을 걸은 지난 5년…새로운 길을 가야

중앙일보 2021.01.07 00:31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누구에게나 인생의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여러 번 지나 걷다 보면 어떤 때는 산의 정상에 오르고 어떤 때는 바다에 닿는다. 무작정 길을 따라 걸으면 어디로 가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인생의 전환점에서는 한 번 멈추어서 온 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도 그렇다.
 

지난 5년, 험난하고 불안정했고
국가 전체로도 내리막길 걸어
리더십과 국민의 집단지성 모아
더 나은 미래로 새롭게 출발해야

새해를 맞아 지난 5년을 생각해 본다. 2016년 1월 시점에서 이후 5년 동안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과연 누가 짐작할 수 있었을까.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너무 많이 발생했다. 개인마다 희로애락이 달랐겠지만, 많은 국민이 5년 동안 어려움을 겪고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국가 전체로 보면 대체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우리 사회는 험난하고 불안정했다.
 
지난 5년, 정치 변혁은 극심했다. 2016년 12월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다음 해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적폐청산을 내세운 현 정부 집권 이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갔다. 작년 총선에서 여당이 절대다수를 얻어 입법 독주를 하면서 정치 갈등은 고조됐다.‘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은 많은 국민을 피로하게 했다. 북한과의 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8년에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개선의 조짐이 보였지만, 이후 악화하여 북한은 작년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한때 80%가 넘던 대통령 지지율도 30%대로 떨어졌다.
 
우리 사회는 매우 어수선했다. 계층, 이념, 세대, 성별 갈등이 점점 심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촛불집회가 다시 시작됐다. 사회지도층의 ‘내로남불’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부산 시장, 서울 시장이 모두 성범죄 의혹으로 물러났다. 코로나19로 사회 분위기가 침체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상태가 1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협조로 성공했던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집단감염이 확산하고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졌다.
 
경제는 벼랑길을 걸어왔다. 경제성장률은 점점 하락하고 소득분배는 악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업규제는 경제성장과 분배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자산 분배의 불평등이 커졌다. 팬데믹이 우리 사회의 취약 계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면서 서민의 고통은 커졌다.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계속 악화됐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비율이 2016년의 139%에서 171%로 높아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비중이 작년 6월에 53%에 달했다. 정부부채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와 경제는 계속 내리막을 걸었지만, 길을 바꾸지 못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내리막길을 계속 걸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간은 직관에 너무 의존하고 자신의 잘못을 잘 깨닫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행동 경제학의 대가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맨은 “우리는 명백한 것조차 못 볼 수 있으며, 자신이 못 본다는 사실도 모를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살아온 삶의 궤적이 나의 미래를 반드시 예정하지는 않는다. 이제라도 생각을 바꾸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하여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 합리적 이성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면 국가의 앞날을 바꿀 수 있다. 지난 5년의 경험과 이번 팬데믹이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전쟁, 팬데믹, 자연재해 같은 거대 충격이 있을 때 인간의 대응에 따라 변화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2021년이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와 정치, 경제, 사회의 혼란을 모두 극복하고 더 나은 정상(頂上)을 향해 올라가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너무 늦게 깨달아 바닥을 치고서야 내리막인 줄 안다면, 돌아갈 길이 너무 멀다. 과거와 단절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먼저 지도층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선 대통령 취임 때 약속한 ‘국민 통합’의 정치가 실현되어야 한다. 내 편 돌려막기 인사에서 벗어나 유능하고 쓴소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등용해야 한다. 경제 정책뿐 아니라 외교, 교육 정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장관과 참모를 세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 경제회복, 사회갈등 해소에 대통령과 지도층이 나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이 주권을 갖고 정부의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국가가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우리는 정치인의 선동과 잘못된 정보에 쉽게 휩쓸렸다. 미국 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 말한 ‘비이성적 과열’이 금융시장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곳곳에서 자주 발생했다. 너무 빨리 뛰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잠시 멈춰 서서 갈 길을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 5년이 지난 5년의 데자뷔이면 안 된다. 새로운 리더십과 국민의 집단지성을 모아 새로운 미래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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