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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소띠 해, 디지털 축산 큰 걸음 내디딜 때

중앙일보 2021.01.07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올해는 신축년 소띠 해다. 새해를 여는 소의 우람한 자태를 보니 상서로운 기운이 넘친다. 어떠한 고난이나 역경도 거침없이 헤쳐 나갈 수 있는 힘도 느껴진다. 서두르지 않고 뚜벅뚜벅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소의 모습은 꾸준함을 잃지 않는 근면성과 우직함, 충직함, 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칡소·흑우·백우·청우·황우 등 다양한 터럭 색을 가진 한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온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터럭 색의 한우가 존재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황색 한우 중심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때 칡소·흑우와 제주 흑우 등의 한우는 잡소로 취급돼 점차 자취를 감췄다.
 
올해 ‘흰 소의 해’를 맞아 주목받는 백우 역시 한우와 같은 계통이다. 선천적 유전형질에 의해 흰색을 지녔을 뿐이다. 농촌진흥청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백우가 흰색 계통인 외래 품종과는 전혀 다른 우리 고유 한우임을 밝히기도 했다. 멸종위기 단계에 있는 백우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가축 다양성 정보시스템에 한국 품종으로 등록돼 있다. 현재 FAO에 등재된 한우 품종은 백우를 비롯해 황우와 흑우, 제주 흑우, 칡소 5종이다. 희소가치가 있는 한우 유전자원의 확보는 한우의 명맥을 잇고 다양한 가축 유전자원의 가치를 지켜내는 중요한 일이다.
 
한우가 명맥을 잇고 명성을 지킬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지난 50년간의 국가 단위 한우 개량사업이 큰 몫을 했다. 개량과 가축 사양 기술의 발달로 2019년에는 한우 체중이 1970년대의 2배(694㎏)로 증가했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고급육을 만드는 육질 개선 연구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한우 특유의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은 홍콩 등 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우 수출이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홍콩 바이어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동남아·중동 지역 수출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세계 각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식량 자급과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축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도 한 차원 높은 축산 산업의 도약을 위해 디지털 축산으로의 선제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축산 기술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한 가축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절감케 할 것이다. 올해는 특히 축산업을 환경친화적이고 고품질의 단백질 공급을 위한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2021년, 어질고 부지런한 소의 덕성(德性)을 닮아 묵묵히 소명을 다 하는 한 해로 보낼 것을 다짐한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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