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악녀 트로이카의 유혹…‘펜트하우스’ 시청률 28.8% 찍었다

중앙일보 2021.01.07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연기 대결을 펼친 천서진 역의 김소연, 심수련 역의 이지아, 오윤희 역의 유진. 차례로 악녀로 변신한다. [사진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연기 대결을 펼친 천서진 역의 김소연, 심수련 역의 이지아, 오윤희 역의 유진. 차례로 악녀로 변신한다.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 1(21부작)이 5일 시청률 28.8%(닐슨코리아 기준)로 종영했다. 새해 첫 주부터 지난해 SBS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낭만닥터 김사부 2’(27.1%)를 뛰어넘는 화려한 피날레다. 다음 달 방송 예정인 시즌 2(12부작)와 연내 제작을 예고한 시즌 3(12부작)까지, 올해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의 전작 ‘황후의 품격’(2018~2019, 최고 시청률 17.9%)을 훨씬 웃도는 성공이다.
 

시즌1 종영, 내달 시즌2 방영 예정
연내 시즌3까지…최고 흥행작 예약
이지아·김소연·유진 모두 연말수상
선악 구도 넘어 자극적 악인 대결
“얼얼한 맛에 중독, 비판적 시각 절실”

‘펜트하우스’는 기존 김순옥 작가의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주인공인 펜트하우스 안주인 심수련(이지아)이 20회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는 여전하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갖는 힘이 한층 세졌다. 과거의 명확히 구분된 선악 구도를 넘어 모두가 악한 면모를 서서히 드러내면서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조사 결과 톱 10에 6명(유진·이지아·박은석·김소연·엄기준·조수민)이 올랐다.
 
특히 악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극 초반 청아예고 예술부장 천서진(김소연)이 학창시절 라이벌이었던 오윤희(유진)를 향해 갖은 악행을 일삼았다면, 중후반부에서는 심수련과 오윤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심수련의 친딸 민설아(조수민)를 죽인 범인이 오윤희로 드러나면서 헤라팰리스 사람들에게 품은 분노가 그대로 옮겨붙은 탓이다. 자수를 종용하며 옥죄어오자 오윤희는 심수련의 남편이자 천서진의 내연남인 주단태(엄기준) 회장을 이용해 살 궁리를 도모한다. 그야말로 서로 물고 물리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즌제로 가기 위해선 새로운 갈등 구조가 필연적”이라고 짚었다. 천서진의 악행이 주는 자극이 반복되다 보면 식상해지기 때문에 가장 믿었던 인물인 오윤희의 배신으로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는 얘기다. 이어 “오윤희가 심수련 살해 혐의로 재판까지 받았지만 진범은 따로 있는 것처럼 민설아 사건도 본인의 불완전한 기억 외에 별다른 증거는 없다”며 “죄책감 과잉으로 또 다른 실수를 야기하는 독특한 캐릭터로 반전의 키를 쥔 인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BS는 연기대상 중장편 드라마 부문 남녀 최우수상에 엄기준과 이지아·김소연·유진 모두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남녀 우수상 봉태규·윤종훈과 신은경, 조연상 박은석, 청소년 연기상 김현수까지 하면 6관왕 9명. ‘이브의 모든 것’(2000)으로 악녀의 계보를 새로 쓴 김소연은 MBC 연속극 ‘가화만사성’(2016)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1997년 걸그룹 S.E.S로 데뷔해 연기자로 전향한 유진과 2007년 ‘태왕사신기’로 데뷔한 이지아는 첫 최우수상 수상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트로피 남발로 감사패가 돼버렸지만, 김소연의 연기가 단연 압도적”이라고 평했다. “아버지 사망 후 피 묻은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극단적인 장면뿐만 아니라 병실로 향하는 일상적인 장면에서도 분노와 두려움, 평정심 등 다양한 감정이 쑥쑥 차오르며 변화하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는 이유다. 영화 ‘말레피센트’의 앤젤리나 졸리와 ‘라푼젤’의 마녀, ‘위플래쉬’의 J.K. 시몬스 등을 참고해 천서진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김소연 인터뷰 내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천서진을 빼면 악행의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사악한 행동의 근원을 결핍에서 찾는다면 천서진은 성장 과정에서부터 부모로부터 감정적 결핍을 경험하고 이것이 딸 하은별(최예빈)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 하지만 심수련이나 오윤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각각 딸 민설아에 대한 복수와 배로나(김현수)를 향한 보호 기제가 작용하지만 행동 일관성이 결여돼 공감을 사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사건이 절정으로 치달은 때 시즌 1이 끝나 이들을 납득시키며 수습하는 것이 시즌 2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김순옥 월드’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팬들도 많다. 점 하나 찍고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아내의 유혹’(2008~2009)처럼 심수련이나 민설아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 믿는 이들도 있다. “부검하기 전까진 죽은 게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 오윤희의 염색체가 XY로 잘못 표기된 것은 제작진의 실수라는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트랜스젠더 설 등 다양한 가설이 떠돌기도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개연성이 사라지고 규칙이 없는 세상에서는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하은별이나 엄마의 살인을 인정할 수 없는 배로나 등 아이들이 보다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나비문신을 한 친모의 정체가 드러나면 쌍둥이 주석훈(김영대)과 주석경(한지현)까지 흑화해 심수련의 대리전을 펼칠 수도 있다. 다만 청소년들의 과도한 폭행 장면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은 만큼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공희정 평론가는 “가사도우미 양미옥(김로사) 등 이야기를 더 풀어낼 여지가 있는 인물도 많다”며 “다들 얼얼한 ‘마라맛’에 중독돼 보고는 있지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