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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주지사'의 트럼프 저격 "수준 이하 대통령같으니!"

중앙일보 2021.01.06 15:38
할리우드 배우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놀드 슈워제네거. 중앙포토

할리우드 배우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놀드 슈워제네거. 중앙포토

 

“대통령의 ‘바보 같고, 미치광이 같으며, 사악한’ 책략을 이젠 끝내야 합니다. 의원들은 당파 싸움에서 물러나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세요.”

 
할리우드 배우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놀드 슈워제네거(74)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저격수로 나섰다. 5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왜 공화당이 트럼프를 막아야 하는가’란 제목의 기고문을 내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응답 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응답 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를 전 세계에 유명하게 한 건 영화 ‘터미네이터’ 속 “아 윌 비 백(I will be back, 돌아오겠어)”이란 명대사이자 근육질의 체격이다. 하지만 그는 수년간 공화당에 몸담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공화당의 대통령인 트럼프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그는 “오늘날 미국이 매우 걱정된다”며 “이민자, 미국인, 그리고 공화당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포문을 열었다.
 
슈워제네거는 이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태를 “미국이 수 세기 간 지켜온 원칙과 선거에 대한 믿음을 내던지려 한다”고 비판했다. 주장만 늘어놓은 게 아니라 숫자 등을 들어 조목조목 반박하는 면모도 보였다. 부정 선거였다는 주장이 대법원을 포함해 모두 59건이나 기각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5일(현지시간) 보도된 아놀드슈워제네거 이코노미스트 기고문 [이코노미스트 캡쳐]

5일(현지시간) 보도된 아놀드슈워제네거 이코노미스트 기고문 [이코노미스트 캡쳐]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을 압박한 사실을 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수준이 낮은 행태”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사람의 전화 통화 파일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조지아에서 졌을 리가 없다”며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력을 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래펜스버거 장관은 “글쎄, 당신이 가진 데이터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 연합뉴스

  
사실 슈워제네거가 트럼프 대통령을 ‘디스’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사람은 2017년에도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 전까지 진행했던 TV쇼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를 아놀드가 넘겨받은 뒤다. 첫 방송이 나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비교하면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폭삭 망했네”라는 트위터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슈워제네거가 진행한 1회의 시청률이 떨어진 것을 조롱한 것이다.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를 맡았을 당시 아놀드 슈워제네거. 중앙포토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를 맡았을 당시 아놀드 슈워제네거. 중앙포토

 
슈워제네거도 곧바로 반격했다. “트럼프, 서로 일을 바꾸면 어떻겠냐”고 트윗을 올리면서다. 그는 “당신은 시청률 전문가이니 TV를 접수하고, 나는 대통령직을 접수하면 된다”며 “그럼 사람들이 다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며칠 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테이블에 내리쳐 박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터미네이터2' 속 한 장면. 중앙포토

영화 '터미네이터2' 속 한 장면. 중앙포토

 
슈워제네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가족과 이민했다. 할리우드 데뷔 전엔 당대 보디빌딩계 최고 대회인 ‘미스터 올림피아’에서 7차례 우승하는 등 보디빌딩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1970년 ‘뉴욕의 헤라 클래스’로 스크린에 등장, 영화 ‘터미네이터’로 전설적인 스타가 됐다.
 
중도파 공화당원이었던 그는 90년 조지 부시 41대 대통령 정권 당시 건강 증진 및 스포츠위원회 의장을 맡으며 본격 정치권에 등판했다. 이후 2003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돼 2011년까지 주 정책을 살폈다. 할리우드 스타가 주지사가 된 건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였다. 레이건 전 대통령도 67년부터 75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맡았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당시 기업인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레이건대통령기념관]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당시 기업인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레이건대통령기념관]

 
영화 속 ‘킬러 머신’의 이미지를 가졌지만, 그는 지난해 2년 만에 또 심장 수술을 받았다. 선천적 결함으로 97년 첫 심장 폐동맥판 교체 수술을 받았고, 2018년에 다시 교체했다. 그는 수술 직후 병상에 누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 사진을 공개해 팬들을 안심시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수술 뒤 사진 [출처 아놀드 슈워제네거 인스타그램]

아놀드 슈워제네거 수술 뒤 사진 [출처 아놀드 슈워제네거 인스타그램]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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