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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안목 중요해진 '집콕' 시대, 갤러리서 이런 전시가....

중앙일보 2021.01.06 13:56
겸재 정선의 그림과 헬레나 티넬의 유리 조명, 권대섭의 달항아리, 폴 케흘름의 데이베드가 한 자리에 어우러진 전시장. 각기 다른 시간과 이야기를 품은 것들이 조화를 이뤘다. [사진 PKM갤러리]

겸재 정선의 그림과 헬레나 티넬의 유리 조명, 권대섭의 달항아리, 폴 케흘름의 데이베드가 한 자리에 어우러진 전시장. 각기 다른 시간과 이야기를 품은 것들이 조화를 이뤘다. [사진 PKM갤러리]

핀란드 유리 아티스트 헬레나 티넬이 디자인한 버블 글라스 펜던트 조명. [사진 이은주]

핀란드 유리 아티스트 헬레나 티넬이 디자인한 버블 글라스 펜던트 조명. [사진 이은주]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1960년 조명. [사진 PKM갤러리]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1960년 조명. [사진 PKM갤러리]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장동팔경 세심대' 앞 핀란드 유리 아티스트 헬레나 티넬(1918~2016)가 디자인한 버블 글라스 펜던트 조명이 천장에 매달려 반짝이고 있다. 그 아래 놓인 것은 현재 국내서 열렬한 애호가들을 거느리고 있는 도예가 권대섭(69)의 달항아리다. 누군가의 거실을 닮은 듯한 이 공간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 별관 전시장. 이곳에서 미술품뿐만 아니라 가구와 조명까지 전시작으로 함께 등장시킨 '타임 인 스페이스:더 라이프스타일' 전시가 열리고 있다. 
 

PKM갤러리 '타임 인 스페이스'
미술, 가구, 조명 함께 선보여

창 밖으로 북촌 풍경이 한눈에 내다보는 자리엔 근대 건축 거장 르코르뷔지에(1887~1965)가 디자인한 송치 가죽의 LC1 암체어와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풀 케흘름(1929~1980)이 디자인한 데이베드가 놓여 있다. 두 거장은 세상을 떠난 지 수 십년이 흘렀지만, 비례의 미를 보여주는 두 작품에서 당당한 기운이 느껴진다.  
 
벽면엔 윤형근의 회화가 걸려 있고, 창가엔 르코르뷔지에의 암체어가 놓여 있다. [사진제공=PKM갤러리]

벽면엔 윤형근의 회화가 걸려 있고, 창가엔 르코르뷔지에의 암체어가 놓여 있다. [사진제공=PKM갤러리]

정영도 작가의 대형 회화 '머드 플레이 인 마이 플레이스' (2020) [사진 PKM갤러리]

정영도 작가의 대형 회화 '머드 플레이 인 마이 플레이스' (2020) [사진 PKM갤러리]

백현진의 신작 회화 'Suicide-preventing Painting'(2020).[사진 PKM갤러리]

백현진의 신작 회화 'Suicide-preventing Painting'(2020).[사진 PKM갤러리]

이번 전시는 미술 작품과 디자인 작품이 섞였을 뿐만 아니라 한 자리서 접하기 어려웠던 동서고금의 아이템들이 총출동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 제목을 '타임 인 스페이스', 즉 '공간 속 시간'으로 지은 연유다. 이를테면 입구 벽엔 우봉 조희룡(1789∼1866)의 '홍매도'가 걸려 있고, 그 아래 조선 목기 위에 1940년대 미국 RCA 빅터오디오와 1973년 필립스 스피커가 놓여 있다. 그 옆에 스웨덴 디자이너 앤더스페르손의 1960년대 황동 소재 플로어 램프까지 더해진 공간에선 말 그대로 '앤틱'의 향연이 찬란하다. 하지만 여기에 다시 반전이 있다. 한쪽 벽에 걸린 젊은 화가 정영도(35)의 대형 회화 '머드 플레이 인 마이플레이스(Mud play in my place)'와 백현진의 '자살 방지 그림(The Suicide-preventing Painting)은 백년 혹은 수 십년의 시간을 버텨온 것들에도 전혀 압도당하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돌아보면 전시가 열리는 공간도 독특하다. 마당과 계단, 테라스 공간이 있는 현관부터 한쪽 벽의 넓은 통창까지 사실상 주택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다. 갤러리로 리모델링하기 전 이 곳은 1969년 김중업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진 일반 주택이었다. 
 
소목장 세미가 만든 선반 위에 한정용 작가의 백자 다면 주전자와 주병, 잔이 놓여 있다. [사진 이은주]

소목장 세미가 만든 선반 위에 한정용 작가의 백자 다면 주전자와 주병, 잔이 놓여 있다. [사진 이은주]

체스터 소파와 카이 크리스티안센의 사이드 테이블, 헬레나 티렐의 테이블 조명. [사진 이은주]

체스터 소파와 카이 크리스티안센의 사이드 테이블, 헬레나 티렐의 테이블 조명. [사진 이은주]

주택의 분위기는 지하 공간으로도 이어진다. 체스터소파와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 카이 크리스티안센(91)의 사이드테이블, 헬레나 티넬의 또 다른 램프가 조화를 이뤘고, 또 한 편엔 소목장세미가 든 선반에 한정용 도예가가 빚은 주전자와 백자 잔이 한 편의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다. 
 
갤러리는 왜 이런 혼합 장르의 전시를 연 것일까. 전시를 기획한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오래전부터 미술품과 가구,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전시를 꼭 열어보고 싶었다"며 "이 전시에 요즘 변화해가는 사적 주거 공간의 의미를 함께 돌아보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일상이 뉴노멀이 된 시대에 사적인 주거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늘며 개인 공간이 지니는 가치의 의미도 크게 변화하는 상황이라는 것. 박 대표는 "이제 사적인 주거 공간은 일과 휴식, 그리고 사교를 위한 기능까지도 아우르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며 "각기 다른 시간성과 스토리텔링을 품은 미술품과 가구가 서로 공명하며 미적인 즐거움과 공간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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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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