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이케에 또 당했다“…억울한 스가, 3월 퇴진론까지 나왔다

중앙일보 2021.01.06 05:00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이란 결단을 내리고도 사방에서 공격받는 상황에 처했다. 결정이 한 박자 늦은 데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의 '요청'에 응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고이케의 퍼포먼스에 당했다"는 평가가 자민당 내에서 이어진다. 
 

4일 '긴급사태 선언' 결단했지만 또 "뒷북" 비판
고이케 지사 요청 뒤 마지못해 나선 모양새 돼
지지율 30% 이하면 위험.."3월 사임할 것" 예측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습을 위한 '마지막 카드'인 긴급사태 선언마저 효과가 없을 경우, 스가 정권이 단명으로 끝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도쿄 소재 총리관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 9월 2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도쿄 소재 총리관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스가 총리는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4개 지역에 전염병 확산 억제를 위한 긴급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긴급사태 발령은 7일 열리는 전문가 자문회의 검토를 거쳐 8일 0시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긴급사태 선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스가 총리는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연말연시에도 계속해 하루 3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수도권 자치단체장들까지 나서 '긴급사태 선언'을 압박하자 결국 고집을 꺾어야 했다. 
 

스가 정부, 고이케에 '부글부글' 

하지만 긴급사태 발령 역시 뒤늦은 중단 발표로 욕만 먹었던 여행장려책 '고 투 트래블'의 전철을 밟을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주변에서 압박이 들어오기 전, 총리가 전향적으로 긴급사태를 결정해 리더십을 보여줘야 했다는 것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4일 회견에 대해 "고이케의 퍼포먼스에 밀린 형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사히 신문에 "(총리가) 고이케에 보기 좋게 당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TV 캐스터 출신의 고이케 지사는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능하고, 여론의 흐름을 읽어 이슈를 선점하는 '극장형 정치가'로 평가된다. '실무형 정치가'인 스가 총리는 이런 고이케의 방식에 예전부터 반감을 표해 왔다. 2016년 고이케 지사가 자민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자 당시 관장방관이던 스가 총리는 "'극장형 인간'에게 도쿄의 도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고이케 유리코(왼쪽 네 번째) 일본 도쿄도 지사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장이 니시무라 야스토시(가운데) 일본 경제 재생 담당상에게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뒤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 2일 고이케 유리코(왼쪽 네 번째) 일본 도쿄도 지사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장이 니시무라 야스토시(가운데) 일본 경제 재생 담당상에게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뒤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번에도 고이케 지사는 '긴급사태 선언'이란 카드를 선점해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중앙정부로 돌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3일 정부 분과회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재 밤 10시에서 더 단축해달라고 도쿄도에 요청했지만 고이케 지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연말 도쿄 내에서만 하루 확진자가 1300명을 넘자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공을 넘긴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 한 고위 관료는 요미우리에 "나라(중앙 정부)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도쿄도는 책임을 회피하는 흐름을 고이케가 잘도 만들어냈다"고 비꼬았다.   
 
스가 총리도 4일 기자회견에서 억울함을 드러냈다. 음식점 영업을 9시까지로 단축한 오사카와 홋카이도 등에선 신규 감염자가 줄고 있다며, 그에 반해 "도쿄와 수도권에선 감염자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부의 제안을 따르지 않은 도쿄도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정권은 더 이상 힘이 없다"

5일 마이니치 신문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실기를 거듭하는 스가 정권에 대해 "이 정권에는 더 이상 맞서 싸울 힘이 없는 것 같다"고 체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새해 첫 출근일인 4일 일본 도쿄의 간다묘진(神田明神) 신사에 참배객이 모여 행운을 기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새해 첫 출근일인 4일 일본 도쿄의 간다묘진(神田明神) 신사에 참배객이 모여 행운을 기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긴급사태 선언이 효과를 발휘해 2월 백신 접종 전까지 감염 확산을 눈에 띄게 억제할 수 있다면 반전은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확산세가 이어지며 스가 내각 지지율이 30% 아래로 하락할 경우, 당내에서도 퇴진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39%였다.  
 
일본의 유력 정치평론가 고바야시 기치야(小林吉彌)는 3일 발매된 일본 주간지 '슈칸 아사히'에서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오는 3월 말 2021회계연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스가 총리가 퇴진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편 5일 일본에선 487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도쿄에선 1278명으로, 지난달 31일의 1337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관련기사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