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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족'을 아시나요? 무주택자라던 김진욱도 12억 '대전족'

중앙일보 2021.01.05 15:38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요즘 한국 현실에 대입하면 ‘자녀가 학세권을 누리도록 대전족 부부가 구축에 거주한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일등공신’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통용되는 은어의 조합이다. 여기서 학세권(學勢圈)은 학교·학원 등의 교육 환경이 좋은 지역, 대전족은 대치동에 전세를 사는 사람을 뜻한다. 대치동에 자기 집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며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 열성 부모들이 현대판 ‘맹모’인 셈이다.
 

무주택 강조된 김진욱, 알고 보니 ‘대전족’

 
이런 대치동이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된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인사청문 자료에는 김 후보자가 무주택자로 나와 있다. 대신 대치동 삼성아파트에 보증금 12억5000만원을 주고 전세를 살고 있다. 보증금 액수에 비춰 봤을 때 당초 공수처장 추천위가 무주택을 강조하며 “청렴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그렇지만 각각 고등학생(대학 진학 예정)과 중학생인자녀의 교육을 위해 서울 서초구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서의 전세살이를 택했다는 점에서 대전족으로 볼 수 있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자 [뉴스1]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자 [뉴스1]

 
인사청문회에서 대치동 집에 관심이 쏠린 건 김 후보자뿐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임명된 김대지 국세청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대치동 주소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캐나다 연수를 마치고 2009년 귀국한 김 청장이 서울 송파구로 이사한 뒤에도 배우자와 딸은 연수 전에 살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주소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대치동 ‘똘똘한 한 채’ 전략 성공한 고위공직자 

 
대치동 아파트로 시세차익을 올린 게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임명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문회 당시 2003년 1억3500만원에 매입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6년 뒤 10억5000만원으로 올라 9억여원의 차익을 실현한 게 부각됐다. 야당 추천 몫의 조병현 중앙선관위원 후보자는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때 재산이 7년 만에 23억원에서 두 배에 가까운 42억원으로 불어난 게 논란이 됐다. 당시 조 후보자는 “(재산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대치동 아파트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전족이 아닌 자가 소유자도 대치동의 ‘똘똘한 한 채’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이미 인사청문회를 거쳤거나 청문회가 필요 없는 고위직의 경우에도 재산신고 내역에 대전족의 기록이 새겨진 경우가 많다. 지난해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김재형 대법관은 서초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배우자 명의로 대치동에 10억5000만원 상당의 전세권을 갖고 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발탁되고 지난해 8월 법제처장을 역임한 뒤 물러난 김형연 변호사도 처장 시절 배우자가 대치동에 보증금 10억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정치권에선 “천하의 저승사자와 염라대왕도 자식을 위해선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대전족이 될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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