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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빚어낸 예술같은 자연현상 ‘역고드름’

중앙일보 2021.01.05 14:48
 
어두컴컴한 폐터널 바닥이 반짝였다. 작게는 2∼3㎝에서부터 큰 것은 1m 높이의 얼음 기둥이 양초처럼 서 있었다. ‘역고드름’이다. 지난 4일 오후 찾은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고대산 자락의 옛 경원선의 길이 100m, 폭 10m 터널엔 300여 개의 역고드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역고드름은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부터 위로 자라는 형태다. 폐터널 입구에 집중돼 있고, 안쪽에도 자라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신비한 겨울철 자연현상이다.
 
역고드름 대부분은 양초와 대나무 모양을 하고 있다.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거나 아기를 업은 어머니, 다정한 연인, 기도하는 여인 같은 갖가지 형상을 띈다. 연천 역고드름은 수직으로 올라가는 게 특징이다.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이 물그릇에서 매년 겨울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자라는 것과 차이가 있다. 지난달 말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이달 들어 한파가 닥치면서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말까지 역고드름은 더 커지며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천장서 떨어진 물방울 순식간에 얼어”     

연천군은 역고드름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터널 입구에 전망데크를 마련했다. 데크 앞에는 20여 대 규모의 주차장도 있다. 옆에는 옛 경원선 철길과 교각 일부가 남아 있다. 주변에는 백마고지·고대산 등 안보 관광지와 등산코스도 있다. 경원선 신탄리역에서 철원군 백마고지역까지 5.6㎞ 구간 철길이 복원돼 대중교통도 편리해졌다.
 
역고드름은 지난 2005년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된 뒤 매년 한겨울 동안 모습을 보인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천장의 갈라진 틈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역고드름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곳 폐터널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탄약고로 사용될 때 미군의 폭격을 받아 터널 위쪽에 틈이 생겼고, 이곳으로 물기가 스며들어 흘러내리는 게 역고드름 생성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안전 방문 위한 진입 교량 설치 필요  

연천 역고드름 현장 방문 시에는 교통안전과 안전 관람에 주의해야 한다. 진출입로로 사용되는 1㎞ 길이 논둑길은 차량 한 대만 지날 정도로 폭이 좁고 2∼3m 높이의 둑 위에 조성돼 안전 운전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빙판길·눈길에선 걸어서 가는 게 안전하다. 출입이 금지된 폐터널이나 미끄러운 바닥은 주의해야 하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고드름도 조심해야 한다.
연천 역고드름 위치. 다음지도

연천 역고드름 위치. 다음지도

 
이 마을 장승록 이장은 “관광버스가 방문할 경우 진입로로 들어갈 수 없는 데다 마땅한 주차공간도 없어 아쉽다”며 “주변 도로변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마련하고, 도로와 폐터널을 잇는 교량을 개설하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편리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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