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단지였던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는 분양이 마감됐고, 일부 아파트는 프리미엄도 붙었다. [김원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06/8577fa93-0f2a-47be-9ce0-bb9200c1bf5d.jpg)
미분양 단지였던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는 분양이 마감됐고, 일부 아파트는 프리미엄도 붙었다. [김원 기자]
"로열동 로열층은 이미 완판됐고, 바다가 보이는 중대형 아파트는 4000만원을 피(프리미엄)로 준다고 해도 매물이 안 나옵니다."
[현장르포]
초기 분양률 4%…지금은 수도권 '묻지마 원정 투자'까지
지난달 31일 방문한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 아파트 분양홍보관은 코로나 19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안팎으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방문객들로 붐볐다.
아파트가 다 지어진 지 1년이 넘은(2019년 12월 완공) 이곳은 이미 두 차례에 걸려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현재는 미분양 상태에서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옛 한국철강 부지에 들어선 38개 동 4298가구의 대규모 단지이지만, 5년 전인 2016년 첫 분양에서는 177명만 청약해 분양률 4%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아파트 시공사인 부영주택은 청약한 사람들에게 위약금까지 내주고 분양을 취소했다.
무너진 창원 경제, 악성 미분양 무덤 되다
![지난달 31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린애시앙부영 분양홍보관에 모여 있다. [김원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06/dc3f6b63-8760-4654-ae75-c883084d5fa6.jpg)
지난달 31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린애시앙부영 분양홍보관에 모여 있다. [김원 기자]
이곳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민선진씨는 "2016년 분양 당시 창원지역은 아파트 공급 과잉이었다"며 "비슷한 시기에 6100가구 규모의 중동유니시티 등이 분양 경쟁을 벌이면서 마린애시앙은 지역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선분양가가 3.3㎡당 980만원으로 지역 평균에 비해 높았던 점도 미분양 참사의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조선·기계·자동차 등 창원 지역 주력 업종이 침체를 겪으면서 일자리가 흔들렸고, 그 결과가 부동산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부영주택은 아파트가 완공된 2019년 12월 가격을 초기 분양가 대비 11%(3.3㎡당 약 880만원) 내리고, 잔금의 절반을 2년간 분납하도록 하는 등의 파격적인 분양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때도 청약자는 390명에 그쳤다. 이후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고 바로 입주가 가능한 '선착순 계약'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1~5월 분양 실적은 221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7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규제지역 아파트 거래에 대해 대출을 옥죄는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이후 수도권 규제의 '풍선효과'로 지방 대도시에 대한 투자 열기가 높아지면서 이 아파트 분양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집도 볼 것 없다" … 다시 등장한 '묻지마 투자'
![마린애시앙 부영은 4298가구의 대단지로 초등학교, 시립 보육시설 등이 단지 내에 있다. [김원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06/2a944a24-31f8-4274-ab7b-ef0471b2f847.jpg)
마린애시앙 부영은 4298가구의 대단지로 초등학교, 시립 보육시설 등이 단지 내에 있다. [김원 기자]
특히 11월에만 1340건의 계약이 이뤄지면서 분양률이 66%까지 올라갔다. 이 아파트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11월에는 서울, 부산 등에서 온 손님이 많았다"며 "집 상태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사고 보는 '묻지마 투자'도 꽤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 통화 만으로 3~4채씩 계약한 손님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40) 씨는 이 아파트 갭투자자다. 김 씨는 "미분양 아파트지만 입지가 나쁘지 않아 서둘러 계약했다"며 "향후 몇 년간 이 지역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적어 시세 차액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사들였다"고 말했다. 무주택자인 김 씨는 이 아파트를 계약한 뒤 곧바로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12월에도 투자자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선호도가 높은 중대형(전용 124㎡)은 이미 '완판'됐다. 조망이 좋은 고층 매물에는 웃돈도 붙었다. 부영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 완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닉 바잉' '풍선 효과' … 규제가 효자 된 미분양
![4298가구 대단지로 집을 둘러보기 위해선 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부영주택]](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06/5f28267d-dd7d-4abb-af71-85b545f898f7.jpg)
4298가구 대단지로 집을 둘러보기 위해선 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부영주택]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분양에 실패한 이 단지는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 효과를 봤다. 지난해 7월 말 주택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까지 번진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3620가구로 2003년 5월(2만2579가구) 이후 무려 17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처럼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역시 전국 1만4060가구로 전월(2020년 10월) 대비 12.6%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특정 지역만 꼭 찍어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주변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창원 의창구, 성산구가 규제지역이 될 것이란 소문이 돌자 투기 수요가 비규제지역인 마산 지역으로 일시에 몰렸다. 이 아파트 역시 지난해 11월에 가장 많은 분양 실적을 올렸다.
![창원 마린애시앙 조감도. [부영주택]](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06/b7568954-89c3-48fe-b16c-e467e4f90c7c.jpg)
창원 마린애시앙 조감도. [부영주택]
분양홍보관 관계자는 "지난 11월에는 집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고, 3~4시간씩 대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원 의창구(투기과열지역), 성산구(조정지역)가 지난달 17일 규제지역이 된 후에도 열기는 계속됐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변 지역 대비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을 줬고,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며 "'풍선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아파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투기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서 교수는 "만약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가 일시에 빠져나가고 가격이 내려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창원 =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