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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무덤'이 프리미엄 '완판' 목전…규제 풍선효과 덮친 창원

중앙일보 2021.01.05 12:37
미분양 단지였던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는 분양이 마감됐고, 일부 아파트는 프리미엄도 붙었다. [김원 기자]

미분양 단지였던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는 분양이 마감됐고, 일부 아파트는 프리미엄도 붙었다. [김원 기자]

 
"로열동 로열층은 이미 완판됐고, 바다가 보이는 중대형 아파트는 4000만원을 피(프리미엄)로 준다고 해도 매물이 안 나옵니다."

[현장르포]
초기 분양률 4%…지금은 수도권 '묻지마 원정 투자'까지

 
지난달 31일 방문한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 아파트 분양홍보관은 코로나 19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안팎으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방문객들로 붐볐다.   
 
아파트가 다 지어진 지 1년이 넘은(2019년 12월 완공) 이곳은 이미 두 차례에 걸려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현재는 미분양 상태에서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옛 한국철강 부지에 들어선 38개 동 4298가구의 대규모 단지이지만, 5년 전인 2016년 첫 분양에서는 177명만 청약해 분양률 4%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아파트 시공사인 부영주택은 청약한 사람들에게 위약금까지 내주고 분양을 취소했다.  
 

무너진 창원 경제, 악성 미분양 무덤 되다

 
지난달 31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린애시앙부영 분양홍보관에 모여 있다. [김원 기자]

지난달 31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린애시앙부영 분양홍보관에 모여 있다. [김원 기자]

 
이곳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민선진씨는 "2016년 분양 당시 창원지역은 아파트 공급 과잉이었다"며 "비슷한 시기에 6100가구 규모의 중동유니시티 등이 분양 경쟁을 벌이면서 마린애시앙은 지역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선분양가가 3.3㎡당 980만원으로 지역 평균에 비해 높았던 점도 미분양 참사의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조선·기계·자동차 등 창원 지역 주력 업종이 침체를 겪으면서 일자리가 흔들렸고, 그 결과가 부동산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부영주택은 아파트가 완공된 2019년 12월 가격을 초기 분양가 대비 11%(3.3㎡당 약 880만원) 내리고, 잔금의 절반을 2년간 분납하도록 하는 등의 파격적인 분양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때도 청약자는 390명에 그쳤다. 이후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고 바로 입주가 가능한 '선착순 계약'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1~5월 분양 실적은 221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7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규제지역 아파트 거래에 대해 대출을 옥죄는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이후 수도권 규제의 '풍선효과'로 지방 대도시에 대한 투자 열기가 높아지면서 이 아파트 분양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집도 볼 것 없다" … 다시 등장한 '묻지마 투자'

마린애시앙 부영은 4298가구의 대단지로 초등학교, 시립 보육시설 등이 단지 내에 있다. [김원 기자]

마린애시앙 부영은 4298가구의 대단지로 초등학교, 시립 보육시설 등이 단지 내에 있다. [김원 기자]

 
특히 11월에만 1340건의 계약이 이뤄지면서 분양률이 66%까지 올라갔다. 이 아파트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11월에는 서울, 부산 등에서 온 손님이 많았다"며 "집 상태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사고 보는 '묻지마 투자'도 꽤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 통화 만으로 3~4채씩 계약한 손님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40) 씨는 이 아파트 갭투자자다. 김 씨는 "미분양 아파트지만 입지가 나쁘지 않아 서둘러 계약했다"며 "향후 몇 년간 이 지역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적어 시세 차액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사들였다"고 말했다. 무주택자인 김 씨는 이 아파트를 계약한 뒤 곧바로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12월에도 투자자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선호도가 높은 중대형(전용 124㎡)은 이미 '완판'됐다. 조망이 좋은 고층 매물에는 웃돈도 붙었다. 부영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 완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닉 바잉' '풍선 효과' … 규제가 효자 된 미분양

4298가구 대단지로 집을 둘러보기 위해선 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부영주택]

4298가구 대단지로 집을 둘러보기 위해선 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부영주택]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분양에 실패한 이 단지는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 효과를 봤다. 지난해 7월 말 주택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까지 번진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3620가구로 2003년 5월(2만2579가구) 이후 무려 17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처럼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역시 전국 1만4060가구로 전월(2020년 10월) 대비 12.6%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특정 지역만 꼭 찍어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주변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창원 의창구, 성산구가 규제지역이 될 것이란 소문이 돌자 투기 수요가 비규제지역인 마산 지역으로 일시에 몰렸다. 이 아파트 역시 지난해 11월에 가장 많은 분양 실적을 올렸다. 
 
창원 마린애시앙 조감도. [부영주택]

창원 마린애시앙 조감도. [부영주택]


분양홍보관 관계자는 "지난 11월에는 집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고, 3~4시간씩 대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원 의창구(투기과열지역), 성산구(조정지역)가 지난달 17일 규제지역이 된 후에도 열기는 계속됐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변 지역 대비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을 줬고,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며 "'풍선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아파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투기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서 교수는 "만약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가 일시에 빠져나가고 가격이 내려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창원 =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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