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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상 최대 설비투자···다른 업종은 '호황 착시' 걱정

중앙일보 2021.01.05 11:23
한국 반도체 업계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 설비투자에 나선다.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진입 초기에 선제 투자 성격이다. 잔뜩 움츠러든 경제엔 낭보지만, 반도체 호황 착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반도체설비투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반도체설비투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발표한 ‘2020년 반도체 시장 동향 및 2021년 전망’ 자료에서 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 설비투자 규모가 189억 달러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157억 달러) 대비 20.4% 늘어난 수치다. 올해 글로벌 설비투자는 소폭(4.1%) 늘어나도 예상했다. 경쟁국인 중국ㆍ대만은 각각 7.2%, 7.1%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이 두드러지게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산업부는 2022년 설비투자 규모도 197억 달러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조익노 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은 “역대 최대 규모 투자로 2019년 중국ㆍ대만에 빼앗긴 글로벌 설비투자 1위 자리를 2년 만에 탈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ㆍ낸드 장비 투자 규모를 늘린다. 반면 중국은 SMIC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영향과 칭화유니의 재정위기로 줄인다”며 “대만은 그동안 TSMC 시설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 역(逆)기저 효과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2021년 수출전망’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 수요는 지난해 대비 D램 19%, 낸드플래시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가 대표하는 반도체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는 올해 펼치질 슈퍼 사이클에 앞선 선제 투자 성격이다. 앞서 2017~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 초입에도 설비 투자가 대폭 늘었다.
 

반도체 수출 늘어도, 전체 수출은 감소

우려하는 건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가린 ‘경제 착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GDP)을 3.2%로 전망했다. 2%대를 예측한 국내외 경제기관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를 낙관한 근거 중 하나가 반도체 업황 개선이다. 하지만 반도체 낙수 효과가 경제 전체에 온기를 미칠지는 미지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공장을 짓는 데만 조 단위를 투입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하지만 고용 등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0%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반도체 수출이 102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5.1% 오르지만, 전체 수출은 오히려 400억~500억 달러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나 홀로 호황’에 가린 수출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출이 1년 6개월여 줄다가 최근 몇 달 새 상승ㆍ하강 주기를 반복한 건 반도체 성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반도체 이외 자동차ㆍ기계ㆍ조선ㆍ석유ㆍ화학 등 주력 업종은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면과 비대면, 내수와 수출에 차별적 영향을 주는 ‘K자’형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기업 쏠림, 반도체 착시 효과를 제거하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경제를 살리려면 백신 확보와 방역 대책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산업 자생력을 회복해 위기를 이기는 정공법 말고 다른 대응책은 없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 투자ㆍ고용을 막고 기업 숨통을 죄는 규제 올가미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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