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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동부구치소"···文정부의 인권 논란, 처음이 아니었다

중앙일보 2021.01.04 16:54
문재인 대통령이 2009년 4일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09년 4일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외신은 앞다퉈 “인권 변호사 출신이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 입문 전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걸 주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지만 민주화 운동 전력 때문에 판사에 임용되지 못했고, 부산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인권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집권후 틈날 때 마다 인권의 가치를 계속 강조했고, 국가인권위의 예산과 조직도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엔 인권 침해와 관련한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나와 인권을 최우선시 한다는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동 대처에 실패해 확진자 숫자가 1000명이 넘은 서울 동부구치소 사태다.
 

“쇠창살 틈 ‘살려달라’ 호소, 인권 변호사 대통령 답할 문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당 회의에서 “후진국형 대참사”, “아비규환”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 비판했다. 그는 “이 사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의 가치가 깡그리 무시됐다”며 “사람이 먼저임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위선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핵심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과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진솔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고도 했다. 같은 당 김은혜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인권은 누구를 향해 서 있나’라는 논평에서 “(동부구치소) 쇠창살 틈으로 비어져 나오던 ‘살려달라’는 호소, 인권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라면 가장 크고 신속하게 답해야 할 ‘생명’의 문제 아니냐”고 했다.
 
야당은 과거 문 대통령의 언론기고문도 끄집어냈다. ‘문재인 변호사’는 1991년 11월 7일 한겨레신문에 [갈수록 악화되는 재소자 인권]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미결구금자는 형사소송법상 무죄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막강한 경찰 및 검찰과 맞서 자신을 방어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열악한 처우는 한 쪽 선수를 묶어놓고 권투시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수감자 관리의 총책임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만 몰두하면서 수감자 방역을 도외시한 건 ‘문재인 변호사’가 지적한 인권유린에 해당한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또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게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 잣대가 진영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지난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번질 때와 8·15 집회 때는 정부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관련자들에게 강경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구청이 보수단체 ‘엄마부대’의 대표 주옥순씨 관련 동선과 실명을 공개했다가 지나친 개인정보 유출이란 지적을 받고 비공개로 전환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최근 더불민주당 소속의 마포구의원이 이를 어겨 적발되고, 황운하 의원이 6인 모임을 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자 “코로나 방역도 내로남불이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조민과 정유라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

 
범죄 혐의자에 대한 인권 보호도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3일 징역 4년이 선고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에서 정 교수와 조국 서울대 교수의 딸 조민씨가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한 자료 중 상당수는 허위로 결론났다. 하지만 최종 확정 판결이 있을 때까지 고려대와 부산대는 조씨의 입학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견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조치이지만 이는 4년 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가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청담고 입학과 이화여대 입학이 모두 취소당해 중졸이 됐던 것과 대비된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부는 과거 정유라의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문제가 드러났을 때 사법부의 판단과 무관하게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해 이화여대에 정유라의 퇴학과 입학취소를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정보 인권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장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안’을 추진하다가 “헌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물러섰다.
 

범죄 혐의자·정보·여성 인권도 여야 바뀌자 뒤바뀌었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에 대한 뒤바뀐 태도도 마찬가지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2월 말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추진하던 테러방지법을 “국민 감시법”(진선미 의원)이라고 비판하며 3월 초까지 19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며 막아섰다. 하지만 이듬해 여당이 된 뒤 국가정보원이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더이상 문제를 삼지 않았다.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에서 테러방지법을 개정하자는 소리는 안 나온다.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피해호소인’이란 신조어를 들고 나온 것도 진영에 따라 여성 인권의 잣대가 달라진 사례로 지목된다. 특히 대표적 여성운동가였던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박 전 시장 측에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 시비에 휩싸인 상태다.
 
이와 관련 대표적 진보 논객 중 하나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현 정부를 이렇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굳이 지적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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