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부 들어 급증한 행정부 공무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4일 행정안전부와 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행정부 공무원 수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109만7747명으로 집계됐다. 국가직과 소방ㆍ사회복지ㆍ교육자치 등 지방직을 합친 숫자다. 2017년 5월9일 임기가 끝난 박근혜 정부(100만6145명) 때보다 9만1602명 증가했다. 문 정부 기간을 연 단위로 환산해 계산하면 매년 평균 2만9150명 늘어난 셈이다.
이명박(연평균 2027명) 정부의 14배, 박근혜(9498명) 정부의 3배, 공무원 수를 크게 늘린 노무현(1만4235명) 정부의 두배를 웃도는 수치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김대중 정부는 공무원 수를 줄였다.
공무원 더 늘어날 전망
우선 걱정은 커지는 국민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무원 17만4000명을 9급 공무원으로 순차 채용하는 것을 전제로 30년간 327조7847억원(공무원연금 부담액 제외)의 비용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보다 많은 419조2815억원의 비용을 예상했다. 나라가 앞으로 지급해야 할 공무원과 군인 등 연금충당부채는 2019년 기준으로 벌써 944조2000억원이다. 결국 공무원 인건비와 연금 등이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특히 공공조직은 한번 늘리면 나중에 할 일이 없어져도 쉽게 없애기 힘들다.
인구 감소하는데 공무원만 늘면 민간은 위축
특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 연간 25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무원 증원은 공시 낭인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공시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생산과 소비의 순기회비용이 연간 17조14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격자가 정해져 있는 시험 구조상 실업자를 계속 만들어내고, 민간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공공부문에 빼앗기면서 민간의 고용을 왜곡할 수 있다”며 “공공부문의 비대화는 규제 확대, 기업의 경제활동 옥죄기라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고 짚었다.
공공기관 비대화도 심각한 수준

339개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은 늘어나는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공공기관의 실적은 반비례로 움직이고 있다. 탈원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5조4000억원에서 2018년 7000억원, 2019년 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의 ‘공공 부문 계정’을 봐도 정부와 공기업을 아우른 공공 부문의 흑자는 2019년 13조8000억원으로 전년(53조1000억원) 대비 흑자 규모가 40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자를 내는 공기업의 사업구조는 방치한 채 정부 요구를 맞추다 보면 공공기관의 수익구조는 더 나빠질 수 있다”며 “공기업 부실로 문제가 생기면 결국 정부가 책임지게 되는데, 공공요금과 세금 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장ㆍ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정부는 한국의 공무원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낮은 점을 들지만, 공무원 비율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100년이 넘는 복지국가의 전통을 지니고 있고, 공무원들의 경험ㆍ전문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그리스ㆍ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가 방만한 정부와 공무원의 해이로 위기를 맞았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