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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는 백신 개발, 최악은 계엄령 저울질…트럼프, 마지막 임기 평가는

중앙일보 2021.01.04 08:20
플로리다에서 연말 연휴를 보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으로 돌아오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플로리다에서 연말 연휴를 보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으로 돌아오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마지막 임기가 된 지난 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운영 면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WP 칼럼니스트, 이틀 걸쳐 평가
잘한 일과 못한 일 10개씩 꼽아
코로나 백신 초고속 개발이 1위
최악은 백악관서 계엄령 논의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이 1일(현지시간)과 지난달 30일 이틀에 걸쳐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 10개와 '가장 못 한 일' 10개를 꼽았다.  
 
티센은 보수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해부터 매년 이 선정 작업을 해왔다. 각각 10개의 순위는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공화당원 입장에서 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담겼다. 각 사건에 대한 배경 설명과 함께 티센의 분석을 소개한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못 한 일 10선
  
2007년 이라크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한 '블랙워터'의 요원들. 2015년 각각 종신형과 3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사면했다. [AP=연합뉴스]

2007년 이라크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한 '블랙워터'의 요원들. 2015년 각각 종신형과 3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사면했다. [AP=연합뉴스]

10위. 전범을 사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무더기 사면을 단행하면서 미국 민간 군사업체 '블랙워터'의 요원들을 포함했다. 2007년 이라크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한 이들이었다. 이라크 외무부는 이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성명을 냈고, 유엔은 “전쟁범죄 처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티센은 "법치주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9위. 초당적 국방수권법에 거부권 행사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찬성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7400억 달러(약 807조원) 규모의 국방·안보 예산을 담았고, 주한미군을 줄이지 못 하게 한 내용도 포함된 법이다. 거부권에 대한 양당의 비판이 이어졌는데, 결국 지난달 28일 하원이 다시 표결을 진행, 3분의 2 이상인 322명이 찬성(반대 87표)했다. 새해 첫날 상원까지 81표(반대 13표)로 재의결하면서 거부권은 무효가 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체면을 구겼다. 
 
8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철군
자신의 퇴임 닷새 전인 15일까지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상당수를 철수해, 각각 2500명씩만 남겨두기로 했다. 티센은 "계속되는 테러 위협에도 두 곳에 스페인보다 적은 병력을 주둔시키는 셈"이라며 "전략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7위. 코로나19 부양안에 거부권
지난달 24일 코로나19 경기부양안이 상·하원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을 미루다 사흘 뒤인 27일에 겨우 서명을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 소유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됐다. 앞으로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했던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이 때문에 불안에 떨며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위. 타이밍 놓친 유럽발 입국 금지
지난해 1월 31일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했지만, 유럽발 여행객에 대해선 3월 11일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경제 자문위원들의 반대 때문이었는데 티센은 이 6주 동안 이탈리아에서 온 여행자들에 의해 뉴욕에 대규모 감염이 일어났고, 뉴욕은 미국 나머지 지역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5위. 권투 경기가 된 백악관 브리핑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매일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섰다.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인지, 자신의 선거 운동인지 알기 힘든 내용이뒤섞이다 보니 기자들의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들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언론 브리핑을 마이크 타이슨의 권투 경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원한 건 권투 경기가 아니었다"고 티센은 말했다. 3월 중순 무렵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 방식에 미국인 절반(50.6%)이 찬성했지만, 4월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그 이후에는 좀처럼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오자마자 발코니에 나와 마스크를 벗고 지지자와 취재진 앞에서 연설을 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오자마자 발코니에 나와 마스크를 벗고 지지자와 취재진 앞에서 연설을 했다. [AP=연합뉴스]

4위. 소극적인 마스크 착용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게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 대규모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지 않았고, 백악관에서 연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지명식에는 주요 인사들이 모두 '노 마스크'로 참석했다가 '슈퍼 전파' 행사가 됐다.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코로나19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뒤 백악관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장면 등은 실패한 코로나19 정책의 상징처럼 돼버렸다. 
 
3위. 지연되는 백신 배포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까지 4000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800만 명 분량의 백신을 배포하는 데 그쳤다. 발 빠르게 백신을 개발해 긴급사용 승인까진 받은 '초고속 작전'의 성과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이번 겨울 매일 3000명 이상 숨지며 하루 사망자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뼈아픈 정책 실패인 셈이다.
 
2위. 선거 패배와 결과 불복
이번 대선에서 패한 것은 공화당 지지자 입장에선 트럼프가 올해 가장 잘못한 일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4년 전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노인층과 교외 지역 표심만 잘 관리했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던 선거였다는 평가다. 상대편 조 바이든 당선인을 얕보다 이들의 표를 빼앗기고 선거에서 진 것은 전적으로 트럼프의 책임이라는 게 티센의 지적이다.  
 
1위. 백악관에서 계엄령 논의
지난해 말 사면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계엄령을 선포해 일부 경합 주에서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이를 심각하게 논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를 두고 티센은 "공화당이 선거결과를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 10선

 
10위. 미국인의 삶의 질 향상
지난해 11월 대선 전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6%는 "4년 전보다잘살게 됐다"고 답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감염병,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라는 상황 속에서도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7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한 남성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라틴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선거 결과에 불복해 항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7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한 남성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라틴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선거 결과에 불복해 항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9위. 비(非)백인 공화당 지지층 확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이 아닌 유권자 표 가운데 26%를 받았다. 이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1976년 이후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흑인과 라틴계 지지층이 4년 집권 기간 상당히 커졌다.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던 이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다고 티센은 평가했다.  
 
8위. 낙태반대 행진에 참석한 첫 대통령
반(反) 낙태 운동가들은 공화당 진영에서 이른바 '검은 양(Black sheep)',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표를 위해선 필요하지만, 적극적으로 끌어안기에는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워싱턴에선 낙태반대 행진이 열려도 참석하는 대통령이 없었다. 티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 참석해 연설까지 한 것을 잘한 일로 꼽았다.  
 
7위. 민주당의 '푸른 물결'을 저지
5일 조지아주의 재투표 결과를 봐야겠지만, 일단 의회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독차지하는 것을 막은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로 인정된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의석을 잃지 않았다. 하원에서는 오히려 11석 이상을 보탬으로써 20년 만에 민주당과의 격차를 가장 줄였다는 평가다.  
 
6위. 대(對)중국 지식재산권 대응
지난해 1월 중국발 여행객이 입국을 막음으로써 여러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도 언급했던 바다. 여기에 티센은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기 위해 미국 내 연구진을 빼가려는 중국의 시도를 트럼프가 막았다며 이 역시 그의 잘한 일로 꼽았다.
 
5위. 이란 솔레이마니 제거
지난해 1월 3일 미군의 '표적 공습'으로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 미국은 솔레이마니가 미국인을 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공습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티센은 이로 인해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대리전을 펼치고 있던 주모자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4위. 에이미 배럿의 대법관 임명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3명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마지막 에이미 배럿 판사를 대법관에 임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에선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대 3의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공화당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간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됐다. 왼쪽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간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됐다. 왼쪽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 [AP=연합뉴스]

3위. 중동에서의 '아브라함 협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의 수교를 중재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수단에 이어 모로코까지 이슬람권 국가 4곳과 협정을 맺고 국교를 수립했다. 티센은 "예년 같으면 1위에 오를 법한 성과지만, 다른 2개의 업적이 더 커서 순위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2위. 대공황을 피하게 한 경기부양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많은 경제학자가 미국에 '제2의 대공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경제가 회생했고 3분기에는 연율 33.1%의 성장을 이뤘다. 내년에도 빠른 회복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잘한 일' 2위가 됐다.  
  
지난달 8일 백악관에서 열린 '초고속 작전' 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8일 백악관에서 열린 '초고속 작전' 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위. 코로나19 백신 개발, '초고속 작전'
그동안 백신이 가장 빨리 개발된 기록은 4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이 시작된 뒤 9개월 만에 나왔다. 백악관이 직접 이끈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 성공을 거둔 덕분이었다. 티센은 이를 포함한 2위, 3위는 "역대 대통령의 업적 중 가장 잘한 것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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