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36 개발자 정도균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발견한 삶의 목표
입대를 며칠 앞두고 호주 워킹홀리데이(이후 ‘워홀’)를 다녀온 형을 만났는데, 온몸으로“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제대 후 호주행을 결심했죠. 군에서 토익 공부를 하고 제대 후엔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나름의 준비 끝에 2013년 호주로 떠났어요. 떠나기 전 목표를 분명히 정했죠.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되 영어 실력을 쌓고 돈도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2018년 7월, 슬레이트에서 원격근무 시작 전에 스타트업 육성에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인 이스라엘을 찾았다. 여행 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이 공존하는 유일한 지역인 하이파의 바하이교 가든에서.
“6~8월 진행되는 SK프로그램에 합격해 현업자들로 구성된 팀에 대학생 기획자로 참여하게 됐죠. 저희 팀은 캐시백을 결합한 공동구매 비즈니스 모델을 아이템으로 제안했는데 제가 PT를 담당했어요. 열정적으로 PT를 했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감이 부족했죠. 그런 저에게 심사하던 VC(벤처캐피탈) 중 한 분이 ‘당신이 이 부분의 최고 전문가’라고 말해줘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저희 팀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죠.”

말을 타고 몽골을 횡단하는 꿈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 2019년 8월. 횡단의 꿈을 접고 도착한 카라코룸에서 유목민의 말을 하루 빌려 탄 뒤 말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안정적인 직장인 vs. 도전하고 성취하는 창업가
4학년이 되면서 다른 이들처럼 취업 준비를 시작했죠. 호주 워홀 경험과 스타트업 도전 경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반도체) 개발직군에 지원, 적성검사(SAAT)를 통과해 면접 날짜를 받아둔 상태였어요. 취업 준비 경험이 많은 지인이 ‘삼성전자 면접은 무조건 서울에 가서 전무가의 도움을 받으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죠.
“그때 서울로 가서 면접 준비를 하는 대신 학교 안에서 공동구매 사업모델을 테스트해보기로 했어요. 누가 봐도 최고의 직장이지만 제 마음속 한쪽에는 삼성전자를 가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협동조합, 학교 본부 등을 찾아다니면서 학교 내 식권 공동구매 사업을 테스트했고 결과도 좋았어요. 큰 성취감을 맛보았고 그때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스위스 바젤에 머물며 일하던 2018년, 호스트 가족이 아기 고양이를 데려와 하양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일하던 중 노트북과 무릎에 올라오는 것을 좋아하는 하양이와 함께.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3개월 교육+3개월 인턴)을 통해 개발을 공부하면서 대학원 진학까지 염두에 뒀는데요. 일본에서 일하는 한 개발자로부터 “대학원에서는 공부하는 분야가 웹 개발과는 다르다. 연구파트에서 일할 생각이 아니라면 개발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라”는 조언을 들었죠. 비전공자인데다 29세라는 나이를 고려했을 때 대학원 진학보다는 현장에서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2017년 8월 쇼한에서 일하던 당시 쇼한이 신청한 대만 app works 엑셀러레이팅에 선정됐다. 사진은 타이페이의 app works.
2017년 2월부터 6월까지 중국에서 한국어교육을 하는 기업 쇼한에서 인턴으로 일한 뒤 바로 정직원으로 채용됐죠. 하지만 한중 사드갈등이 터지면서 회사가 자금난에 빠져 11월에는 퇴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더욱 개발 공부에 매달리며 한국 기업에서 막 쓰기 시작한 신기술‘뷰(vue)’를 독학으로 공부했죠. 결국 2018년 2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에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게 됐습니다. 월급이 2배나 올랐고 3개월 후 정직원 채용 제의를 받았지만 다시 고민에 빠졌죠. ‘편하고 돈 많이 버는 직장인’과‘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하는 창업자’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거예요. 지금처럼 직장인으로 안주하면서 일하다 보면 더 이상의 성장은 힘들 것 같았죠. 결국 정직원을 포기하고 스타트업 취업을 택한 그는 이번엔 한국 스타트업이냐 해외 스타트업이냐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대만 여행을 가서 만난 독일인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마침 슬레이트(SLAYTE)라는 미국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할 기회를 갖게 됐는데 스위스에서 대학을 다니는 그 친구와 함께 지내기 위해 스위스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죠. 2018년 7월부터 스위스에서 리모트 워커(remote worker)로 살면서 비자 기간 3개월이 끝나면 유럽 외 다른 국가로 여행을 갔다가 다시 스위스로 돌아오는 흥미진진한 삶이 펼쳐졌죠.”

대만 체류를 종료하고 한국의 쇼한 오피스로 복귀하기 전인 2017년 9월, 대만 app works에서 같은 배치였던 스타트업의 파운더들과 작별인사 겸 모인 점심 식사 자리에서.
‘리모트 워커’는 우리말로 원격근무자로 번역됩니다. ‘디지털 노마드’보다 구체적인 개념으로, 풀타임 근무가 원칙이죠. 정해진 시간에 근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차가 있더라도 본사의 시간에 맞춰 원격으로 소통해야 해요. 노사 간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가 이뤄지며 오직 결과물로 평가를 받죠. 스위스에서의 리모트 워커 생활은 1년 8개월 만인 2020년 2월에 종료됐습니다. 설을 맞아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귀국했다가 코로나19로 발이 묶여버린 거죠. 이후에도 국내에서 계속 리모트 워커로 일하다가 지난 9월에 퇴사했어요.
“현재는 창업을 할지 아니면 인공지능 공부를 해서 개발자로서 역량을 업그레이드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웹개발자로서4년차면 주니어에서 시니어 레벨로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제가 일했던 외국 기업의 경우 경력에 맞는 실력만 검증된다면 직전 연봉과 무관하게 연봉 협상 테이블이 달라집니다. 현재 제 연봉은 국내 대기업 수준이지만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미래의 제 몸값이 달라질 테니까요.”

2019년 5월, 과거 스위스 농장집(샬렛)을 요즘엔 별장처럼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프스 산맥의 St.Stephen지역 봉우리에 있는 샬렛에서 지내며 일할 때 모습.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도균씨는 “개발자는 엔지니어 역량 외에 비즈니스 역량도 반드시 필요하다. 굳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길은 많다”고 조언했어요.
“인터넷상의 모든 프로그램은 개발자가 만듭니다. 개발자라는 직군의 스펙트럼은 엄청나게 넓죠.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온라인 비즈니스는 급팽창하는데 비해 현실적으로 개발자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이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정부에서도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 중이니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열의를 갖고 교육을 받으면 개발자가 될 기회는 많습니다.”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