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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이ㆍ박 사면..전ㆍ노 사면 대비해보니

중앙일보 2021.01.03 20:09
 
1985년 민추협의 한광옥 대변인(가운데)과 김영삼(왼쪽)·김대중(오른쪽) 공동의장. 두 사람이 대통령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두환 노태우 사면이 이뤄졌다. [사진제공 한광옥]

1985년 민추협의 한광옥 대변인(가운데)과 김영삼(왼쪽)·김대중(오른쪽) 공동의장. 두 사람이 대통령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두환 노태우 사면이 이뤄졌다. [사진제공 한광옥]

 

25년전 전두환 노태우 구속과 사형선고,그리고 사면까지
YS가 만든 정치드라마..문재인 직면한 현 상황과 비슷

 
 
 
1.

연말연시를 겨냥해 이낙연 민주당대표가 던진 흥행카드‘전직 대통령 사면’이 화제였습니다.  
 
대권후보 이낙연은 1월 1일‘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할 생각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문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야권에선 대개 환영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

연휴중 먼지가 좀 가라앉자 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이낙연의 사면 발언은) 국민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추인했습니다. 조건을 달았습니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며,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친문들에게‘양해해달라’는 의미에서 덧붙인 사족 같습니다.  
 
청와대는 ‘형 확정이 먼저다’는 입장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마지막 재판(재상고심 선고)이 14일입니다. 이후 이낙연의 건의를 받는 모양을 갖춰 대통령이 ‘사면’입장을 밝히겠다는 얘기죠.  
 
3.

전직 대통령 사면은 철저하게 정치적입니다.  
 
23년전 김영삼(YS) 대통령이 자신의 전임 대통령(전두환 노태우)을 구속하고 사면해주는 과정이 그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YS는 대통령 당선 직후인 1993년 5ㆍ18과 12ㆍ12 기억들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시절입니다. 청산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YS는‘보복적 한풀이 안된다. 훗날 역사에 맡기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다 덮었습니다. 94년 12ㆍ12에 대해 기소유예. 95년 5ㆍ18에 대해서도 공소권없음. 쉽게 말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었습니다.  
 
4.

그런데 YS 임기말이 다가오자 정치상황이 급변합니다.  
이상한 사건이 막 터집니다.  
 
-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YS의 집권여당(민자당)이 참패합니다. 김대중(DJ)이 후원하던 야당(민주당)이 휩쓸었습니다.  
-7월. 정계은퇴했던 DJ가 ‘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정계복귀합니다.  
-8월. ‘전직 대통령이 수천억 비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폭로가 터져나왔습니다. YS 측근(서석재 총무처장관)이 술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흘린 겁니다. (사실 YS는 이미 2년전인 93년 8월 전격적인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면서 비자금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10월. 박계동(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노태우 비자금’ 예금계좌를 깝니다. 4000억이 확인됐습니다.  
-11월. YS는 ‘5ㆍ18 특별법’제정을 지시합니다.  
-12월. 노태우에 이어 전두환까지 구속됩니다.  
 
5.

그리고 4개월뒤인 96년 4월. 총선에서 YS의 집권여당(신한국당)이 승리합니다.  
DJ(국민회의) 참패입니다. 10개월전 지방선거와 정반대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그 사이 전두환 노태우는 감방에 갇혀 재판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전두환)과 17년형(노태우) 확정된 것이 꼭 1년뒤인 97년 4월입니다.  
 
6.

97년은 대선의 해입니다.  
여당(신한국당) 대선후보 이회창과 야당(국민회의)후보 DJ까지 모두 ‘사면’을 주장합니다.  
 
사실 YS도 이미 사면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2월 DJ가 당선되자 ‘건의’받는 형식으로 YS가 사면을 발표합니다. YS는 전직을 잡아가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일찌감치 ‘퇴임전 사면’을 결심했습니다.

 
2년에 걸친 구속-사형(1심)-무기징역-사면의 정치드라마가 막을 내렸습니다.

 
7.

현 정치상황과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말에 들어갔습니다. 국정지지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4월엔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가 있습니다. 내년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빅이벤트입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여야 없이‘사면’에 우호적입니다. 이재명처럼 내심 반대하는 사람은 입을 닫습니다.  

 
8.

이렇게 보자면, 문재인은 4월 선거전 이명박과 박근혜를 사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과연 그것이 선거에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회의적입니다.

 
첫째. YS가 이미 25년전에 써먹은 수법이라..재탕이 그만한 효력이 없을 겁니다.  
둘째. 전두환 노태우가 이명박 박근혜보다 훨씬 쎈 카드입니다. 전ㆍ노는 비극적인 현대사의 주범이자 성공한 쿠데타의 주역입니다. 스케일이 다릅니다.  
 
9.

그때나 지금이나 사면의 이유는 ‘국민통합’입니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지지하는 일부에선 사면을 환영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국민통합 효과가 있을까?

역시 회의적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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