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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배양접시'된 동부구치소…'선상 감옥' 日 크루즈 데칼코마니

중앙일보 2021.01.03 17:07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서울동부구치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단일시설 국내 최다 감염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치소의 3밀(밀접ㆍ밀집ㆍ밀폐) 구조와 ▶초기 확진자·밀접접촉자 분류 실패 ▶대책없는 코호트 격리가 집단 감염을 불러왔다며 지난해 2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이었던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집단 감염 사태와 유사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1062명을 기록했다. 전날 수용자 1122명을 대상으로 5차 전수조사를 한 결과 12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7명은 아직 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법무부가 집계하지 않는 확진자 가족과 지인 등 21명을 더하면 동부구치소발 확진자는 총 1083명에 이른다.  
 

갇힌 공간 내 '3밀 구조'…확산 원인

3일 오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진행 중인 동부구치소는 전날 수용자 1천122명을 대상으로 5차 전수조사를 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진행 중인 동부구치소는 전날 수용자 1천122명을 대상으로 5차 전수조사를 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런 집단 감염이 일어난 원인으로 전형적인 3밀(밀접ㆍ밀집ㆍ밀폐) 구조를 꼽았다.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최근까지도 다인실 방에서 마스크와 칸막이 없이 숙식을 이어갔다. 또 운동장이 있어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다른 교정시설과 달리 이곳은 모든 활동이 실내에서 이뤄졌다. 수용인원이 2000명 규모임에도 2400여명이 수용돼 밀집도 역시 높았다.  
 
전체 탑승자 3711명 중 7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일본 크루즈호의 경우도 3밀 구조가 문제가 됐다. 여행 기간 중 갇힌 공간에서 숙식하며 선내 뷔페식 식당과 공중목욕탕, 사우나, 수영장, 노래방, 극장 등을 이용하는 등 이용자 간 접촉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두 사례 모두 폐쇄된 공간에서 24시간 같이 같이 있는 구조였다. 한마디로 뚜껑이 덮여있는 바이러스 배양 접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동대응 미흡·코호트 격리도 공통점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방역 당국의 확진자·접촉자 분류에 실패한 점도 집단 감염 발생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11월 27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3주 뒤인 지난달 18일에서야 전수검사를 시작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 환자가 생기면 다른 곳으로 이송시키고 밀접 접촉자를 격리하는 것이 기본 방역 원칙인데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동일 공간에 둬서 N차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정시설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코호트 격리(건물 통째로 격리하는 방식) 지침을 내렸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동부구치소 내 격리 수용돼 있던 확진자 345명은 지난달 28일에야 청송 교도소로 이감됐다.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수용자 170여명을 서울남부교도소와 경기여주교도소, 강원북부교도소로 분산 이감된 것도 지난달 23일의 일이다. 동부구치소 내 집단감염이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조용한 전파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동일집단 격리가 오히려 확산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는 앞서 일본 크루즈호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크루즈 내에 코로나19 확진자 발병 사실이 안내 방송된 것은 지난해 2월 3일이었지만 같은 달 5일 오전까지도 사우나와 레스토랑이 정상 운영하는 등 신속한 방역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탑승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승객의 하선만 막았다. 당시 여객선 문을 걸어잠근 채 격리에 들어가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코로나 경험 1년 다 돼 가는데 말도 안 되는 조치" 

김 교수는 “일본 크루즈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유행 초기라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한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교정 당국이 말도 안 되는 조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부처 간 협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교정본부를 관할하는 법무부가 방역 당국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원칙에 따라 확진자를 분리하고 밀접접촉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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