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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문 열겠다"...'불공평 방역'에 폭발한 헬스장 업주들

중앙일보 2021.01.03 16: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 중단한 서울 시내 한 헬스장.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 중단한 서울 시내 한 헬스장. 뉴스1

"형평성 없고 불합리한 집합금지에 항의하기 위해 오는 4일부터 헬스장을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연장 결정(지난 2일)에 헬스장(체육관·gym) 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항의 차원에서 업장 문을 열겠다”며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전국 헬스장 관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헬스클럽관장모임’에는 '집합금지 연장…문 열기로 합의'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2006년 개설된 이 카페는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회원은 4만여 명이다. 카페 운영자이자 글쓴이인 김성우(45) 대한피트니스 경영자 협회장은 “여러 헬스장 체인 대표들과 회의를 진행한 결과 (실내체육시설 영업 제한 조치가 연장될 경우) 항의 차원에서 문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 용산구 한 헬스장 대표인 김 회장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임대료·관리비·생활비가 나가는 데다 환불 요청까지 쇄도해 매달 2000만~3000만원씩 적자가 난다”며 “6주 연속으로 운영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실내체육시설 사업자에게 지원금 300만원을 준다는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단체 행동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뿔난 업주들 "'무능한 방역'에 놀아나지 않겠다" 

네이버 카페 헬스클럽관장모임 캡처

네이버 카페 헬스클럽관장모임 캡처

 
김 회장은 “실내골프·당구장·필라테스·복싱 등 모든 체육시설이 오픈으로 항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더는 무능한 ‘정치방역’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이 올린 글엔 “동참하겠다”는 댓글이 약 100개 붙었다. 일부 회원은 “오픈 뒤 확진자가 나오면 그때 헬스장은 눈 밖에 날 것” “회원을 받거나 영업을 하는 건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김 회장은 게시글에서 “헬스장 오픈은 1인 시위라고 봐야 한다. 체육시설 내 감염전파가 나오지 않도록 오후 9시까지 영업, 샤워실 폐쇄, GX(단체 운동) 금지 등의 수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스키장·학원은 되는데 헬스장은 왜 안 되나”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헬스클럽관장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헬스클럽관장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스1

 
집합금지 업종에 해당하는 영업장이 문을 열 경우 벌금에서 최고 영업정지의 불이익을 받는다.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방역지침에 따라 수도권(2.5)과 비수도권(2) 거리두기 단계는 오는 17일까지 2주간 추가 연장됐다. 스키장·눈썰매장·빙상장 등 일부 시설의 경우 운영을 재개하되 인원과 시간제한을 둔다. 수도권 학원·교습소 역시 동시간대 인원이 9인 이하라면 운영할 수 있다. 반면 헬스장·실내 골프연습장·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에 헬스장 업주들은 정부의 방역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불평등 방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집회·삭발식을 진행하고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그동안 아무도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면서 “전국적으로 수천개의 헬스장이 오픈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술집을 비롯해 스키장·학원까지 제한적이지만 운영할 수 있게 하면서 그 어디보다 안전한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는 풀지 않는다”며 “비수도권의 경우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오후 9시까지 헬스장을 운영했는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감염 사례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정말 돈이 없어서 회원들에게 환불을 못 해주고 폐업하게 되면 우리는 '먹튀'한 것처럼 비치고 소비자는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되지 않는가”라면서 “문을 열어 숨 쉴 구멍을 만들면 ‘본의 아닌 먹튀’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상대 8억원 손배소 제기

오는 5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에 나서는 실내체육시설 업주들. 사진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

오는 5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에 나서는 실내체육시설 업주들. 사진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은 지난달 30일 실내체육시설 업주 153명이 정부를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 총 7억6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11일부터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등지에서 1인 릴레이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18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박주형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대표는 “1인당 청구액 500만원은 소규모 업장의 한 달 월세·관리비 정도 되는 최소 금액”이라며 “향후 청구액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혹시 모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1인 시위를 했지만, 더욱 목소리를 내기 위해 9인 집회 신고를 마쳤다”며 “오는 5일 정오쯤 민주당사 앞에서 죄수복을 입고 철창을 동원해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헬스장 업주들은 감옥에 갇혀 자유와 생존권을 잃은 죄인 신세라는 주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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