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위트홈' 씹어먹은 여고생 고민시…'마녀'보다 13㎏ 뺐죠

중앙일보 2021.01.02 10:00
10부작 호러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고민시는 '그린홈' 아파트의 생존자 중 고등학생 은유를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10부작 호러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고민시는 '그린홈' 아파트의 생존자 중 고등학생 은유를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햇살이 눈부신 옥상에서 발레 연습을 하던 여고생과 그걸 지켜보는 남고생. 여느 청춘멜로라면 사랑이 시작됐을 그 순간, 여고생이 비명을 지른다. “아 씨X, 진짜!” 그가 토슈즈에 늘러 붙은 껌을 떼며 씩씩댄다. 
동명 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새 10부작 괴수 호러 ‘스위트홈’에서 배우 고민시(26)는 첫 등장부터 강렬하다. ‘도깨비’(tvN) ‘태양의 후예’(KBS) 스타 이응복 PD가 메가폰을 잡은 이 드라마는 지난달 18일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돼 한국‧방글라데시‧홍콩 등 11개국 일일 인기순위 1위, 미국선 3위까지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인간들이 저마다의 욕망으로 인해 각기 다른 모습의 괴물로 변해간다는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고민시는 허름한 아파트 ‘그린홈’에 피 한 방울 안 섞인 오빠 은혁(이도현)과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은유를 연기했다. 입양아인 그는 부모가 사고로 죽고 발목 부상으로 꿈꾸던 무용까지 포기한 뒤 매사에 까칠해졌지만 늘 정곡을 꿰뚫는다.

넷플릭스 호러 시리즈 '스위트홈' 주연
괴물 세상서 명대사로 신스틸러 등극
웨딩플래너 그만두고 배우 꿈 이뤄
'마녀' '좋아하면 울리는'서 눈도장
"리틀 김민희 말고 고민시로 각인되고파"

 

괴물 세상에 '깡'으로 맞선 여고생

'스위트홈'에서 고등학생 은유가 늘 음악을 듣는 헤드셋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 고등학생 은유가 늘 음악을 듣는 헤드셋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사진 넷플릭스]

한날한시 온가족을 잃고 자포자기한 채 옥상에 올라간 은둔형 외톨이 현수(송강)에겐 “여기서 죽지 마” 담담히 말하고, 괴물에 소중한 이를 잃은 이웃 지수(박규영)에겐 “너랑 같이 끝까지 살아남을 거”라며 “애써 불행해지려 하진 마”라고 격려한다.
망해가는 세상과 ‘깡’으로 입 배틀을 뜬달까. 그의 대사들은 막막한 마음을 따끔하게 뚫어주는 침 같다. 그 자신도 두려워봤기에 우러난 말이다. 괴물을 멋지게 물리치는 액션신 한번 없이 ‘신스틸러’로 등극한 비결이다. ‘스위트홈’ 공개 후 고민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인 검색순위에서 드라마 출연진 중 유일하게 3위권에 올랐다.  
 

"호불호 갈릴 줄 알았는데 호평 많아 놀랐죠" 

“은유의 캐릭터가 개인적으론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호평이 많아서 놀랐어요. 극중 유일하게 사이다 발언도 많이 하고, 관객 입장에서 대변하는 대사가 많아서, 명언이 많아서 좋았다더군요. 은유의 무기가 전기 충격기밖에 없는 건 너무 아쉬웠지만 대사는 노력만큼 나왔죠.”
지난달 3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의 말이다. “인스타 팔로 수를 보며 인기를 실감하고 있고 아직까진 얼떨떨하다. 충분히 즐기려고 하고 있다”면서다. 
“첫 촬영이 옥상 발레신이었는데 정말 더운 여름날 몸이 안 풀린 탓에 얼버무리면서 했다가 저도 아쉽고 이응복 감독님도 아쉬워해 보충촬영을 했다”면서 “촬영 초반엔 많이 혼나면서 찍었는데 지나면서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한 상의도 많이 하게 됐다. ‘최대한 현장에서 은유로서 놀 수 있으면 좋겠다. 걱정 말고 네 안의 무언가를 보여 달라’는 말씀을 믿고 갔다”고 돌이켰다.  
 

'여주' 빛나게 하던 조역에서 주연 우뚝

한국형 슈퍼 히어로 영화 '마녀'에서 고민시는 오디션을 통해 주연 김다미의 단짝 친구인 고등학생 도명희 역에 발탁됐다. 앳된 볼살은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위해 고민시가 살을 찌워 만들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한국형 슈퍼 히어로 영화 '마녀'에서 고민시는 오디션을 통해 주연 김다미의 단짝 친구인 고등학생 도명희 역에 발탁됐다. 앳된 볼살은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위해 고민시가 살을 찌워 만들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고민시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에서 그가 연기한 박굴미. 주인공 조조(김소현)를 질투하는 이종사촌 역할로, 조조에게 짓궂게 구는 일종의 악역이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짠한 속내가 드러난다. [사진 넷플릭스]

고민시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에서 그가 연기한 박굴미. 주인공 조조(김소현)를 질투하는 이종사촌 역할로, 조조에게 짓궂게 구는 일종의 악역이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짠한 속내가 드러난다. [사진 넷플릭스]

오디션 볼 땐 은유 말고도 극중 윤지수, 박유리 등 다른 캐릭터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대사를 읽었단다. 이응복 PD가 은유로 낙점했다. 모두가 절박한 이 드라마에서 은유는 성장하는 모습이 가장 도드라진 주인공. 서툴지만 뭘 하든 자신을 100% 던지는 건 조역 시절부터 고민시가 도맡아온 캐릭터다. 박훈정 감독의 한국형 슈퍼히어로 영화 ‘마녀’(2018)에선 5차 오디션까지 거쳐 주인공 자윤(김다미)의 수다쟁이 친구 명희 역에 낙점, 앞머리에 롤을 만 야무진 여고생 역을 맡아 충청도식 욕설까지 구수하게 소화했던 그다. 배우 송강과 처음 만난 넷플릭스 청춘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2018)에선 ‘캔디’의 이라이자격 악역을 꿰찼다. 자신이 좋아했던 선오(송강)에게 사랑받는 이종사촌 조조(김소현)를 괴롭히지만, 아이돌 꿈을 못 이룬 채 인터넷 방송에 필사적인 모습이 공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로 선발전에 실패한 아마추어 바둑기사를 연기한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2019)으론 생애 첫 여자 신인상(SBS 연기대상)을 안았다.  

 

원작 팬 자처 "웹툰과 많이 달라 걱정했지만…"

'스위트홈'에서 (왼쪽부터) 오빠인 은혁과 은유, 아파트 이웃 지수. 매점에서 구한 술병 등이 무기다.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 (왼쪽부터) 오빠인 은혁과 은유, 아파트 이웃 지수. 매점에서 구한 술병 등이 무기다. [사진 넷플릭스]

이번 작품에선 반 인간, 반 괴물의 상태로 극을 이끄는 현수뿐 아니라 서로 티격 대다 서서히 연민을 느끼게 되는 오빠 은혁과도 ‘사약 케미’란 반응이 나온다. 이뤄질 수 없는 금단의 관계를 뜻하는 유행어다. 고민시는 “‘사약 남매’란 애칭을 봤는데 현장에서 연기할 땐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감독님 특유의 멜로연출이 남매지만 애틋해 보이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원작 웹툰 팬을 자처해온 그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웹툰에서 많이 각색돼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졌고 없던 인물이 추가돼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후반부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단순히 괴물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욕망과 심리에서 다양한 세계관이 나온다고 생각돼 재밌었다”고 했다.
 

발레 7개월 연습…'마녀'보다 13㎏ 뺐죠

짧고 굵게 나오는 발레장면은 촬영 7개월 전부터 맹연습한 결과물이다. “‘좋아하면 울리는’ 땐 춤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서 이번 발레신은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다이어트도 했죠. ‘마녀’ 땐 일부러 57~58kg까지 찌웠는데 이번 ‘스위트홈’은 거의 12~13kg 감량해 45kg까지 뺐어요.”
대사에 비해 괴물과 전투신이 거의 없는 것은 아쉬웠단다. “시즌2가 나온다면 교복 말고 액션하기 적합한 옷을 입고 괴물과 많이 싸우고 싶다”고 했다. 만약 ‘스위트홈’ 세계관에 들어가 괴물로 변한다면 자신의 어떤 욕망이 가장 크게 반영될까, 물었더니 의외로 “사주에 관심이 너무 많다”며 “사주를 따져가며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사주 괴물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배우는 서울 살아야만 되는 줄 알았죠" 

촬영 현장에서 고민시. 늘 음악을 듣는 헤드폰은 극 중 은유의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촬영 현장에서 고민시. 늘 음악을 듣는 헤드폰은 극 중 은유의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를 꿈꿨지만, 서울에 살아야만 될 수 있는 줄 알았다”는 그다. “부모님은 외교관‧선생님‧간호사‧여군 이런 쪽을 원하셨고 제가 지방(대전) 사람이다보니까 저와는 다른 세계라고 생각해서 (스무살에)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서 웨딩플래너로 일하다 문득 “지금 내가 행복한가, 연기를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상경했다. 연기학원을 다니며 수없이 오디션에 떨어지다 만난 데뷔작이 웹단편 ‘72초 드라마’(2016). 이 단편이 게재된 유튜브 계정은 이제 그의 팬들의 순례코스가 됐다. 올해 방영될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에 더해 이도현과 연인으로 재회하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KBS2), 이응복 PD와 다시 호흡 맞추는 드라마 ‘지리산’(tvN) 등 차기작도 풍성하다.  
 

'리틀 김민희' 아닌 배우 고민시 각인되고파 

넷플릭스 호러 시리즈 '스위트홈' 주연 배우 고민시가 30일 화상 인터뷰로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넷플릭스 호러 시리즈 '스위트홈' 주연 배우 고민시가 30일 화상 인터뷰로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리틀 김민희‧조윤희’ 등으로도 화제가 됐던 그는 “누군가의 닮은꼴이 아닌 배우 고민시로서 각인되고 싶다”고 했다. “배우 장만옥을 좋아해서 ‘첨밀밀’ ‘화양연화’ 같은 홍콩영화도 많이 봤어요.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연기도 많이 보며 공부 했죠. 여성이 주체가 되는 캐릭터나 영화, 드라마를 좋아해서 많이 보며 어떻게 하면 배우로서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