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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백신, 터키·브라질 등에 속속 도착…불신 해소가 관건

중앙선데이 2021.01.02 00:20 718호 10면 지면보기

코로나 백신 패권 경쟁

주앙도리아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왼쪽)가 지난해 12월 30일 상파울루 국제공항에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코로나19 백신 상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상파울루 주정부는 이날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 1060만 회분이 담긴 냉장 컨테이너를 긴급 공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앙도리아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왼쪽)가 지난해 12월 30일 상파울루 국제공항에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코로나19 백신 상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상파울루 주정부는 이날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 1060만 회분이 담긴 냉장 컨테이너를 긴급 공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미국·영국 제약회사들의 아성에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산은 백신 확보가 시급한 개발도상국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한 불투명성 탓에 안전성을 의심받고 있지만 냉장 보관 등 유통의 편리함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중·러 정부도 ‘백신 외교’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어 백신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러, 미·영 아성에 도전장
시진핑 ‘백신 일대일로’ 구축 야심
개도국 공략, 15개국과 공급 계약
일본 CEO 가족, 몰래 들여와 접종

러, 스푸트니크V 보급 확산 전력
아르헨·벨라루스서 사용 승인

지난달 30일 터키에는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백’ 백신 1차 공급분이 도착했다. 300만 회 접종이 가능한 분량으로 터키 정부가 도입키로 한 5000만 회분 중 일부다. 터키는 화이자 백신도 최대 3000만 회분을 들여올 예정이어서 향후 두 백신의 효능과 가성비 등이 비교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정부도 이날 시노백 백신 1060만 회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주정부는 시노백과 공동으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3상 임상 시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지난달 9일 시노백 백신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중국산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한 나라는 15개국이 넘는다.
 
시노백 백신이 이처럼 세계 각국에 공급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매우 공격적인 백신 외교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그동안 “중국산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겠다”고 수차례 천명해 왔다. 이를 위해 중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에 3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리커창 총리도 “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산 백신에 우선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 백신을 외교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백신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제약업체들은 백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생산 설비도 크게 늘리고 있다. 시노백의 경우 현재 연 3억 개 생산 능력을 6억 개로 늘릴 계획이다. 시노팜 등 다른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들의 생산량까지 연 16억 회분을 생산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복안이다.
 
시노백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한 운송 방식이다. 일반 냉장 온도인 섭씨 2~8도에서 유통·보관이 가능해 화이자 백신처럼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할 필요가 없다. 초저온 설비가 부족한 개도국들이 중국산 백신에 더욱 관심을 갖는 이유다. 이미 중국산 백신 임상 시험에는 중동과 남미의 10여 개국에서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문제는 안전성 논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임상 시험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루에선 임상 시험 참가자가 마비 증세를 보여 시험이 중단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도 임상 시험 중 한 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임상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경우 대중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이게 중국산 백신이 2류 대우를 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샤오밍 시노팜 대표는 “우리 백신은 예방 효과가 79.3%에 달하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인 50%를 크게 웃도는 수치”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1일 대기업 대표와 가족 등 18명이 중국 시노팜 백신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의 공식적인 백신 접종이 2월 말 이후에나 시작될 예정이어서 몰래 들여와 사전 접종을 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지난해 11월 중국산 백신을 맞은 한 대기업 임원에게 별다른 부작용이 없자 백신 접종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국내 승인을 받지 않은 백신이라도 의사의 판단으로 접종이 가능하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사용을 승인한 러시아도 자국산 백신 ‘스푸트니크V’의 보급 확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 외에도 벨라루스와 아르헨티나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5일부터 접종에 나섰다.
 
러시아 백신의 문제점은 불투명한 안정성과 함께 생산량이 적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3상 임상 시험 전에 러시아 당국이 급히 승인한 탓에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다. 백신 개발을 지원한 국부 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3상 시험 대상자 2만2714명에 대한 접종 결과 91.4%가 면역력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의 불신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으로 백신 결합 접종 시험을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두 종류의 백신을 순차적으로 투여해 면역력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러시아 당국은 백신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200만 회분을 생산·보급한 데 이어 새해에는 생산량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인도 또한 백신 산업의 숨은 강자다. 세계 최대의 복제약 수출국으로 향후 백신 강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도는 전 세계에 공급되는 각종 백신 생산량의 60%를 도맡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생산에도 8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바라트 바이오테크는 자체 개발한 백신에 대해 인도 당국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했으며 현재 10여 개국과 백신 수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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