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따라기] 국내 최정상 프렌치 요리
세종시 ‘시옷&서승호’ 오너셰프
농장·음식연구원·식당 한자리에
셰프가 장보기서 조리·서빙까지
재료·오일·조리법 늘 다르게 조합
힘줄 뺀 닭 종아리살 구이 일품
![감자 구름. [사진 서승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101/02/46ef3143-db8d-4269-be92-8b902f70d407.jpg)
감자 구름. [사진 서승호]
①브리 치즈를 올린 따끈한 빵. 빵의 온기는 손님을 맞는 셰프의 마음을 대신한다고.
②전복구이, 구워 채 친 파프리카에 패션프루트 소스.
③대게 다리 살, 말린 토마토, 아스파라거스에 망고 소스. (뉴질랜드 소비뇽블랑 화이트 와인)
④바닷가재·샐러리악 수분 요리에 채 썬 트러플.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 레드 와인).
⑤참송이버섯 구이에 랑그르 치즈.
⑥우럭 뱃살 스테이크, 익힌 엔다이브·대파에 트러플오일 소스.
⑦닭 종아리 살 소금구이에 시금치·마늘 퓌레 소스.
⑧소 안심 스테이크, 감자 퓌레, 블루치즈.
⑨허브·소금에 재운 뒤 8시간 말려서 화이트 와인에 적신 가지포도를 사이에 끼운 양고기 꼬치구이. (1981년산 포르투갈 마데이라 주정강화 와인)
⑩디저트 카눌레·초콜릿(4종)·아마레또·다쿠와즈·크림브륄레 등 8가지.
⑪직접 골라 강·중·약으로 따로 배전한 원두를 맛있게 배합(포스트 믹스)한 점 드립 커피.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엔다이브. [사진 서승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101/02/2ed45232-4099-44ab-b33e-bbc7c8d5de30.jpg)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엔다이브. [사진 서승호]
그는 “재료·오일·조리법·접시를 같은 조합으로 다시 쓴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코스의 구상부터 조리와 플레이팅까지 요리사가 쏟는 고민과 노력과 내공이 감전되듯 전달됐다. 첫 레스토랑을 시작할 때부터 코스 내용과 손님에 관한 정보를 매번 기록하고, 그 노트를 늘 지니고 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4년 연속 블루리본서베이 리본 3개
![시금치 수프. [사진 서승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101/02/fff6fa0b-acce-4c89-9a5f-0ee27f73648e.jpg)
시금치 수프. [사진 서승호]
‘시옷&서승호’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블루리본서베이 리본 3개를 받은 유일한 음식점이다. 이곳에서 손님을 받은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받았지만 뭔가를 표시하는 어떤 것도 내걸지 않았다. 이곳이 3월부터 무기휴업한다.

서승호 셰프가 ‘허브로 맛을 낸 토마토와 포도, 해산물’ 조리 과정을 보여줬다. 신인섭 기자
요리하는 손의 감각과 활력은 요즘이 가장 좋은데 어깨와 눈이 안 좋다. 오른쪽 어깨와 견갑골 통증으로 잠을 못 잔다. 서울에서 요리사로 명성이 높던 2014년 문득 고향으로 돌아와 2년 동안 레스토랑 건축하고 농장을 일구면서 몸을 무리했는데 요리하느라 치료도 못 해 어깨가 악화한 듯하다. 2019~2020년에 낸 책 4권의 워드 작업을 하면서 혹사해 눈에도 문제가 생겼다.

오는 3월 부터 무기휴업하는 서승호 오너셰프가 레스토랑 ‘Siot&SUHSEUNGHO’ 창가에서 해바라기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4권의 책은 『서승호 셰프의 멘토링 쿡북 시리즈』(아이엔지북스)다. 토마토(여름)·버섯(가을)·감자(겨울)·치즈(봄)를 각각의 주제로 연결한 한 세트 개념으로 구성한 책이다. 소재·계절·조리법 별로 요리를 정리하고 책마다 양념·조리도구·요리책, 테이블 준비와 그릇·와인·커피에 관한 기본사항까지 안내하고 있다.
서 셰프는 “읽기는 쉽지만 가볍지 않게,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세련되고 품위 있지만 비싸지 않은 책을 목표로 했다”며 “요리하는 사람이나 먹는 손님이 봐도 도움이 되게 재능기부 한다는 마음으로 음식 이해에 꼭 필요한 핵심을 다 공개했다”고 한다. 아울러 “4권의 책에 조리법·재료 중복이 거의 없어 그것들만 이리저리 연결하면 코스를 수없이 구성할 수 있다”면서 “나에게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제는 그만 오라는 뜻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어깨·눈 나빠져 3월부터 무기휴업
그는 요리를 하게 된 이유를 “운명을 받아들인 거”라고 했다. “좋아하고 아끼는 일이고, 음식을 만들어서 나누는 게 업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경주호텔학교에 두 번 합격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입학을 못 하고, 그 후 24세 만학도로 끝내 입학하면서 본격 요리학도의 길에 들어섰으니 운명이라 할 만하다. 프랑스에 유학하고 만 30세이던 1997년 귀국해 호텔에서 일하다가 2년 후 압구정 도산공원 근처에 오뜨퀴진 ‘라미띠에(L’amitié·우정)’를 열면서 프렌치 레스토랑의 셰프로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조치원으로 귀향한 그는 레스토랑과 섭골농장·세종음식문화연구원을 한자리에 갖춘 종합 식문화단지를 조성했다. 생애 정점에서 생산·요리·연구를 한 곳에서 수행하는 총림(叢林)을 설립한 셈이다. 건물 외관은 수십 명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손님은 한 번에 최대 6명 정도만 받는다.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이동하는 거리는 평균 150㎞라고 한다.
3시간의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기념촬영에도 응하고 대문 앞까지 따라 나온 서 셰프는 마카다미아를 감싼 트러플 초콜릿을 넣고 끈으로 주둥이를 묶은 흰 봉지를 하나씩 건네면서 “여기까지가 오늘 준비한 드라마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