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선결과 뒤집을 권한없다" 펜스, 결국 트럼프와 갈라서나

중앙일보 2021.01.01 17:19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결과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결과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나타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끈질긴 '대선 뒤집기' 요구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부통령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며 이를 요구한 소송을 기각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루이 고머트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역구인 텍사스주 연방 법원에 펜스 부통령에게 선거인단 인증 과정에서 넓은 재량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1887년 제정된 ‘선거인계수법(Electoral Count Act)’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루이 고머트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 부통령이 선거인단 인증 절차에서 넓은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며 선거인계수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AP=연합뉴스]

루이 고머트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 부통령이 선거인단 인증 절차에서 넓은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며 선거인계수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AP=연합뉴스]

 
선거인계수법은 미 의회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어떻게 승인하는지 규정해놓은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상·하원은 1월 6일 합동 회의를 열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한다. 상원의장이 이 합동회의를 주도하는데, 미국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당연직으로 맡는다. 
 
그간의 관행에 따르면 이 절차는 지난달 14일 이미 정해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는 형식적 절차에 가깝다. 상원의장으로서 부통령 역시 순전히 절차를 진행하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고머트 의원 등 소송을 제기한 공화당원은 “수정헌법에 따르면 펜스 피고는 특정 주에 대한 선거인단을 공개하고 승인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과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며 “각 주에서 복수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올라오거나 선거인단에 대한 이의제기가 (의회에서) 있을 경우 승인·무효 여부를 (부통령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단 인증·공표 과정에서 펜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불리한 특정 주의 선거인단을 제외하는 등 공화당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 측은 "이 소송의 피고인 펜스 부통령은 역설적이게도 원고가 권한을 강화하려는 당사자"라며 "부통령은 적절한 피고인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의 적절한 피고는 법안(선거인계수법)을 통과시킨 의회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이 성립하려면 원고와 피고의 이해가 상충해야 하는데, 피고인 펜스 부통령과 원고인 고머트 의원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부통령 측은 이어 "선거인단 인증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할 때, 과거에 다루지 않았던 까다로운 헌법적 쟁점을 다루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며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윗에 ″1월 6일을 기대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고 있다. 1월 6일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공표하는 날로, 공화당 의원 일부는 선거결과에 이의제기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윗에 ″1월 6일을 기대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고 있다. 1월 6일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공표하는 날로, 공화당 의원 일부는 선거결과에 이의제기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워싱턴포스트(WP)는 비록 법적 문제에 한정되긴 했지만, 펜스 부통령이 선거 결과를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6일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며 펜스 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의제기할 것"... 공화당 내분

 
합동회의를 앞두고 공화당 내부에선 선거인단 이의제기를 두고 양쪽으로 갈라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상원의원들에게 선거인단 이의제기를 하지 말 것을 촉구했음에도, 조지 하울리 상원의원이 이의제기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선거인단 투표가 끝난 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했다. 이어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선거인단 결과에 이의제기를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선거인단 투표가 끝난 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했다. 이어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선거인단 결과에 이의제기를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AP=연합뉴스]

 
이미 공화당 하원에서도 10여 명의 하원의원이 애리조나·펜실베이니아·네바다·조지아·위스콘신주 등 특정주 선거인단에 이의제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의하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상원 공화당 음성회의에서 하울리 의원에게 이의제기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라며 압박했다. 벤 사세 공화당 상원의원도 전날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이 이의제기에 불참할 것을 촉구했다.
 
선거인단 결과에 대한 공화당의 이의제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특정 주에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상하원에서 각각 논의와 표결로 그 주의 선거인단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상원에서도 공화당 지도부가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을 무효로 하기 위해선 여러 주의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