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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해고자’ 김진숙, 부산서 청와대까지 걷는다

중앙일보 2021.01.01 11:30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도보 행진에 나섰다. 사진 김진숙 씨 SNS 캡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도보 행진에 나섰다. 사진 김진숙 씨 SNS 캡처

35년간 한진중공업 복직 투쟁을 해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영원한 해고자’로 남게 됐다. 정년인 지난해 12월 31일 김 위원은 끝내 복직하지 못했다.  
 

김진숙 민노총 위원, 지난해 말까지 복직 못해
한진중공업 “복직시킬 의무 없다” 입장 고수
해고 부당함 알린다며 지난 30일 부산서 걷기 시작

 김 위원은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릴까요. 해고도 아닌 계약해지란 명분으로. 비정규직이라고 왜 꿈이 없겠습니까”라는 글로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김 위원은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도보 행진에 나섰다. 종착지는 청와대다. 암 투병 중으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걷는다. 청와대에 도착하기까지 한 달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김 위원은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고요. 복직 없이 정년 없습니다”라며 도보 행진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복직 투쟁과 함께 한진중공업 우선 매각 우선 협상자로 투기 자본이 선정된 문제를 지적하고, 중대 재해기업처벌법의 올바른 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도보 행진에는 차해도 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과 황이라 금속노조 부양지부 미조직부장 등이 함께 한다.  
함세웅 신부, 명진 스님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원로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함세웅 신부, 명진 스님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원로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지난해 12월 19일에는 김 위원의 복직을 응원하는 희망 버스가 9년 만에 부산 영도로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400여 대의 희망 차량이 비대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영도조선소 앞을 찾아 ‘김진숙 즉각 복직 투기 자본에 한진중공업 매각 반대’ 등을 외쳤다. 이틀 뒤인 21일부터는 오체투지, 108배, 촛불 집회 등 ‘김진숙 복직’을 바라는 각계각층의 행동이 계속됐다.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은 청와대 앞에서 열흘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김 위원을 복직시킬 의무가 없다고 했다. 1986년 김 위원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결이 있고, 2010년에 김 위원이 제기한 재심 청구를 스스로 취하했다는 이유에서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김 위원의 복직은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업무상 배임 등 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복직 대신 재채용과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김 위원 측에서 거부했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 10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부산 영도 한진조선소 크레인 농성 309일만에 내려와 크레인 아래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11월 10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부산 영도 한진조선소 크레인 농성 309일만에 내려와 크레인 아래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 위원은 1981년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전신)에 조선소 첫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1986년 2월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부산시 경찰국 대공분실에 연행돼 고문당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사규 위반(무단결근)으로 징계 해고됐다.  
 
 김 위원은 2011년 정리해고 반대 요구를 내걸고 영도조선소 타워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농성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보상심의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해고가 부당하다’며 사측에 복직을 권고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부산시의회 등도 김 위원의 복직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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