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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 될것" 건물 처분한 박범계…친척에 매각·증여 정황

중앙일보 2020.12.31 21:27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주모씨가 지난 7월까지 소유했던 대구 중구 건물 모습. 대구=김정석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주모씨가 지난 7월까지 소유했던 대구 중구 건물 모습. 대구=김정석 기자

“집주인이 바뀌었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박 후보자 지난 7월 "대구와 밀양 건물 처분 할 것"
한달 뒤 후보자 부인 소유 건물 매각과 증여 돼

등기부등본 확인…부인과 성씨 같아 친인척 추정
대구 건물 시세보다 싸게, 밀양 건물은 증여돼 의혹

 31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3가 한 2층짜리 건물 2층에 세 들어 사는 한 중년 남성은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건물은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범계(57)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인이 지난 7월까지 소유하고 있던 주택 겸 상가다. 취재진으로부터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박 의원의 가족이 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세입자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한 뒤 대문을 닫고 사라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박 후보자가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에게 꼼수로 처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박 후보자는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논란이 일자 “사는 아파트 한 채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님과 당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겠다”며 “대구와 밀양의 주택과 건물을 순차 처분하기로 아내와 합의했다”고 밝히면서다.
 
 중앙일보가 31일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박 후보자의 배우자인 주모(53)씨는 지난 8월 이전까지 대구 중구 삼덕동3가에 2층짜리 건물(주택 대지 95㎡·상가 대지 311㎡)과 경남 밀양시 가곡동에 근린생활시설 일부(275.87㎡ 중 137.94㎡)를 부모에게 증여받아 소유하고 있었다. 주씨는 대구 건물을 8월 1일 매각하고 밀양 건물을 같은 달 25일 증여했다.
 
 대구 건물의 경우 주씨와 성씨가 같아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A씨(55)에게 헐값에 매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건물은 A씨에게 7억원에 매각된 것으로 등기부등본상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식당과 카페가 밀집돼 있고 김광석길이 인근에 있어 개발 호재가 높다 보니 평당 실거래가가 1000만~1500만원에 달한다”며 “해당 건물의 시세도 11억원에서 1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매금액인 7억원은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공시지가 수준”이라고 했다.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자산을 시세보다 높게 혹은 낮게 양도하는 경우 시세와 거래액의 차액이 3억원 이상이거나 시세의 5% 이상일 경우 세무당국은 이를 세금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려는 행위로 판단한다. ‘부당행위 계산 부인’ 규정이다. 이 경우 부당거래에 따른 추가 납세 의무가 부과될 수 있어 주씨의 대구 건물 매각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 주모씨가 소유했던 경남 밀양시 가곡동에 위치한 건물. 주씨는 지난 8월 25일 조카로 추정되는 2명에게 증여했다. 밀양=이은지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 주모씨가 소유했던 경남 밀양시 가곡동에 위치한 건물. 주씨는 지난 8월 25일 조카로 추정되는 2명에게 증여했다. 밀양=이은지 기자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씨의 경남 밀양 건물은 현재 모두 비어 있다. 2018년까지 치킨집, 가스설비업체, 이불가게, 보일러업체 등이 각각 월 30만~4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가게를 운영해오다 주씨가 증여받은 2018년 이후부터는 2년 넘게 폐건물처럼 방치된 상태다.  
 
 가스설비업체 사장인 김모(55)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동인구 감소로 장사는 점점 안 되는데 2017년 말 월세를 올리겠다고 건물주가 통보해 가게를 접었다”며 “세입자를 찾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보면 건물주의 경제적 사정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씨의 어머니가 대구에 거주하고 있어 건물 관리가 더 안 되는 것 같다”며 “건물을 헐고 원룸을 지으려고 했는데 대구에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씨가 어머니에게 건물 지분 절반을 증여받은 가격은 2억5000만원 정도다. 나머지 절반은 A씨 소유로 돼 있다. 건물 대지 면적은 650㎡(196평)에 이른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올라 평당 3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다 주씨는 박 의원이 주택을 처분하겠다고 한 이후인 8월 25일 B씨(24)와 C씨(18)에게 이 건물을 증여했다. B씨와 C씨는 주씨의 조카, 즉 A씨의 자녀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역시 주씨와 성이 같아서다.
 
 경남 지역의 한 변호사는 “자녀도 아니고 조카에게 증여한 것이 맞는다면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겉으로는 증여로 하고 실제로는 명의신탁을 한 것이 아닌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구와 밀양 건물을 부인의 친인척에게 매각 및 증여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현재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만들어져 그곳을 통해 상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준비단 측은 "문제되지 않는 사안이고, 구체적인 설명은 차후에 한다는 입장"이라고만 했다.
 
대구·밀양=위성욱·이은지·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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