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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가려진 요양병원의 비명

중앙일보 2020.12.31 00:06 종합 1면 지면보기
요양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확진자뿐 아니라 비(非)확진 사망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돌봄 인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비확진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구로 미소들병원 확진자 7명 숨질 때 일반 환자는 10명 사망
코호트 격리로 진료·간병 붕괴…정부, 뒤늦게 “대응팀 운영”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지난 2주간 비코로나 환자가 10명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의 한 의료진은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보건 당국은 지난 15일 이 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자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처를 했다. 출입을 전면 통제해 감염이 확산되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하지만 첫날 3명으로 시작한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30일 0시 기준 190명이 됐고 7명이 숨졌다(구로구 집계). 이 중 6명은 병원에서 숨지고 1명은 다른 데로 이송돼 사망했다.
 
비코로나 환자 첫 사망자는 지난 23일께 나왔다. 그러다 26~27일에 사망자가 급증했고, 30일까지 10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70~90대 기저질환자들이다. 이 병원에서 코호트 격리 전엔 대개 2주 동안 사망자가 없거나 1~2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초과 사망’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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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에는 30일 현재 51명의 확진자와 90여 명의 비확진 환자가 있다. 비확진 환자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 의료진은 “일반 환자도 이틀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데다 수발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인지능력이 있는 환자는 대소변을 받아내는 의료진에게 미안하다며 밥을 안 먹다 여러 면에서 컨디션이 떨어진 게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원래 의사가 13명인데, 지금은 10명으로 줄었다. 간호사도 3분의 1로 줄어 교대 근무를 못 한다. 상당수 간병인도 확진됐고, 일부는 자가격리되면서 병원에서 빠져나갔다. 보건 당국은 확진 환자만 빼서 다른 데로 옮긴다. 29일에는 보건 당국이 확진자가 안 나온 병실에 입원했거나 열이 없는 등의 조건에 맞는 비확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해서 12명을 추렸다. 하지만 끝내 갈 데를 찾지 못해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이 병원 확진자 중 다른 데로 옮긴 후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도 갈 데가 애매해졌다. 보건 당국이 증상이 없으니 집으로 보내려고 해도 가족이 돌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 갈 데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이 병원에 다시 받으라는 것이다. 병원 의료진은 “간병인이 거의 남지 않았는데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 코호트 실패 교훈 무시, 요양병원이 ‘일본유람선 ’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 30일 방호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15일 이 병원에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를 했지만 30일 0시 기준 이 병원 관련 누적 확진자는 190명으로 늘었다. [연합뉴스]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 30일 방호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15일 이 병원에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를 했지만 30일 0시 기준 이 병원 관련 누적 확진자는 190명으로 늘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3일 의료위기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면서 올해 사망률이 6%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2만 명가량이 초과 사망했다는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평소 폐렴만 생겨도 급성환자 치료 병원으로 나가 치료받고 온다. 그런데 코호트 격리되면 이런 게 안 된다. 앞으로 꾸준히 초과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진행 중인 요양병원은 전국에 17곳이다. 28일 0시 기준 145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 당국이 대부분 코호트 격리 조처를 했다. 병원의 집단감염 해결 공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대구는 2~3월 코로나19 유행 때와 달리 지금은 코호트 격리를 하지 않는다. 김재동 대구시 시민건강국장은 “봄에 코호트 격리를 했더니 병원 내 교차감염이 발생했다. 그래서 지금은 코호트 격리를 하지 않는다”며 “환자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시설로 환자를 소산(消散·흩어져 사라짐)한다. 전문가들도 소산 정책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한 예를 들었다.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층 입원환자 34명을 여건이 괜찮은 데로 옮겼다. 옮긴 뒤 이 중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 국장은 “만약 코호트 격리를 했으면 34명이 다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미소들요양병원,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고양 미소아침요양병원 등은 첫 확진자가 나온 날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부 감염이 확산하면서 30일 0시 기준 효플러스는 167명으로, 미소아침은 105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조치가 ‘코로나 공장’을 초래했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단장(경북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코호트 격리를 할 수 있는 확실한 환경이 안 되면 내부 교차감염을 유발한다. 인력이 충분히 있어야 하고, 종사자가 감염병 지식이 있고 훈련돼 있어야 한다”며 “이런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확진자를 빼서 다른 기관에서 관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요양병원들이 이런 조건을 충족한 데가 없다. 미소들요양병원 최희찬 신경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일본 유람선보다 더한 일들이 요양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100여 명의 간병사가 감염이 두려워 병원을 떠났다. 기저귀 갈기 등의 돌봄 서비스를 간호사와 의사가 한다”고 호소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코호트 격리 후 역학조사관이 나와 ‘확진자를 분리하라’고 했는데, 병상이 없어 5인실에 8명의 확진자를 몰아넣었다”며 “확진자를 모아라, 검사해라, 분리하라고 했을 뿐 환자를 빼주지 않았다. 처음에 환자를 빨리 빼줬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값비싼 경험을 축적했지만 그걸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가 악화하자 정부는 뒤늦게 중앙사고수습본부 내에 3개 긴급현장대응팀을 30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대응팀은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중앙방역대책본부 현장대응팀과 합동으로 현장에 출동한다. 이후 환자들을 어떻게 전원시킬지, 집단감염지에 인력을 얼마만큼 투입시킬지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현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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