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라 비상금 70%, 재난지원금에 썼다···내년도 N차 추경 불가피

중앙일보 2020.12.30 16:34
내년에도 여러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를 크게 늘리며 ‘비상금’격인 목적 예비비를 70% 소진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잡히지 않으면 추가 지원이 불가피한데, 비상금을 일찌감치 털어버리면 추경 외에 다른 재원 마련 방안은 사실상 없다.  
홍남기 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 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뉴스1

홍남기 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 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뉴스1

3차 지원금 중 4.8조는 목적예비비로 충당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포함된 목적예비비 7조원 중 4조8000억원을 사용한다. 재난지원금 규모를 당초 3조원 수준에서 9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리면서 목적예비비의 68.6%를 소진한다.  
 
정부는 예기치 못한 재해 발생 등의 대비를 위해 예비비를 예산에 남겨 놓는다. 목적예비비와 일반예비비로 나뉜다. 목적예비비는 예산 총칙이 규정하는 재해대책, 환율변동 등에 따른 원화 부족액 보전 등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일반예비비는 사용 용도가 제한되지 않는다. 올해 일반 예비비는 1조6000억원이다. 일반예비비를 합친 전체 예비비 중에서도 이미 55.8%를 사용하는 것이다.
3차 재난지원금 주요 내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3차 재난지원금 주요 내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홍남기, “재정 여력, 코로나19 전개 변수”

자연히 향후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할 경우 써야할 '실탄'이 부족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에 4조8000억원을 지원하고도 목적예비비가 2조2000억원, 일반예비비가 1조6000억원이 남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해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질 경우 재정 여력에 한계가 올 수 있다는 점을 홍 부총리도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확산→거리두기 상향→재난지원금 지급’ 행태를 반복해왔다. 여기에 나랏돈을 활용한 경기 부양, 고용 진작책을 쓰면서 올해 네 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추세 등을 볼 때 앞으로도 코로나 대응을 위한 많은 나랏돈을 써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이번 예비비 활용은 추경 편성 시기를 뒤로 늦춰놓은 것일 뿐으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수차례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재정 건전성 악화 불가피 

문제는 재정 상황이다. 올해 코로나19 대응에 나랏돈을 퍼부으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본예산 당시 39.8%였는데,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43.9%로 높아졌다. 내년 본예산 기준으로는 47.3%가 된다.
 
실제 이 비율은 더 커진다. 정부의 채무비율 추산은 올해 성장률을 0.1%로 전제한 것이어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올해 성장률은 –1.1%다. 여기에 올해도 추경을 위해 국채 발행을 하며 나랏빚을 불리면 이미 헐거워진 재정 건전성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만큼 단기 대응은 필요하지만 일회성 지원 반복으로는 재정만 축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대책은 향후에도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일시적인 현금성 지급만이 아닌 보다 중기적인 시각에서의 집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예컨대 폐업을 원하지만, 비용 부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에 대한 퇴로 마련을 검토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지원과 함께 자영업 구조조정도 함께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