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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금지법은 반민주적, 북한 변화 가능성 줄인다"

중앙일보 2020.12.30 12:48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2018년 4월 2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전문가 토론회에 참여했다. 그는 2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축소한다"며 반민주적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2018년 4월 2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전문가 토론회에 참여했다. 그는 2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축소한다"며 반민주적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정부·여당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강행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근시안적이고 반민주적인 법안이며 오히려 북한 내부의 변화를 막는 자충수라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 란코프 교수 FT 기고
표현의자유 축소, 반민주적 법안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FT에 ‘북한은 정보가 유입될 때만 변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그는 폐쇄적인 북한이 변화하려면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와 북한 사람들이 체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새 법안이 이런 가능성을 막는다고 진단했다.
 
란코프 교수는 특히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추진 취지를 거론하며 비판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북한이 남한 정부가 대북전단 활동을 단속할 것을 요구하는 위협적인 캠페인을 시작하고, 더 나아가 이를 남북 대화의 조건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긴박한 외교 상황을 불안해했다”며 “문 정부는 이 양보(대북전단살포금지법)가 북한을 진정시키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론 하락하던 그의 지지율이 상승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란코프 교수는 29일 파이낸셜뉴스에 기고문을 보내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의 변화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란코프 교수는 29일 파이낸셜뉴스에 기고문을 보내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의 변화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대학교]

"남한 정부 정치인들 군사 정권선 민주주의 운동가였는데" 

란코프 교수는 “하지만 이런 근시안적인 생각은 장기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는 데 동의한 것이고, 남한 정부가 평양의 검열을 선점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남한 정부에 종사하는 많은 정치인은 군사 정권 시절 민주주의 운동가로 경력을 시작했던 사람들”이라며 민주주의 운동가가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란코프 교수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북한에 가져올 여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이 법은 반민주적이다. 이 법은 북한이 결국 변화할 가능성을 줄인다”고 단언했다. 북한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수십 년간 실패해온 현실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사회를 변화시켜 대중의 의지가 개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인데,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이 물꼬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란코프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소련과 동유럽에서 사람들이 공산주의 체제의 비효율성과 제약을 이해했을 때 불만이 야기됐다”며 “그들은 외국 영화와 방송, 서적 등 많은 경로에서 선진국 사람들이 누리는 번영과 자유를 배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은 부패와 혼란의 세계에서 그들의 나라가 번영하고 안전하며 높은 도덕성을 지닌 행복한 섬이라고 들어왔다”고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변화하려면 정보가 끊임없이 들어와야 하고, (북한) 정권의 반발을 감안하면 이 노력은 오히려 더 끈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란코프 교수는 “남한의 새로운 법이 북한 사람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북한이 더 억압적이고 가능하게 남을 가능성을 키웠다”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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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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